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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내수 강자 KT&G의 담배사업, 글로벌 기업으로

‘KT&G’ 하면 담배가 떠오른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흔히 KT&G의 국산 담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KT&G가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새마을·거북선·신탄진·청자 등을 거쳐 지금 팔리고 있는 에쎄·레종·더원·보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은 명멸했을 뿐 KT&G의 주력사업은 여전히 담배사업이다. 1988년 담배시장 완전 개방 이후 다국적 담배기업들이 생산한 외산 담배들이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담배회사는 역시 KT&G다.

 

특히 올해의 경우 KT&G에는 특별한 한 해다. KT&G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판매량이 내수 판매량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2천원에 가까운 담뱃세 인상 이후 국내 총수요가 급감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3%나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정부의 담배에 대한 규제강화로 인해 앞으로도 KT&G의 내수 매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KT&G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판매량 감소에도 KT&G 주가는 오히려 호조세를 보이는 이유로 수출의 급성장이 거론된다. 지난 10월 22일 발표된 KT&G의 3분기 경영 실적에 따르면 내수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담배 수출과 홍삼 사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해외 판매량 15년 만에 42배 성장

 

KT&G의 첫 수출은 1988년 국내 소재 무역상사를 통해 쿠웨이트에 솔·은하수 등의 제품을 간접수출한 것이다. 1999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되어 현재 세계 5위의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올라섰다. 1999년 에 비교했을 때 지난해 해외 담배판매량은 16배 이상, 금액 기준으로는 42배 이상 증가했다.

 

KT&G의 담배사업 중 국내와 해외 비중을 살펴봐도 이와 같은 글로벌 사업의 고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판매량 기준으로 1999년 97%대 3%였던 국내와 해외 비중은 2005년 68%대 32%로, 2014년에는 56%대 44%로 해마다 그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급기야 올해 들어 해외판매량이 내수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KT&G의 수출 지역 또한 중동 및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됐던 것이 동남아·미주·유럽 등 전 세계 50여 개국으로 확대됐고, 현재 러시아·인도네시아·이란·터키·미국 등 5개국에 현지 생산 또는 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KT&G가 주목하는 해외시장

 

해외사업 주요 진출국이자 KT&G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담배시장의 규모가 한국보다 3배 정도 크며, 경제성장 및 시장개방 등에 따른 궐련담배 총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중국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총수요 2조5천억 개비가량으로 전 세계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시장이다. 현재 중국은 외산제품에 자국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시장이 개방되면 13억 인구의 소비력과 젊은 층의 구매력 향상 등의 요인으로 전 세계 담배기업의 가장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T&G는 향후 중국시장 개방을 대비해 현지조직을 설립·운영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KT&G가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초슬림 제품의 기술교류 등의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2010년에는 세계 2위 담배시장인 러시아에 에쎄 공장을 준공했고, 2014년 국내 신탄진공장은 3년 5개월에 걸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 초슬림 담배 공장으로 재단장했다. 350억 개비였던 생산규모를 850억 개비로 확대했고, 특히 초슬림 담배 생산시설을 590억 개비 수준으로 증설해 전 세계 초슬림 담배의 50%가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 규제와 경쟁 심화 위협... 극복해야 할 과제 산적

 

KT&G가 지금까지 국내시장 방어를 넘어 수출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었던 데는 과거 시장개방과 민영화를 겪으면서 추진했던 과감한 경영혁신의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당시로서는 세계 담배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외국계 회사에 문호를 열면서 국내 담배산업의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각이 컸다.

 

KT&G는 ‘환골탈태’를 위한 경영 효율화 노력을 추진했다. 담배제조 및 인쇄공장을 9개에서 4개로 감축 시키는 등 시설을 합리화와 업무 자동화를 통해 1인당 노동생산성을 733%나 상승시켰다.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와 시장 분석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 경영’을 앞세워 외국계 경쟁사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근본적인 기업 체질개선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외국계 담배회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지금까지 60% 수준의 점유율로 국내 담배시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담배시장 개방국가 중 로컬기업으로서 세계 최고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적극적인 해외 신시장 개척의 노력으로 현재 ‘Global Top5’가 되기에 이르렀다.

 

KT&G는 중장기 성장에 대한 돌파구는 해외에서 마련할 방안이다. 신흥 거대시장을 집중 개척해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도약하고, 국내에서도 굳건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나갈 계획이다. 내수 강자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로 뻗어 가는 KT&G의 내년 행보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