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처음 돈을 모은 부자는 재산의 가치를 알고 소중히 여기지만, 자녀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富)에 길들여져 재산이나 돈의 개념이 줄어들다보니 결국 자신의 재산을 지키지 못하고 까먹기만 한다는 의미다.
‘돈이 많을수록 문제도 많다’는 옛말이 있다.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부자들도 정말 걱정꺼리가 있을까? 최근의 여론조사는 세계 최고의 부자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문제가 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들의 고민은 주로 사치에 젖은 자녀가 권리 의식만 가진 채 무책임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다. 상류층 아이들의 호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는 블로그 ‘인스타그램의 부잣집 아이들’이나 유튜브의 ‘래비시 P’에 오른 동영상을 봤다면 이런 우려가 충분히 근거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도 남을 듯하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법률회사 위더스월드와이드가 ‘21세기 부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백만장자가 아닌 사람들은 설문조사에 초대받지도 못했다. 은행 계좌에 1000만 달러가 있다면 ‘중간 수준의 부자’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자녀의 잘못된 성장과 더불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백만장자들의 두 번째 고민은 자신들의 돈이 자녀의 성공 의욕을 무디게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성공하려는 야망과 투지가 결여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 우려는 결혼생활 파탄, 갑작스러운 파산, 예상치 못한 투자 손실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가처분 소득이 1000만 달러 미만인 사람들에게는 자녀의 나태가 네 번째 우려로 나타났다. 위더스월드와이드의 파트너 세라 코맥은 “중간 수준의 부자들이 자녀가 게을러지는 것을 왜 크게 걱정하지 않는지는 사실 뻔하다”며 “약 1000만 달러가 있다면 현실적으로 볼 때 자녀가 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넉넉한 삶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두 부유층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똑같다. 건강이다. 당연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건강이 아닌가? 한편 재산이 투자로만 이뤄진 경우 삶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재산 그 자체다. 그렇다면 거부들이 진정으로 불안 속에서 살고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업계 거부 톰 퍼킨스에 따르면 부자들은 ‘억압당하는 소수’다.
그는 세계 최고의 갑부들을 나치 치하에서 박해 받은 유대인에 견주었다. “파시스트였던 나치 독일이 국민의 1%, 즉 유대인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듯이 미국에서는 진보주의자들이 미국인의 1%인 부유층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형국이다.” 퍼킨스는 나중에 그 비유가 불쾌함을 초래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말한 요점은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사진출처: Money Sav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