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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 해결책은?

미세먼지의 강도가 심해지면서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는데요.


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감이 크기 때문이에요.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라고 할 수 있어요. 정부에서는 미세먼지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미세먼지

 

가을의 끝자락에 미세먼지가 다시 한반도를 덮쳤다. 11월 4일부터 주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주의보 기준(90㎍/㎥) 이상인 날이 연일 이어졌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11월 11일 서울은 온종일 뿌옇고 탁했다.

 

이날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순간 최고 87㎍/㎥까지 올라가는 등 줄곧 ‘나쁨’ 수준을 보였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평균 36㎍/㎥를 넘기면 ‘나쁨’, 76㎍/㎥를 넘기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한다. 수도권을 비롯해 충북·대구·울산·경북 지역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했다. 환경당국은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서울시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미세먼지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새로 바뀐 환경당국의 수장도 이 문제부터 챙기고 나섰다. 11월 13일 취임한 조명래 신임 환경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이라고 생각하고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취임식에 앞서 기자실을 찾아 미세먼지 대응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늘 아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색다른 대안이 있을지 검토해보자’고 했다”며 “워낙 국민의 체감도가 높기 때문에 좀 더 조직적·체계적인 검토·논의를 하기 위한 단위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명래 신임 환경부 장관 “색다른 대안 모색”

 

표

 

정부는 이보다 앞선 11월 8일 ‘미세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하기로 했다. 95만대의 경유차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2030년 공공기관 경유차 제로화를 목표로 경유차를 감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 15일부터는 민간부문도 차량 2부제 등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석탄발전소 미세먼지를 실질적으로 저감해나가기 위해 가동 중지(셧다운) 대상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발표한 세 번째 미세먼지 관련 종합대책이다. 2016년 6월 나온 ‘6·3 미세먼지 특별대책’에는 공해 유발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환경지역’ 확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때 차량부제 시행, 2005년 이전 출시된 경유차량의 조기 폐차를 2019년까지 완료하고 모든 노선의 경유버스를 친환경적인 CNG 버스로 점차 대체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듬해 9월 나온 미세먼지 종합대책에서는 공정률이 낮은 석탄화력발전소 일부를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고, 노후 발전소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또 대기배출총량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고, 노후 경유차는 임기 내 80% 가까이 조기 폐차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처럼 해마다 ‘특단의 대처’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1월 6일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하다는 응답이 82.5%에 달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은 방사능이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보다 더 높았다.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최근 환경부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만족한다’(5.3%)는 답변보다 ‘불만족한다’(35.9%)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정부 정책으로는 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감이 큰 것이다.

 

‘정부 대책에 만족하지 못한다’ 의견 지배적


왜 그럴까. 우선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게 주요 이유다.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아 어떤 정책을 내놔도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열린 ‘대한민국 3개 한림원 공동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이해에 바탕을 두지 않은, 단편적인 배출원 관리만으로는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힘들다”며 “줄이더라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미세먼지 발생 중점 원인을 여기에 뒀다, 저기에 뒀다 하다 보니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세먼지 대책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 중 하나가 ‘중국발 미세먼지’다.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먼지에 있는데, 대책은 국내 배출량 감소에만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매번 나온다. 이번에 나온 대책도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환경당국은 단기 처방인 저감조치와 함께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환경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사업 정도로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이 빠졌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환경부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51.7%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라고 보는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공장 등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주요 원인이라는 응답이 30.3%, ‘국내외 요인과 함께 기후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답변이 18.1% 순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미세먼지 대책으로도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제협력’(27.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 연구마다 달라

 

황사마스크

 

그렇다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4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끼친 기여도는 중국 등 국외 지역이 55%, 수도권이 34%, 수도권 외 국내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5년 전인 2011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중국 등 국외로부터 발생한 미세먼지는 6%포인트(49%→55%)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때는 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던 2015년 10월 19일~22일 4일 간을 분석한 결과 국외 영향이 평소보다 17%포인트 높은 72%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계절이나 기상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아 측정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역 마다도 중국 미세먼지의 기여도 차이도 크다. 이로 인해 연구마다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도도 다르게 나타난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발 오염물질이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44%다. 2016년 6월 한국 정부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합동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PM2.5의 52%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34%는 중국 내륙에서, 9%는 북한에서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의 미세먼지는 중국 오염물질과 국내에서 축적된 미세먼지가 합쳐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초미세먼지는 직접 배출된 1차 미세먼지 혹은 전구물질의 대기 중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미세먼지의 약 75%가 이런 2차 미세먼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형성된 미세먼지 물질이 국내에 유입돼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반응해 2차 오염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배출물질의 출처만으로 미세먼지의 원인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선 좀 더 세밀한 과학적 분석 결과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마련된 데이터도 적다. ‘심증은 있지만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일단 미세먼지 이동통로가 되는 대기권이 상상 이상으로 광활하다. 측정장비도 문제다. 미세먼지 이동로를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기상항공기는 기상청이 보유한 기상 항공기가 유일하다.

 

기상 항공기가 365일 24시간을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역은 한계가 있다. 측정이 아예 불가능한 북한 지역의 존재도 문제다. 한반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북한 지역의 미세먼지 발생 및 유입 경로를 검증하지 않고선 반쪽짜리 결과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중국 책임이 얼마이든 간에 더 이상 중국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미세먼지 문제를 천재지변으로 받아들이면서 체념하는 것은, 미세먼지 문제의 주범은 중국이라는 단정적인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영향이 평소 30~50% 수준이란 것은 평균적으로 보면 국내 영향이 더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기류가 정체돼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만 줄여도 대기 상태가 크게 개선된다”고 말한다. 미세먼지의 국내 기여도와 배출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배출량 기준 측정·대책 부작용’ 지적도

 

지동차


문제는 국내발 미세먼지의 원인도 어느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국내 대기 오염원 전체를 보면 최근 주요 규제 대상인 자동차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배출량 조사를 보면 PM10의 경우 제조업이 국내 전체의 64.9%나 차지하고, 다음이 비도로이동 오염원(11.9%), 도로이동 오염원(10.8%)이다. PM2.5도 제조업이 52%로 절반을 넘고, 비도로이동 오염원 17.3%, 도로이동 오염원 15.6%이다. 이렇게만 보면 자동차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은 실효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별 차이, 단순 배출량으로만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만 보면 경유차의 기여도가 가장 높다. 특히 질소산화물에 의한 2차 생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배출량만으로는 실제 공기 질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 부족하다”며 “해당 원인이 실제 미세먼지 농도에 기여하는 정도, 인체에 해를 끼치는 정도를 따져보면 경유차의 위험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배출량 기준 측정과 대책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배출량과 농도 관계의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현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1차 오염물질의 경우 해당 지역의 관리만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2차 대기오염물질 미세먼지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유입, 배출물질별 상호작용, 계절별 변화, 상하층 기상 특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역시 유사한 시기에 과학적 접근을 위한 측정, 대기질 모사 플랫폼 마련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행정과 과학이 연계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비용 대비 효과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배출원 관리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또 같은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저감되는 배출량이 다르고 같은 배출량이 저감되더라도 미세먼지 농도로의 전환 정도가 다르다. 영향 범위에 따라 인구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 대한 비용 대비 편익이 크게 달라진다. 결국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정량적 기여도 분석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미세먼지 구성 성분에 대한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더 깊이 있는 연구·조사와 여기에 기반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북아 국제기구 설립 주장도

 

설립


김순태 교수는 “단순 규제보다는 정확한 오염 원인과 영향 등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기 교수는 “지역별로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규제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지역에 맞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 개선 공동체를 통한 국제협력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제10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은 서로 대기 오염물질을 주고받는 하나의 대기 영향권이므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하는 동북아 지역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 국제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