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친한 입사 동기 여성이 한 명 있다. 언젠가부터 남편이 그녀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저녁 늦게 업무상의 이유로 메신저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부부인 자신보다도 그녀와 더 친한 것 같아 소외감이 들기까지 한다.
이러한 '오피스 와이프'를 포함한 '오피스 부부'라는 말이 있다. 부부나 애인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이들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남녀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오피스 부부였다고 알려질 만큼 외국에서는 이런 관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최근 공무원들이 세종청사와 혁신도시로 대규모 이동하면서 '오피스 부부'가 더욱 이슈화 되고 있다. 가족과 분리된 '기러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업무와 직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보니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이성동료와 정이 들게 마련이다. 아내처럼 친하게 지내는 '오피스 와이프', 남편처럼 친하게 지내는 '오피스 허즈번드'는 직장생활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차 한 잔 하며 고민을 나누고 업무를 도와줄 뿐 아니라, 술 한 잔 하면서 함께 직장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 직장생활의 활력소, 그러나 장담할 수 없는 남녀 관계
이런 역할이 회사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는 있지만, 남녀 간의 관계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배우자가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을 서로 원할 때 오피스 부부는 언제든지 동료관계에서 연인관계로 바뀔 수 있다. 가정에서 부부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 서로에게 소원해지다보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오피스 부부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50%, 여성은 30%가 인정한다. 그 이유는 ①업무적 도움 ②조언과 충고 ③생활의 활력소 순이다. 또한 직장인 10~30%에서 실제 오피스 부부가 있다는 통계도 있다. 상대방의 성적매력에 대해 남성은 70%, 여성은 30%에서 느낀다고 답했다.
오피스 부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이중적인 성(性)이 이중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오피스 부부는 왜곡될 수 있다. 오피스 부부가 불륜으로 몰려 희생양이 될수도, 불륜을 오피스 부부로 위장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오피스 부부로 인한 갈등,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오피스 부부로 인한 갈등, 어떻게 해결할까
첫째, 부부 간 소통이 중요하다. 부부끼리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에 친밀감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배우자에게 잘 통하는 이성 동료가 있는지 대놓고 물어보자. 있다고 하면 절대 기분 나빠하지 말고, 그 존재를 인정해주자. 대신 모든 것을 드러내 놓고 토론하자. 그 사람의 어떤 면이 좋은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자.
배우자의 말을 다 믿을 필요는 없지만, 의심하는 것보다는 속아주는 편이 낫다. 그냥 토론하는 것 자체로도 배우자와 소통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 이 세 가지를 가볍게 점검함으로써 배우자가 선을 넘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하자.
둘째, 멋진 남자/여자가 되자. 오피스 허즈번드/와이프의 좋은 면은 나의 부족한 면이므로 이 점은 인정하자. 완벽한 배우자가 돼야 한다는 환상은 버리되,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자. 배우자의 회사 일이야 들어도 잘 모를 수 있겠지만 회사 일이 힘든지정도는 자주 물어보자.
셋째, 사내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남녀 간의 경계를 지켜주는 것은 이성(理性)이지만 이성은 감성에, 감성은 충동에 무너진다. 따라서 오피스 부부를 인정하되 사내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①남녀 간 카풀을 금한다. ②저녁식사 후 남녀 둘이 2차 가는 것을 금한다. ③아주 급한 일을 제외하고는 사적인 연락을 금한다.
개인과 사회 모두 가정을 지키기 위한, 남녀 간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오피스 부부를 통해 직장생활에서 시너지를 얻으면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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