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rbes Korea

대중교통 정보앱 무빗, 스마트도시를 위한 빅데이터

꽉 막힌 도로위로 자가용을 운전하는 만큼 짜증나는 일은 없다. 언제 올지 모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마트한 시대, 어떻게 이동해야 최단거리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교통정보앱이 잘 발달되어 있다. 대중교통 덕후가 개발한 앱 '무빗'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교통정보 앱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보내 준 빅데이타는 교통체증과 오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스마트도시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시 대중교통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댄빌(Danville)의 피아노 강사 재니스 몬코우스키(Janice Monkowski)는 다른 교외 주민과 마찬가지로 어디를 갈 때면 꼭 자가용을 몰고 나간다. 지금까지 살면서 대중교통은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무빗(Moovit)을 이용하면서 자칭 ‘기술 혐오자’인 몬코우스키는 생각을 바꿨다. 이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거나 남편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샌프란시스코로 나갈 때 그녀는 스마트폰 앱 무빗을 이용해 분 단위로 버스와 기차 이동을 계획한다. “버스를 타본 지 10년, 15년은 됐는데 무빗을 보면 어디로 걸어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다음 버스와 기차는 몇 분을 기다려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몬코우스키는 말했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무빗은 몬코우스키의 동의를 얻어 그녀의 움직임을 정보로 수집한다. 사용자가 도로에서 움직인 경로를 추적해 최적의 운전 경로를 파악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Waze)처럼, 무빗은 몬코우스키의 위치 정보와 근처 사용자 정보를 통합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인 대중교통 노선을 예측한다. 2012년 무빗을 공동 창업한 전문 창업가 니르 에레즈(Nir Erez·52)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운전자보다 훨씬 이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통근하는 사람들은 환승 정보는 고사하고 목적지까지 도보나 자전거 중 뭐가 가장 빠른지, 또 정류장에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에레즈가 텔아비브 자택에서 인터뷰할 때 말했다. “정보 자체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황이 열악했던 만큼 무빗은 세계에서 다운로드 횟수가 가장 많은 대중교통 정보 앱으로 부상했다. 공개 5년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으로 급증했다. 2013년 구글이 거금 11억 달러에 인수한 웨이즈와 맞먹는 사용자 수다. 무빗은 전 세계 78개국 1500개 도시에서 44개 언어로 제공된다. 렉싱턴에서 켄터키, 런던, 모스크바, 하노이 등지에서 시민들은 무빗을 이용해 일터로 통근한다. 로스엔젤레스에서는 주민 사용자 중 40%가 스페인어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무빗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무빗은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공식 대중교통 앱으로 지정됐다. 목적지까지 연결되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을 경우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이나 우버 등의 서비스로 자동 연결된다.

 

높은 인기 덕분에 무빗은 유명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에레즈가 자비 50만 달러를 투자해 세운 회사는 세콰이어 캐피탈, 배우 애슈턴 커처가 시작한 사운드 벤처스, BMWi 벤처스 등으로부터 84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피치북(Pitchbook)이 보고한 기업가치는 4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실시간 대중교통 정보를 통한 수입 창출 가능성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무빗은 매일 창출되는 5억 개 데이터포인트를 현금화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회사 측에서는 이제 막 수익 창출이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포브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매출 규모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에레즈와 투자자들은 매출 증대가 결코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빗이 필요한 곳, 필요한 시기에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도시는 교통체증과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 시티’ 구상이 비상한 관심을 받는 중이다. 온갖 센서에서 모집한 데이터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연계 기술을 이용해 도시체계를 관리한다는 진화형 개념이다. “도시 이동성은 전 세계적 문제”라고 세콰이어 캐피탈의 길리 라난(Gili Raanan) 파트너는 말했다. 그는 무빗의 대중교통 데이터가 “도시 삶의 질을 극적으로 개선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데이타

 


개발자 빅은 ‘대중교통 덕후’

 

 
무빗이 제공하는 ‘스마트 대중교통 패키지(Smart Transit Suite)’에 선제적으로 가입한 도시 중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마드리드가 있다. 버스 및 기차 위치와 사용률, 승객 대기시간, 최적 경로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사람들이 도시를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아주 상세한 수준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전 세계 대중교통 제공업체와 함께 일하는 프랑스 운수업체 케올리스(Keolis) 부사장 안드레아 마이(Andreas Mai)는 말했다. 무빗에 투자한 케올리스는 무빗에서 얻은 데이터를 지정 도시 파일럿 프로그램에 반영할 예정이다. 파일럿 도시의 이름은 아직 공개되 지 않았다.

 

무빗은 2011년부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창업 전 에레즈는 공동 창업했던 이전의 스타트업을 떠나 마라톤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는 여유 시간에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면서 트라이애슬론 경기 훈련을 받는 은퇴에 가까운 삶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텔아비브를 도는 장거리 훈련에서 함께 마라톤을 연습하던 친구 야론 에브론(Yaron Evron)이 청년 컴퓨터 과학자 로이 빅(Roy Bick·37)과 함께 도시교통공사를 위해 개발한 웹사이트를 훈련 내내 열띠게 설명했다.

 

자칭 ‘대중교통 덕후’인 빅은 텔아비브 통근자들을 돕기 위한 미션에 나선 사람이었다. 당시 텔아비브는 신규 개통 기차 노선의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대중버스 체제를 개편하고 있었다. 더 많은 승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 노선을 변경하고 정거장을 신설해 기차 노선과 환승이 쉽도록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신규 정거장 및 노선의 위치 정보가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빅은 도시를 걸어 다니며 자신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정류장 정보를 입력했다. 대중교통 버스 GPS 정보를 이용해 실시간 경로 안내 기능도 선보였다.

 

빅이 개발한 웹사이트는 텔아비브 외 도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 다른 이스라엘 스타트업 웨이즈에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에레즈는 사용자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위치 정보를 수집할 경우 어느 도시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의기투합한 에레즈와 빅, 에브론은 이듬해 무빗을 창업했다. 에레즈가 CEO를 맡았고, 빅은 운용 총괄을 맡았다. 에브론은 공식적으로는 어떤 직함도 받지 않았다. 에레즈는 “7개월간 은퇴 생활을 제대로 즐겼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무빗은 샌프란시스코, 아테네, 리우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직원을 100명까지 늘렸다. 그 과정에서 에레즈와 빅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 효율성을 최대로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특정 노선에 대한 수요가 치솟을 경우 버스 증편을 제안하는 식이다. 빅은 “실제 수요와 이동 정보, 시스템 인프라, 모든 경로 및 시간표를 분석해서 해당 노선의 최적화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 정부가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 정보를 얻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는 상황에서 무빗은 더 유용한 최신 정보를 더 낮은 비용에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장점은 몬코우스키 같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새로운 데이터 포인트가 하나씩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주차·교통난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갈 때는 운전을 하고 싶지 않다”고 몬코우스키는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무빗은 또 다른 선택안을 선사했다. “정말 간단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