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분양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그만큼 청약 경쟁도 치열해져 번번히 청약에서 낙첨한 사람들이 분양권 시장이나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하는 예도 늘었다. 분양권과 입주권, 둘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전세난이 치솟고 있지만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신규 공급 물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은 2월부터(서울·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작돼 소득증빙이 어려운 실수요자의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며, 분양권이나 입주권 시장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선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대거 분양에 나서면서 입주권이나 분양권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집 지을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외에는 주택 공급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넉넉하지 못해 경쟁률이 수십대 1을 넘기 일쑤다.
▒ 좋은 동·층 원하면 입주권 유리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동과 층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동·호수 배정이 먼저 이뤄진 뒤 남은 물량을 일반분양으로 돌려 청약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 부족한 사업 비용은 일반분양 가격을 책정해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도 일반분양보다 저렴한 편이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동과 호를 골라 매입할 수 있는 조합원 입주권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이 좋으나,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인기를 끌면서 매도 호가가 뛰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통상 입주권은 일반분양 분양가보다 싸지만 최근에는 입주권이 분양가를 웃도는 경우도 생길 정도다.
입주권은 한꺼번에 목돈을 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조합원 권리가액에 이주비용을 뺀 만큼의 돈이 필요한데, 서울 강남권의 경우 대개 수억원에 달한다. 또한 사업지연 등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외의 지역 재개발은 사업 막바지 단계에서도 발목이 잡히는 예가 많다.
▒ 부담이 덜한 분양권, 그래도 주의하자
분양권의 경우 보통 분양가의 10~20%인 계약금과 웃돈(프리미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계약금을 낸 이후 입주할 때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나눠서 지불하는 것이다. 분양권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층·향·동을 골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인기 단지라 해도 높은 웃돈을 주고 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전매제한이 있는 단지는 정확한 분양권 전매 해제 시기도 확인해야 한다. 전매가 풀리지 않은 물량을 거래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끼기 위한 ‘다운 거래’도 피해야 한다. 적발되면 벌금 등 처벌 받는다. 분양권은 등기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건설 업체를 통해 분양 계약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계약자 본인과 거래해야 한다.
▒ 세금 · 중개수수료는 분양권이 유리
입주권과 분양권은 매입 이후 부과되는 세금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입주권은 세법상 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본인 소유의 주택과 조합원 입주권을 갖고 있다면 2주택자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3년 이내에 팔아야만 한다.
이와 달리 분양권은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까지는 주택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취득세도 다르게 적용된다. 입주권의 경우 매입하는 즉시 토지분의 4.6%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분양권은 등기 때 취득세를 내면 되기 때문에 만약 분양권을 준공 이전에 팔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분양권의 취득세율도 분양가격과 전용면적 별로 1.1~3.5%로 입주권에 비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