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코노미스트

서울 수도권 주택시장, 2006년처럼 과열 될까?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기록 갱신 중이다.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져 시장이 활황이던 2000년대 초중반보다 분위기가 더 달아올랐다.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에선 2006년과 같은 과열 우려도 나온다. 


▦ 뜨겁게 달아오르는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4월 들어 15일까지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가 6000가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4월 한 달간 거래량은 1만2000여 가구에 이를 것이다. 2013년 8·29대책 영향으로 거래가 많았던 지난해 4월보다 40% 정도 증가한 물량이며, 2006~2014년 4월 평균 거래량의 두 배다. 1~3월 거래량에도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서울·수도권 분양시간의 청약열기도 뜨겁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이 두 자릿수인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으며, 최고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2월 말부터 서울·수도권 1순위 자격이 청약통장 가입기간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됐지만, 자격 완화로 늘어난 1순위자보다 청약자가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서울 수도권 주택시장 청약접수


지난해에는 위례신도시가 청약돌풍을 일으켰다면, 올 들어서는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다. 이곳에서 1~3월 3311가구 모집에 1순위자 총 6만38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8.24:1에 이르렀다. 지난 4월 10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2차는 1순위 평균 5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주택형·지역별 최고 경쟁률은 269:1이었다.


순위 내 마감도 만만찮던 강북지역의 경쟁률도 치솟았다. 삼성물산이 지난 4월 2일 청약접수한 광진구 자양동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1.8:1이었다. 강북지역에서 1순위 경쟁률이 10:1을 넘기기 쉽지 않은데 기대 이상으로 청약자들이 몰린 것이다.


▦ 올 봄, 2006년처럼 과열될까?


이러한 현상은 2006년을 연상시킨다. 2003년 정부의 강력한 주택시장 규제책으로 2004~2005년 약세를 보이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2006년 봄에 도약하기 시작했다.


주택 매매거래량 급증과 천정부지의 청약경쟁률은 지금과 2006년 봄의 공통점이다. 때문에 2006년에서 2008년 금융위기까지를 떠올리며 '과열'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2006년과 지금의 주택시장은 '체질'이 달라 과열로 단정짓기 어려운 면이 많다.


2006년에는 초반 시장이 뜸을 충분히 들인 상태에서 투자수요가 주택구입에 많이 나섰다. 올해엔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집을 많이 샀다. 올해 집을 많이 산 지역은 강남권이 아닌 강북지역이며,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들의 주택 구입이 많았다. 

2006년 2015년 서울 주택시장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2006년에는 45.9%였는데 지금은 69.2%로, 2006년에는 집을 사기 위해서는 전셋값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전셋값 절반 정도면 된다. 2006년의 경우에는 집값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시장을 주도했다.


또한 2006년엔 주택시장에 대규모 개발호재가 많았다. 2기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었고 서울에선 뉴타운 붐이 일었다. 판교신도시 분양도 집값에 불을 댕기며 분당과 인근 용인 등의 집값 이 뛰었었다. 하지만 올해 주택시장엔 이렇다 할 재료가 없다. 공공택지 신규 개발은 중단됐고 뉴타운은 출구전략에 갇혀 지지부진하다.


▦ 안정적인 집값으로 과열이라고 보기는 힘들어


>2006년엔 주택시장에 돈이 넘쳐났다. 토지 보상금이 13조원 넘게 풀렸었다. 하지만 올해는 기준금리가 2% 밑으로 떨어진 저금리가 돈줄로, 실제 담보대출 금리는 3%정도다. 뭉칫돈인 보상금에 비하면 어차피 빚인 대출금의 위력이 크지 않다.


2006년과 올해 주택 구매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 사이 금융위기가 끼어 있어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고 소득은 좀 나아졌다. 그러나 호주머니 사정은 크게 다르다. 2006년엔 연 5%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올해는 3% 정당도 낙관하기 힘들다. 2006년에 비해 올해 주택시장의 여건이 취약한 셈이다.


2006년 2015년 주택시장


거래량 급증에도 2006년과 달리 올해 집값이 안정적이다. 3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48%로 1,2월보다 높아지긴 했어도 1986년 이후 장기 3월 평균 상승률(0.67%)보다 낮다. 2006년 3월 상승률이 1.77%였다. 과열여부는 거래량보다 가격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집값이 요동쳐야 과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하반기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다소 회복되기는 했어도 아직 금융위기 전 수준에 못 미친다. 서울 아파트값은 금융위기 직전의 93% 선이고, 수도권 외곽과 중대형은 이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다. 저금리 외에는 주택시장 환경이 썩 좋은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집값이 2000년대 중반처럼 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