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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고령사회, 당당하게 존경받는 노인이 되는 법

유엔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17년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 고령시대에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대한노인회가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봉사단체로 노인의 삶의 질을 높여줄 허브 기관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미국의 밀켄 경제연구소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건강과 미래 연합(Alliance for Health and Future)’의 로버트 버틀리 박사는 건강 측면에서 볼 때 오늘날 60세 여성은 1960년대의 40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날 80세 남성은 1975년의 60세 남성과 비슷한 상태라고 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는 ‘0.8 곱하기 인생’이라는 나이 계산법이 있다. 현재 나이에 0.8을 곱하면 옛날 사람의 나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 계산법대로라면 80세인 이성우씨는 옛날 같으면 64세, 94세의 안장녀 할머니는 75세밖에 안된다. 그만큼 요즘 노인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얘기다.


한국이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할 즈음, 전국 700만 노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한노인회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8월 9일 취임식을 열고 제17대 대한노인회장으로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대기업 오너가 노인회장을 맡은 것은 1969년 대한노인회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회장은 봉사직… 700만 노인 대변할 터”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10월 20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행사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전희경·김상훈 의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한노인회장 자리가 700만 노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봉사하는 자리라는 생각으로 일하겠다. 노인이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어른다운 노인으로 당당하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처우 개선건에 대한 약속 이행, 대한노인회의 임의단체 사단법인에서 완전한 법정단체로 전환, 경로당 회비 상납제도 폐지, 노인복지정책연구원 발족 등 정책 추진도 약속했다.

 

이 회장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00만 명에 달하지만 노인회 회원이 300만 명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은 그동안 지회들이 회비 일부를 중앙회로 올려 보내는 ‘상납제도’의 폐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대신해 지원제도로 운영 방식을 바꾸고 각 지회장의 활동비도 별도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당선 직후부터 시·군·구 지 회장 244명과 시·도 연합회장 16명 등 261명에게 직무활동비로 매달 1인당 100만원씩 총 2억6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비좁은 대한노인회 사무실 문제를 해결하고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노인회 사무실을 부영태평빌딩으로 이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한노인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6만5000여 개의 경로당, 시·군·구 지회 244개, 시·도 연합회 16개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 대한노인회 부회장으로 7년 동안 일했던 이 회장은 회장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인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봉사와 헌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노인 건강, 복지 향상, 노인 일자리 창출 등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노인들의 대표적인 쉼터라 할 서울 종로구 파고다공원에 대규모 노인공원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 회장은 노인들을 위한 치매 전문병원 건립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노인 인구는 현재 700만 명에서 2025년 10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장차 국가의 노령 인구 관리 차원에서 노인지원부의 신설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비로 대한노인회 등에 전폭 지원하는 것은 뭘 바라거나 생색을 내려는 것이 아니다. 시골에서 ‘고사떡’을 돌리는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라며 “(기업인으로서) 봉사하고 베풀어야 한다는 것은 이 회장의 오랜 철학”이라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대한노인회 부회장 자격으로 지금까지 전국에 경로당 200여 곳을 지어 기부했다. 2017년 3월에는 전북 무주에 260명이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노인교육연수원을 지어 대한노인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노인 문제 총괄할 허브 기관 절실”

 

태권도 평화봉사단

▎ 2016년 3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제16기 태권도평화봉사단 해단식에서 이중근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총재와 김기웅 고문이 단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대한노인회

  

이처럼 이 회장 취임 이후 대한노인회에는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대한노인회는 봉사단체로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며 “앞으로도 회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2011년 3월 대한노인회법의 제정을 통해 법정단체로서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대한노인회는 마을 단위까지 구축돼 있는 경로당·노인대학 등 산하 단체들이 지자체와의 유기적 협력·지원을 바탕으로 사업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노인회는 노인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회 및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에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를 설치해 노인자원봉사클럽을 조직·운영하고 있다.

 

또 경로당의 기능을 지역의 노인 복지 및 정보센터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2011년 9월부터 경로당 지원에 대한 운영 모형 및 지침서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2년부터 경로당광역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와 함께 노후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04년 9월에는 노인취업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대한노인회는 1000만 노인시대를 앞두고 업무의 효율적·통합적 추진을 위해 노인 복지 업무를 통합·관리할 ‘노인복지청’ 설립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노인복지청 설립을 둘러싼 논의와 활동은 2005년 이래 10여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왔다. 2005년 7월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첫 입법공청회가 열렸고, 2012년 9월에는 대한노인회가 주최하고 백세시대가 후원하는 노인복지청 설립을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2013년 7월에는 대한노인회가 국회의원 181명을 비롯해 131만6593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노인복지청 설립에 관한 청원’을 냈다. 2016년에는 이종배·홍문표·경대수·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노인복지청 설립을 위해 각각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2017년에도 양승조·박인숙 의원이 각각 유사한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발의한 의원들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추계(推計)에 따르면 노인복지청 설립 시 연평균 예산이 65억~6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부담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회 입법은 번번이 좌절됐다. 정부 조직에 관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노인 정책만 따로 분장하기보다 아동·청소년·가족 등 다른 기능과 결합된 형태로 수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청’의 신설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인 서울사이버대 교수는 최근 열린 ‘노인복지청을 신설하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는데 국가적으로 노인 문제를 소홀히 다룬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높은 고령자 취업률 등 모든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룰 허브 기관으로서 노인복지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노인회 산하 노인지원재단은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새로운 노년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총체적인 노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다양화되고 있는 복지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적·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노인이 없도록 하기 위해 2012년 5월에 정식 출범했다.

 

일자리와 건강이 최고의 복지

 

노인의료나눔재단은 저소득층 노인 무릎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등 노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의 보건소·주민센터·의료기관·대한노인회 지회 등을 통해 신청(1661-6595, www.ok6595.or.kr)할 수 있다.

 

대한노인회는 노인 지도자 교육과 더불어 자원봉사지도자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웰다잉(행복) 전도사 교육을 새롭게 도입해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또 전국 순회 시니어 포럼을 개최해 대한노인회의 사업 방향을 공유하고, 고령화 현상의 현주소 및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대한노인회는 건강한 노년 생활의 기틀을 마련하고, 노인들에게 여가선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노인 회원들이 화합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대통령기 전국 노인 게이트볼대회, 전국 어르신 생활체육대회, 대한노인회장기 노인한궁대회, 전국 노인축구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노인회는 미주연합회·일본연합회·베트남지회·브라질지회·아르헨티나지회·호주지회·태국지회·캐나다지회 등 해외 지부·지회 설립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해외 동포 노인 사회를 대한노인회의 중심으로 연결·통합하는 데 앞장서 왔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노인은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부모는 그분들의 자녀가 돌봐온 게 우리 사회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녀가 줄고, 노인들도 자신의 문제를 자녀들에게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에 노인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모호해진 게 사실”이라며 “국가나 정부가 가족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원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사회단체 등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