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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조선시대 수라상이 오른 ‘연산오골계’

'검은색 닭'. 흔히 오골계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오골계의 검은 깃털은 색소유전자 돌연변이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골계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허한 몸·신장·간장의 보약, 연산오골계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오골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 가축(축양동물, 畜養動物)에는 진도진돗개(제53호), 연산오계(제265호), 제주제주마(제347호), 경산삽살개(제368호), 경주개동경이(제540호), 제주흑우(제546호) 등 6종이 있다.


그중 뼈가 검은 오골계(烏骨鷄)에는 여태껏 애지중지하며 키워서 잘 보호·보존되고 있는 검은색 깃털을 가진 충남논산의 ‘연산오계(連山烏鷄)’가 있고, 딱하게도 지금은 없어졌지만 깃털이 하얀 부산 기장읍의 ‘기장오골계’가 있었다 한다. 흰 깃털을 차려입은지라 백봉오골계(白鳳烏骨鷄) 또는 실키(silkie)오골계라고 부르는 기장오골계는 일제강점기 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해방 후에 천연기념물 135호로 재지정되었으나 1980년대에 어림짐작이지만 난데없는 조류독감(AI)으로 속절없이 절종(絶種)이 되어 하릴없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하였다.


먼저 보호종인 연산오계부터 보자. 깃이 검은 연산오계는 한국 토종닭이라 해도 진배없다. 이 종은 흑인들의 얼굴이나 피부에 생기는 흑색침착(黑色沈着, melanism) 현상처럼 중배엽성(中胚葉性)인 뼈나 근육은 물론이고, 외배엽성(外胚葉性) 상피조직(上皮組織)인 깃털·부리·볏·다리·살갗·눈·혀·발톱·귓불·육수가 모두 검다.


그리고 모습과 허우대는 일반 닭과 큰 차이가 없으나 체형이 둥글고, 비교적 머리가 작으며, 꽁지와 다리가 짧은 편이다. 키우기가 꽤나 까다롭고, 체질은 어지간히 허약하며, 산란 능력도 변변찮지만 깃털의 성질은 보통 닭과 같아서 사방 쏘다니고, 훌훌 마구 치솟아 날아오른다(실키는 날지 못함). 발가락은 일반 닭과 같이 4개(실키는 5개임)이고, 정강이와 발가락 사이에 잔털이 없다(실키는 있음).


연산오골계는 부화 때는 수평아리 32g, 암평아리 29.6g이고, 보통 24주면 거의 다 자라며, 167일경에 처음 알을 낳고, 1년에 고작 100~150개를 낳는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보호조건으로 수탉은 몸높이 28~30㎝, 무게 1.5~1.7㎏이어야 하고, 암탉은 23~25㎝의 몸높이에 1.2~1.4㎏이 돼야 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흑색오골계를 귀히 여겨 정성껏 보존하는 것으로 보아 연산오계는 중국에서 온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치 않으나 “고기 맛이 달고, 허한 몸이나 신장, 간장을 보하는 데 효험이 있다”고 허준의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보감>이 완성된 1610년(광해군 2년) 이전에 이미 사육되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오골계는 조선시대에서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하고, 아직도 여름보양식으로 알아주며, 또 예로부터 간·콩팥·중풍·신경통·타박상·골절상에 좋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요근래 오골계의 검은 살에 아미노산인 알라닌과 히스티딘이 결합한 카르노신(carnosine)이라는 항산화물질(抗酸化物質)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 알려져 ‘기적의 아미노산’/‘L-카르노신’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단다. 세상에 몸에 좋다는 약이 하도 많으니….


다음은 흰 깃털이 비단실처럼 매끄럽고 보들보들하면서 살이 검어 사우오골계(絲羽烏骨鷄)라고도 불리는 ‘실키오골계’ 이야기다. 오골계는 깃털빛깔이 검은색인 것과는 달리 흰색·청색·회색·황색 등 아주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거죽과 뼈다귀가 퍽도 검다. 그중 흰색 실키는 검은 깃털오골계보다 세계적으로 더 많이 키우며, 일본 천연기념물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으로 짐작한다.


발가락이 5개인 실키


실키는 새하얀 솜깃털(down feather) 닮은 부드러운 깃털을 가진 탓에 비행 능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전형적으로 머리는 작은 편이고, 호두 모양의 볏에다 목 부분에 축 늘어진 붉은 피부인 육수(肉垂, wattle)가 검으며, 청록색 귓불을 가진다. 발가락이 보통 닭이나 검은 깃 오골계가 4개인 것과 달리 5개로 뒷발가락 위, 며느리발톱(싸움발톱) 사이에 또 하나의 긴 발가락이 난다.


이 또한 병에 취약하고, 성장이 매우 느리며, 달걀도 훨씬 적게 낳는 편이나 성질이 온순하고, 고분고분 붙임성이 있으며, 그토록 알을 잘 품고, 더군다나 그리도 새끼 치송도 잘 한다. 그래서 다른 새알을 안기는 대리모(代理母)로 쓰일 정도다. 알은 크림색에 가깝고, 기껏 보통 달걀의 3분의 2 정도며, 1년에 채 150개를 낳기도 힘들다.


언제, 어디가 원산지인지 확실치 않으나 아마도 중국 아니면 인도나 자바일 것으로 추측한다. 실키가 가장 처음으로 기록에 등장한 것은 마르코 폴로(Marco Polo)의 기록에서 인데 13세기 아시아여행기 중에 ‘헝클어진 털로 뒤덮인 닭(furry chicken)’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오골계는 긴긴 세월 사람 손에 키워졌기에 순종(純種) 즉, 순계(純系, pure ilne)를 찾기가 힘들다. 그동안에 재래품종이 다른 닭과 자연교잡이 일어났고, 또 자연돌연변이도 생겨서 많은 유전자형이 섞인 잡종(雜種, hybrid)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 mtDNA)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오골계도 크게 보아 3개의 혈통(lineages)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역시 나름대로 교잡과 유전적 변이가 있었다는 증거다.


깃털이 새까만 오골계나 하얀 실키오골계는 모두 다 외배엽성인 깃털 따위 말고도 결합조직(結合組織)인 골격이나 근육까지도 송두리째 검다. 그것은 모두 멜라닌(melanin) 색소에 관여하는 Fm유전자(Fibromelanosis gene)가 돌연변이(突然變異, mutation)를 일으켜 심한 색소침착(hyperpigmentation)이 일어난 탓이다. 다시 말해 오골계가 검은 것은 색소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의 손발가락이 6개 이상 생기는 육손이(다지증, 多指症)처럼 실키는 발가락이 5개다. 그야말로 독특하고 괴이한 변종(變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