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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불법과 무법 난무하는 경마 전문지 시장

연간 800만 부 이상 규모의 경마전문지 시장에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마사회 허가를 받은 업체만 발행할 수 있는 경마전문지는 임대차 계약을 맺은 국가유공자나 장애인등이 지정판매소에서만 판매가능하다.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매체에서 발행할 뿐 아니라 불법으로 가판대에서 버젓이 판매까지 되고 있는 실정... 마사회는 단속권한이 없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마사회(KRA, 회장 이양호)가 운영하는 장외마권발매소 주변에 불법·무법이 난무하고 있다. 마사회 규정상 경마 전문지(예상지)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체불명의 판매인들이 이용객들을 상대로 불법 판매행위를 벌이고 있다. 불법 가두판매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양호 회장을 비롯한 마사회 수뇌부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외마권발매소를 찾은 이용객들이 경마 전문지를 구입하기 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경마장 이용객의 필수품인 경마 전문지는 마사회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발행할 수 있다. 발행사는 판매 허가와 동시에 마사회로부터 경마정보(출전표·성적 등)를 제공받고, 경마장 내 출입 제한지역에 대한 취재권을 얻게 된다. 발행사에는 경마매체 관리규정준수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마사회로부터 경고를 받게 되며, 경우에 따라 판매 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다.

 

마사회 경마매체 관리규정 제24조 제6·9·10호에 따르면 전문지는 본회(本會)가 지정한 장소에서 판매되도록 판매업자에게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또 전문지는 관련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판매가 가능한 장소(본회가 지정한 장소)에서만 판매해야 하며, 인도·차도·지하철 역사 통행로 등에서 불법·편법으로 판매(판매대 진열, 신체 소지, 호객행위 등)해서는 안 된다. 전문지를 타인에게 공급해 판매한 경우에는 공급받아 판매하는 자 또는 공급받아 유통하는 자에게 제9호에 따른 의무(지정 장소 외 판매 금지)를 부과해 당해 전문지가 불법·편법적인 방법으로 판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판매인이 신문지에 말아서 숨기는 방식으로 특정 매체를 판매하고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현재 27개 매체가 마사회의 판매 승인을 받아 전문지를 발행한다. 판매 승인을 받지 않은 매체를 더하면 30개에 육박한다. 경마 전문지의 발행 주기는 주당 3(경마 시행일인 금··)가 일반적이다.

 

경마 전문지의 판매는 마사회와 판매인 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뤄진다. 계약을 맺은 판매인은 판매인 임대차 규정에 따라 마사회 본장(本場) 및 지점 내 지정 판매소(시중 편의점도 가능)에서만 판매 행위를 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대상은 국가유공자·장애인 등이다. 판매인들의 협의체로 경마전문지판매인협의회(경판협)가 있다.

 

문제는 일부 유통업체 등이 자신들이 고용한 판매인들을 통해 가두판매를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가두판매는 엄연히 불법이다. 그런데 우후죽순 가두판매가 늘면서 이들의 판매 규모가 경판협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발행사는 경판협과 유통업체 둘로 나뉘어 물량(전문지)을 공급하고 있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유통업체를 통한 전문지 판매량이 경판협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많다고 주장했다.

 

유통업체로는 S, D, 또 다른 S사 등이 있다. 유통업체들은 판매인들을 직접 관리하지는 않고 물량만 공급해준다. 판매인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익에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불법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익은 유통업체가 30%, 판매인이 70%를 가져가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전문지 매체 1(시장 점유율 약 35%)를 달리는 A매체의 경우 판매인들에게 접근해 A매체 판매만을 종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A매체가 가장 잘 팔리는 만큼 유통회사들이나 판매인들로서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3회 발행, 17~18만 부 시장

 

매대에 진열돼 있는 경마 전문지. 마사회의 허가를 받은 매체 27, 무허가 매체 2곳 등 29개 매체가 발행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일부 발행사와 유통업체들이 가두 판매인들에게 전문지를 공급하고 있다. 또 마사회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지 않은 일부 발행사도 가두 판매인들에게 전문지를 공급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마사회에 불법 판매인들을 직접 단속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전문지 발행사들이 불법 판매인들에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재(주의·경고)는 하고 있다. 가두 판매인들에 대한 단속 권한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만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단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마 전문지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70~80년대 이른바 5대 전문지로 불리는 매체가 경마 전문지의 효시 격이다. 지금도 발행 중인 <신마뉴스>가 독보적 1위였는데, 당시 너무 잘 팔리다 보니 다른 업체들을 위해 인쇄 분량을 조절하기도 했다고 한다.

 

컴퓨터 기술이 도입된 90년대 이후 경마 전문지도 질적인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한편으로는 매체들 간의 경쟁도 격화됐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규정을 준수하고, 시장 질서를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경마전문지협회가 설립됐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야외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며 경주를 지켜보고 있는 이용객들.

 

경마 전문지 시장에 큰 변화 바람이 인 것은 2000년대 초반. 경마 전문지 가격을 2000~2500원에서 4000으로 일제히 인상한 다른 매체들과 달리 A매체는 유일하게 1000원 짜리를 발행했다. 가격 인상 러시 속에서 저가 유지가 이 매체의 성공 비결이었다. A매체의 성공 이후 저가 매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마사회는 본장 3(서울, 부산·경남, 제주)과 전국적으로 31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경마 이용객(입장 인원)은 본장과 지점을 합쳐 연간 1500만 명 수준이다. 연간 프로야구 관중 수(800만 명)의 두 배에 이른다. 대한민국 국민 3.3명 중 1명이 1년에 한 번꼴로 경마장에 가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마 전문지의 시장 규모는 주당 17~18만 부에 이른다. 월로 환산하면 60여만 부, 연으로는 800여 만 부를 상회한다. 이 가운데 A매체가 35%로 시장 점유율 1, 한국경마미디어연합회 소속 나머지 7개 매체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1부당 가격은 1000~4000원 정도.

 

불법 가두판매 등으로 유통질서가 무너지자 한국경마미디어연합회 차원에서 경판협과 각 유통업체에 공문을 보내 정상적인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유통업체들과 연계돼 있는 불법 판매인들은 마땅히 규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지 발행사를 관장하는 마사회가 단속에 나서야 하지만 사실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내부가 아닌 외부 단속은 어렵다는 것이 마사회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박·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경마산업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공정성은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경마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