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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사대신 로봇이 의료 진료한다!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갔을 때 의사가 아니라 로봇이 진료한다면? 세계 최초로 인간전문의와 동일한 정확도로 진료 하는 챗봇이 등장했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기술,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로봇

 

런던의 부촌 켄싱턴에 IT 스타트업 본사가 있다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바빌론 헬스(Babylon Health) 창업자이자 CEO인 알리 파르사(53)는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사무실은 칸막이와 벽을 최소한으로 줄인 개방형 평면이고, 천장은 인조 화초와 덩굴 식물로 장식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인조잔디 위를 걸어가 과일 바구니에서 무언가를 집어 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널따란 사무실을 가득 메운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수십 명의 몸에서 나온 열기가 열대식물 정원처럼 꾸며진 사무실에 열기를 더한다.

 

“저 사람은 입사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어요.” 파르사가 샌드 색상 이케아 소파 위에 대자로 누워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은 누군지도 모르겠군요.” 지나가는 다른 두 직원을 몸짓으로 가리키며 한 말이다.

 

 그만큼 바빌론헬스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파르사 밑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 350명이 있다. 영업팀은 (그의 아내 포함) 10명으로 아주 작은 규모지만, 스타트업 바빌론헬스의 의료 자문 소프트웨어는 삼성갤럭시 최신 모델과 중국 최고 앱 중 하나인 위챗에 설치되는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

 

 구글 AI 자회사 딥마인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8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2018년 매출액은 수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클레이즈나 부파 등 고객사는 소비자가 바빌론 네트워크에 소속된 전문의와 직접 증상을 상담하며 진료를 받는 의료자문 소프트웨어에 접근권을 얻기 위해 분기별로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꺼이 바빌론헬스의 고객이 된 이유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NHS(국가보건의료서비스)를 바빌론헬스가 상당 부분 성공적으로 현대화했기 때문이다. 70년 전 설계된 NHS를 기술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연간 164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보건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의료 위탁계약기관만 1만7000개를 둔 NHS의 구조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새로운 노력은 미로에서 길을 잃고 제대로 완수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파르사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내고 있다. 바빌론헬스 소프트웨어는 모바일 앱에서 의사와 환자의 화상 진료 스케줄을 잡아주고, 기계학습으로 점차 똑똑해지는 챗봇은 (아직까지 진단은 못하더라도) 적절한 의료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바빌론헬스는 자사 AI봇이 ‘세계 최초로’ 인간 전문의와 동일한 정확도로 의료 이슈를 진단해냈다고 발표했다. 영국 왕립의학대학 의사 면허시험(MRCGP)에서 의사들의 평균 점수는 72%였지만, 바빌론 AI봇의 점수는 81%였다.

 

영국 보건당국을 사로잡은 기술력

 

기술력

 

 

2년 전 NHS는 1차진료 서비스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가진 수백 개 기업을 초대해 발표를 들었다. 아직 진단 봇을 개발하지 못했던 바빌론도 대회에 참여해 발표했다. “(바빌론은) 회사가 할 수 있는 일, 없는 일에 대해 솔직했다”고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샘 쇼가 말했다. 이제는 런던 북부에서만 시민 2만 6000여 명이 바빌론 앱을 통해 NHS를 이용한다.

 

 이들은 앱에서 바빌론 전임의로 일하는 250명 페이닥터 네트워크에 진료를 요청해서 온디맨드로 원격진료를 받는다. 의사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면서 11만2000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약 10%의) 환자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거나 필요한 경우 런던에 있는 6개 진료소 중 한 곳을 직접 방문해 바빌론 전임의를 만나 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 기존 GP 전담의를 바빌론 앱으로 바꾸려고 NHS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2만 명이 넘는다.

 

 바빌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높아지자 NHS 잉글랜드 당국은 기존 병원에 할당된 예산 중 2650만 달러를 빼내 바빌론에 추가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NHS는 바빌론에 환자 1명당 연간 80달러를 지불한다. 기존 일반 의원에 지불했던 금액과 동일하다. 파르사는 가격이 동일하지만 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권이 크게 확장됐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정부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디지털 의료보건 서비스가 나타나 바빌론보다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높은 가격은 바빌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파르사는 바빌론 이용자 3명 중 1명은 일방 병원이 문을 닫은 밤이나 주말에도 가상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 다수가 병원 응급실을 찾을 경우 NHS는 응급실 방문 1회당 추가 비용 13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응급실 방문 진료가 무료라서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응급실을 방문해 서비스를 남용하는 행위가 사회문제로 대두할 정도다.

 

파르사는 AI 챗봇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주는 라이선스 계약으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했지만, NHS 등 의료서비스 기관 측에 진단부터 치료까지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파르사는 의료임상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1인당 지불액’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의사진료 받는 사람 줄어들어

 

로봇

 

1억 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앞둔 파르사는 일단 계약금을 받으면 미약한 영업팀을 보강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있는 소규모 사무실을 통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복잡하게 뒤엉킨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연간 3조3000억 달러, 전 세계 의료서비스 지출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돈 먹는 하마’다.

 

애트나, 유나이티드헬스, 카이저퍼머넌트 등 미국 의료보험사는 이미 다양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서 30여 개 주에서 환급이 가능하다. 원격진료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텔레닥(뉴욕주 퍼체이스에 본사가 있다)의 경우, 서비스 사용자가 2000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2018년 1분기 매출이 2배로 성장해 896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은 이미 북적대지만, 이 중 가장 미래지향적인 서비스를 제시한 업체는 바빌론이다. 파르사는 광대한 정보데이터 및 추론엔진을 통해 의사의 뇌를 그대로 복제한 AI를 개발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바빌론 이용자 중에서 실제 의사와 직접 만나는 사람은 15%밖에 되지 않는다.

 

파르사는 우버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운전수를 대체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는 환자 수를 줄이고 바빌론의 똑똑한 챗봇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용자 수를 늘리려 한다. 바빌론의 챗봇은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전에 필요한 의료자문을 해주고 있다. 바빌론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 이후, 학습을 계속한 챗봇이 점차 똑똑해지면서 의사에게 원격 화상진료를 받는 환자의 수는 40%나 감소했다고 바빌론은 발표했다. 파르사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AI로 커버하는 엔진을 구축한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화려한 색상의 옷, 불쑥 튀어나오는 극적인 표현(“제대로만 카드를 활용한다면, … 우린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 특징인 파르사는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기술혁신가로 보인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건조하게 말하는 기업인이 대다수인 영국에서 그는 상당히 튀는 존재다.

 

관건은 투자 대비 수익

 

수익

 

 

바빌론을 이용하는 공립·민간 의료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AI와 종종 결부되는 영원한 수수께끼도 표면에 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물음이다. NHS는 2010년에도 전문가를 인건비가 저렴한 노동자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 적이 있다. 간호사가 받던 직통전화 NHS 디렉트를 콜센터 직원이 상황에 따라 주어진 대본을 읽는 NHS 111로 변경한 것이다.

 

환자당 전화 1통의 비용을 27파운드(36달러)에서 6파운드(8달러)로 줄이기 위함이었다. “재난이었죠.” NHS 디렉트 감독이었던 진 찰리너가 말했다. 의료 역량이 높은 숙련된 사람을 환자와 직접 만나는 최전선에 둘수록 환자 상태도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콜센터 운영 비용이 내려가는 대신, 병원과 응급실로 환자를 의뢰하는 고비용 사례가 12%에서 ‘20% 초과’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찰리너는 말했다.

 

구글에서 건강 문제를 검색하는 사람이 이미 많긴 하지만, 바빌론의 로봇 닥터도 결국 비슷한 재난을 낳을지도 모른다. “로봇 닥터로 중증도 분류를 받는 대신 바로 의사에게 간다”고 런던에 살고 있는 로라 윈(25)이 말했다. 그녀는 편두통이나 건초열로 약이 필요할 때마다 처방전 약을 받을 수 있는 바빌론헬스의 연 80달러짜리 회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바빌론 로봇의 장점을 알게 된다면, 서비스를 좀 더 이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윈의 발언은 의사의 원격진료를 원하는 사람이 감소하고 있다는 바빌론의 주장과 정면 대치한다. 원격의료 서비스 푸시닥터의 CEO 에렌 오자기르를 비롯한 경쟁자들은 클라이언트들이 바빌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이용하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보험사는 의료 사용이 적고 의료소비자 참여율이 낮을수록 돈을 버는 구조인데 의사 서비스를 아무 때나 이용하게 되면 상황이 뒤집히기 때문이다. 오자기르는 “의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챗봇을 제공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원격진료보다 챗봇으로 전환하는 게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들이 콜센터 자동기계 답변을 지나치는 것처럼 그냥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아주 똑똑하고 흥미로운 의료 챗봇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바빌론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017년 가을, 리즈의료과학연구소 e헬스 강사 하미쉬 프레이저는 NHS 임상데이터를 이용해 바빌론헬스와 경쟁 서비스 에이다(Ada), 유얼닷MD(Your.MD)을 다양한 질환에서 비교 테스트했다. 그는 “결과는 꽤 확실했다. 바빌론의 성적은 전혀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챗봇의 오류 반응을 신이 나서 올리는 의사와 이용자가 많다. 그중에는 심장마비 위험을 공황장애로 오진한 사례도 있다.

 

바빌론 대변인은 시스템이 계속 개선되는 과정에 있다며 최근 출시된 버전을 증거로 들었다. 2018년 말까지 바빌론은 영양학자와 심리학자의 역량을 갖춘 AI 의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변인은 “결국 우리는 우연히 기술기업으로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의 심장은 원래 클라우드 컴퓨팅이 아니라 리테일에 있다고 주장했다. 언젠가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되길 바라는 바빌론도 비슷한 시각으로 회사 정체성을 정의한다. “우리의 심장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습니다.”

 

                                                                                                    PARMY OLSON 포브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