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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꼭꼭 숨은 GMO 식품, 구별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장을 볼 때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깨알만한 크기의 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게다가 너무 어려운 단어들로 표시되어 있어 읽어내고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유전자 변형 원료 제품을 구분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데요. 오늘은 GMO(유전자 변형 원료 제품) 유해 논쟁에 대해 알아봐요!

 

유전자 변형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들이 유전자 변형(GM) 작물 표본을 살피고 있다.

 

어린 자녀 때문에 식재료를 까다롭게 골라야 하는 가정의 고민은 더욱 크다. 스스로 ‘알파맘’이라고 자부할 만큼 육아에 갖은 정성을 쏟는 직장인 김세영(34·서울 마포구)씨에게도 GMO를 가려내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GMO 논쟁에 대해 상식이 풍부하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식재료를 구입하는 순간에는 혼란만 더 커진다.

 

각종 육아 정보 커뮤니티와 관련된 상식 서적을 통해 어떤 식재료에 GMO가 많이 사용됐는지 찾아보곤 하지만 GMO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식생활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제품의 성분 함량 표시에 GMO 관련 표기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재료가 혼합된 가공식품이나 사료용 GMO를 먹인 육류는 아예 구별조차 불가능하다.

 

김씨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제품과 달리 GMO식품은 성분 표시가 없어서 가급적 육아 커뮤니티에서 얻은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MO가 밥상에 오른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유해성 논쟁은 여전하다.

 

GMO 논쟁은 단순히 건강에 관한 문제를 넘어 환경과 개발, 식량주권과 다국적 농업 자본에 대한 반감, 정치와 종교, 윤리적 문제 등 온갖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있다. 문제는 어느 쪽도 자기 주장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갑론을박이 계속될수록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져 간다.

 

꼭꼭 숨어 있는 GMO, 소비자는 피곤하다

 

GM연어

▎캐나다 아쿠아바운티사가 개발한 GM 연어(뒤)와 자연산 연어. 두 연어는 개월 수는 같지만 몸집은 크게 차이난다.

김씨의 고민은 모든 소비자가 겪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지난 9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할인마트 장류 코너에서 선뜻 제품을 고르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는 40대 주부가 눈에 띄었다. 국산콩으로 만든 믿을 만한 제품을 찾는다고 했다. 카트에는 채소류와 달걀, 두부, 육류 외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어묵, 조미김 등이 담겨 있었다.

 

유기농이라고 표시돼 있는 제품이 많았다. GMO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건강에 안 좋고, 수입산 원료에 주로 많이 들어있다는 정도로만 안다”고 했다. 그가 고른 제품 상당수에 GMO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분 표시엔 그런 게 전혀 없었고, 가급적 국산 원료를 사용한 것만 골랐는데요….”


가공식품을 구매할 경우 GMO를 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재료가 아닌 부재료에 GMO가 들어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미김의 경우 ‘국내산 청정해역’을 내세우더라도 가공 과정에 들어가는 식용유의 원료는 GMO일 가능성이 큰 수입콩이다. 두부나 장류의 경우도 국산 원료를 100% 사용한 게 아니라면 수입산 GM 콩이 일부 혼합된 경우가 많다.

 

마트에 진열된 가공식품들의 원료 표시를 살펴보니 대부분 주원료에 대해서만 국산과 수입산을 구분 표시했을 뿐, 부재료의 수입산 함량 표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육시설이나 학교 급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집이 부모들에게 보내는 식단표에는 ‘신선한 친환경 국내산 식재료만 사용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채소류나 육류 등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채소를 볶고, 생선을 튀기는 데 사용하는 기름과 어묵, 소시지, 조미김 등의 가공식품에 포함된 GMO까지 모두 걸러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에서 ‘non-GMO’ 식품을 찾아봤다. non-GMO라고 표시한 제품은 20 종류가 채 되지 않았다.

 

non-GMO 사료를 먹여 키운 동물 복지 달걀 브랜드 3종류, 국산 옥수수 병조림, 해바라기씨유가 전부다. 유통업계 2위 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에선 non-GMO 제품 정보 표시가 아예 없다. 소비자들이 원료에 민감해하는 유아용 육류의 경우도 ‘국내산 무항생제’를 강조할 뿐 곡물사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은 찾기가 어렵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친환경 제품 전문 매장 관계자는 “농약이나 항생제를 쓰지 않고 국내에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키운 동식물 원료를 엄격히 사용하지만, 이윤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가공 과정에서 GMO를 완전히 차단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식량 혁명'으로 찬사 받았던 GMO

 

GMO시위


소비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건 GMO가 뭐길래 이렇게 숨바꼭질을 해야 하느냐다. ‘안전하다면 굳이 숨길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과 ‘위험하다면 정부가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물음이 충돌한다. GMO 식품이 등장할 때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논쟁거리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식품)는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변형시켜 만든(GM) 식품류를 통칭한다.

 

콩이나 옥수수, 감자 등 농작물의 면역력 강화와 생산성 증대를 위해 유전자 재조합(GM) 기술을 이용해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최초의 GM 기술은 식품이 아닌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동물의 인슐린 유전자를 미생물에 삽입해 배양했던 게 시초다. 다국적 농업바이오 기업인 몬샌토(Monsanto)가 GM 기술을 식품 분야에 처음 적용했다.

 

몬샌토는 1985년에 유전자를 변형해 병해충에 대한 면역력과 생산성을 크게 높인 콩을 최초로 개발해 상품화했다. 이후 여러 농작물과 가축 품종 개량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GMO란 용어가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GMO 특허의 95%를 몬샌토가 장악하고 있다. GMO가 등장하자 ‘식량 혁명’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의 식량부족 문제의 해결사로 여겨졌다.

 

2008년 곡물 가격 폭등으로 식량 문제에 관한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 GMO가 확산됐다. 당시 옥수수와 콩, 밀 등의 곡물 가격은 1년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일반 옥수수 가격이 톤당 450달러였던 반면 GMO 옥수수는 350달러에 불과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GMO에 각국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현재 24개국에서 1억8980만㏊, 우리나라 국토 면적(1003만 ㏊)의 약 19배에 달하는 농지에서 GMO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재배지 면적은 해마다 2% 이상 늘어나고 있다. 쌀을 제외한 나머지 식량 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손꼽히는 GMO 수입 대국이다. 값이 싼 GMO에 우리 정부의 입장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또 미래 산업 경쟁력 차원의 GMO 연구도 활발한 편이다.

 

한국바이오안전성 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 승인된 식품용·사료용 GMO는 약 960만t(농업용 76%, 식용 24%), 21억 달러 규모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들이 GMO 수입 총량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단정할 순 없으나 한국은 식용 GMO 수입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험·연구 목적으로 수입한 GMO도 지난해 4447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4% 넘게 증가했다.

 

연구용 GMO 수입 신청 건수는 2008년 110건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40배 넘게 늘었다. 정부와 산업계가 이처럼 GMO 수입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국민 정서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5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21만6886명의 동의를 얻을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GMO 완전표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청와대는 답변 기준 20만 명을 넘긴 이 청원에 대해 “소비자(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물가 인상, 계층간 위화감 조성, 통상 마찰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GMO 완전표시제가) GMO 제품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답변이 오히려 반발을 부추긴 셈이 됐다.

 

5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청원단은 “청와대의 답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기업협회의 주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내용”이라며 “청와대의 답변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 연구소장은 “청와대의 답변은 기존에 자주 언급하던 한쪽의 참고사항만 거론했을 뿐, 그 반대쪽 주장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청와대가 위험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농업의 반도체'라는데 싸늘한 여론

 

GMO시위

 

뿔난 농민들이 청와대로 달려갔다. 지난 9월 10일 농민 20여 명은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먹거리 위기, 농정 적폐 청산과 대개혁’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김영규 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6개월이 지났지만 후보 시절 공약 이행은커녕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농정은 오히려 박근혜 농정을 이어받은 느낌이 든다”고 질타했다.

반면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7월 강북지역 6개 자치구의 48개 초·중·고등학교에 급식용으로 납품하는 가공식재료에서 GMO를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가 이런 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먹거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2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한 ‘GMO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사업’이다.

 

참여 학교에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된장, 고추장, 간장과 같은 장류와 식용유, 참기름 등 유지류를 국산 친환경재료로 만든 것을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시범학교의 Non-GMO 가공품 사용비율을 70%까지 올릴 계획이다. 2020년에는 서울지역 전체 학교에서 GMO 가공품을 거의 몰아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GMO까지 일일이 구별해낼 수 없어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GMO 공포를 지자체가 나서서 퍼뜨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식품업체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GMO를 둘러싼 이런 대립각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비롯됐다.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옹호론자와 위험하다는 반대론자 누구도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뚜렷한 근거를 아직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의 한 유기농단체가 발표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GMO 공포를 확산한 촉매제가 됐다. [유전자 룰렛-생명에 대한 도박]이란 이 다큐는 GMO를 미국인의 질병 유병률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초제와 살충제 내성을 가진 GMO를 먹은 생물에게서 면역력 저하와 각종 질환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GMO 반대 진영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목한 물질은 몬샌토가 개발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다. 글리포세이트는 독성이 강하지만 잡초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몬샌토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를 개발하면서 이에 대한 내성을 가진 GMO 곡물 종자를 함께 개발해 보급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에 글리포세이트를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슈퍼 잡초'의 출현과 몬샌토가 점령한 농촌의 비극

 

두부 성분표시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료품에서 GMO 함량이 표시된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원재료의 원산지 표시를 통해 GMO 포함 여부를 추측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시중에 판매 중인 두부의 성분 표시.

 

GMO 반대 진영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연구 결과는 프랑스 칸 대학의 질-에릭 세라리니 교수의 실험 결과다. 연구팀은 몬샌토사가 개발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 내성을 가진 GMO 옥수수를 2년간 먹은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비교한 결과 GMO 옥수수를 먹은 쥐의 수명이 2~3배 짧아졌으며 종양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세계감자식량재단 이사장인 임영석(개명 전 임학태) 강원대 의생명융합학부 교수는 “글리포세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량이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이 생긴 ‘슈퍼 잡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살포된 글리포세이트는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황폐화를 가속화한다는 경고다.

 

GMO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몬샌토가 세계 농업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는 것에 대한 경계도 GMO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몬샌토가 농촌을 장악한 뒤 나타난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로 인도의 예가 있다. 독일의 방송프로그램 기획자인 게세코 폰 뤼프케가 21명의 석학과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두려움 없는 미래](프로네시스, 2010)는 몬샌토에 장악당한 인도 농민들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8500여 종류의 다양한 식물을 경작했던 인도에 몬샌토가 2000년 초부터 곡류와 콩, 유채, 목화 네 가지 종자를 대대적으로 보급하면서 농업 다양성이 사라지고 농촌이 황폐해졌다 결국 빚과 가난을 이기지 못한 농부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인도의 반GMO 시민단체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간 자살한 농민은 무려 2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의 양자물리학자이자 에코페미니즘 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두려움 없는 미래]에서 “우리가 지원한 농부들이 생태학적 경작으로 전환해 벌어들인 수익이 몬샌토에 기만당한 농부들 수익의 10배나 된다”며 “인도의 식량 부족은 거대 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했다.GMO에 대한 찬반은 대체로 안전과 산업·기술적인 측면 중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입장이 바뀐다.

 

1990년대 후반 국제 환경단체인 원월드넷(OneWorld.net)에서 GMO 반대운동을 펼쳤던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는 자신의 과거 주장을 포기하고 GMO 찬성론자로 돌아섰다. 그가 생각을 바꾸게 된 이유는 세계적인 식량난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라이너스는 외신들과 인터뷰에서 “GMO가 식량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이오안전성센터가 지난해 11월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GMO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GMO 기술이 난치병 치료, 식량문제 해결, 대체에너지 생산 등 인류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같은 조사 때보다 22%나 높아진 것이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은 9% 감소한 6.5%로 나타났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GMO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론도 많다. 지난해 9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벨 생리의학상(1993년)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츠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 교수가 연단에 섰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GMO-노벨상 수상자에게 묻다’는 주제 강연을 위해서다. 로버츠 교수는 GMO를 옹호하는 대표적 학자다. 노벨상 수상자들로 구성된 ‘친GMO 캠페인’를 이끌고 있다.

 

2016년 7월에는 10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GMO를 옹호하는 노벨상 수상자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농민들에게 생명공학으로 개량된 종자들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며 “과학적 데이터와 상반되는 감상과 신조로 반대를 일삼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국내 전문가 그룹 중에는 [모든 생명은 GMO다]의 저자인 식품공학자 최낙언 박사와 김해영 경희대 식품공학과 교수 등 주로 생명공학자들이 GMO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GM을 ‘유전자 변형’, ‘유전자 조작’으로 부르는데 반대한다. 변형이나 조작이란 단어가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GMO 옹호론자들은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순화된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GMO 공포가 '조장'되고 있다?

 

연도별GMO수입량

 

김해영 교수는 과학 전문 비평 매체 [사이언스온] 특별기고를 통해 “세포에 주입하는 유용 유전자의 크기는 원래 생물체가 갖고 있는 유전자 크기의 100만분의 1보다 작으며, 생물 현상에 관여하지 못하고 특정 유전자만 발현할 수 있는 미세한 조각이다”라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GM 기술은 식품·농작물뿐만 아니라 의약품과 식품첨가물, 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주류 기업인 산토리는 2006년에 맥주 원료 농작물의 품종을 개량하던 기술을 응용해 300억원을 들여 파란 장미와 카네이션을 개발했다.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화훼농가들로부터 받아가는 로열티 수익만 연간 40억원에 이른다. 파란 장미를 만든 기술이 바로 유전자 변형 기술이었다. 토양의 중금속을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 가로수로 많이 심는 포플러 나무나 마약 성분을 제거해 의약용으로 활용 가능한 양귀비 등 GM 기술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해충 저항성과 면역성을 가진 GMO에 대한 안전성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GMO에 삽입된 살충성 형질의 유전자는 사람의 소화관 내에서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완전 분해되고 소화관에 손상을 주지 못한다”며 “여기에 쓰인 ‘Bt 단백질(바실러스 튜린겐시스에서 유래)’은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작물 생산에도 이용되고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 GMO 연구자들이 유해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한 실험이 대부분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반박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MO 공포가 ‘조장’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공포를 부추겨 특정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데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반대론자들은 GMO를 ‘괴물식품’이란 뜻에서 ‘프랑켄푸드(프랑켄슈타인+푸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박사급 생명공학 연구자의 얘기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는 인간의 말초를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1970년대 우지(牛脂) 파동으로 라면 기업이 도산 직전까지 갔고,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소고기가 혐오 식품이 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SNS의 악의적인 소문만 나도 곧바로 관련된 식품 산업 매출이 뚝 떨어진다. 이런 먹거리 포비아는 대개 실체가 없거나 과장됐지만 이를 이용하려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은 구호로 사실을 덮는다.”

다시 밥상 위로 돌아가 보자. 논쟁을 알고 나면 GMO를 먹기가 더 꺼림칙해지는 게 사실이다. 돈을 더 주고서라도 GMO로부터 안전한 식품을 먹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의 물음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GMO도 유기농이나 국산, 수입산처럼 표시를 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안 되나요?”

 

'사회적 논의'뒤로 숨은 정부

 

국내에서도 GMO 표기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긴 하다. 정부는 2001년부터 콩, 옥수수, 콩나물, 감자와 이를 이용한 가공품에 GMO 포함 여부를 표기하도록 했다. 하지만 GMO 원재료를 사용해 가공했더라도 최종 제품에서만 GM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표시할 의무가 없다. 식용유나 간장 등은 가공을 거치고 나면 기술적으로 DNA 검출이 어려워 사실상 표시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마트에서 GMO 표시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430여 종의 가공식품의 GMO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성분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은 수입품인 미소(일본된장)과 시리얼 등 두 종류뿐이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GMO표시 대상이 아닌 경우 해당 식품이 GMO가 아니더라도 ‘non-GMO’ 표기를 못하도록 해 국내산 친환경 우수 농산물은 아예 GMO 안전성을 홍보할 수도 없다”며 “표면적으로는 GMO 표시제도를 강화한 듯하지만 여러 단서·독소조항 때문에 사실상 퇴화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GMO 완전 표시제’ 도입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GMO 완전표시제가 국내 제품과 수입 식품의 역차별을 부를 수 있고 막연한 불안감이 커져 시장의 손실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도 GMO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무역 마찰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길 꺼려한다. 이런 와중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월 GMO표시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사단법인 한국갈등해결센터에 협의체 구성에 관한 용역을 맡겼다.

 

사회적 논의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식약처의 이 같은 태도는 GMO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GMO 표시 강화라는 대통령 공약 이행에 청와대가 여론의 뒤에 숨지 말고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에서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앞서 정부가 강조해 온 ‘공론화’의 의미도 크게 퇴색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