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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그리스 사태, 되풀이되는 그리스의 역사?

그리스는 금융위기로 인해 '실패한 국가'라는 평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리스가 이러한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오늘날 그리스의 비극은 그리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는 수세기 동안 외부 세력의 지배를 받으면서 국민과 국가 사이의 유대가 끊어진 국가다.

 

▧ 오랫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아온 그리스

 

그리스 사태

 

오랫동안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다가 1829년 독립한 후, 현대 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이오아니스 카포디스트리아는 막강한 지방 군벌들의 반발로 암살당했다. 다음해 그리스 최초의 현대 국왕 오토가 즉위했지만 그는 독일 바이에른 출신의 왕자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3년 터키에서 그리스인 수십만명이 추방됐고 터키인 역시 그리스를 떠나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그리스인은 나치에 점령당해 고초를 겪었다. 게다가 그리스 공산당이 일으킨 내전은 1945년부터 5년 간 지속되었으며, 1967에서 1974년까지는 미국의 지지를 받는 군사정권이 그리스를 통치했다.

 

▧ 그리스 사태는 트로이카와 독일 탓?

 

이렇게 오랫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아온 그리스인들 사이에서는, 부채 위기에 관해서도 전 세계가 자국을 적대시하며 파괴하려 한다는 음모론이 성행하고 있다.

 

그리스 사태

 

아테네의 투자은행 그룹 악시아 캐피털 마켓츠의 콘스탄티노스 쿠포폴루스 대표는 "그리스인에겐 유대인·미국인 등 늘 잘못을 탓할 상대가 있다. 우리는 세계가 우리에게 빚졌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뭔가 해야 한다"며 그리스가 경제적 무기력을 외세 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을 지적했다.

 

그리스는 현재의 부채 위기에 대해서도 '트로이카'로 알려진 국제채권단과 특히 독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이 그리스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차관을 제공하면서 이득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 부정부패한 권력층, 떠오르는 시리자

 

그리스의 사회주의 정당 파소크와 보수 정당 신민주당이 수십년 동안 권력을 나눠가지면서 서로 뒤를 봐주고 눈 감아주는 문화가 만연하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두 정당이 번갈아 권력을 잡으니 그리스인이 국가에 충성할 필요도 없어지고, '정부가 사복을 채우는데 왜 내가 세금을 내야 하나'는 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스 시리자

 

부패한 지배 계층에 대한 분노가 고조되면서 지난 1월 급진좌파연합 정당 시리자가 우익 독립그리스당과 손잡고 새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전 정부들은 민생에 관심이 없었지만 시리자는 빈곤과 실업에 신경을 쓴다며 반기는 국민들이 많다.

 

실업률이 높고, 사회적 박탈감이 팽배하며, 이민자도 많은 현재 그리스의 상황에서는 시리자와 같이 빈곤과 실업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