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문재인 케어가 화두가 되고 있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정책이지만 지금 재정 면에서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앞으로의 의료비 혜택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와 민주노총 관계자가 “2020년 건강보험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사용자 단체와 노동자 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건 이례적이다.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경총은 인상 반대를 외칠 법하다. 그런데 평소 건강보험의 보장 확대 정책을 요구해 온 민주노총이 경총 옆에 선 건 왜일까?

그다음 구호에서 ‘이색 전선(戰線)’이 꾸려진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정부가 2007년부터 13년 동안 국고지원금 24조5000억원을 미납한 채 보장 범위만 확대해 놨는데 그 부담을 오롯이 가입자들이 지고 있다. 정부가 책임을 다하기 전엔 보험료를 올릴 수 없다.” 민노총은 건강보험 가입자, 즉 노동자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해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한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2017년 8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일컫는 용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의료복지 공약이다. 국민 누구나 건강보험만 있어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로 출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7년 8월 9일 서울 서초구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건강보험 하나로 걱정 없이 치료받도록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핵심 목표는 의료 목적의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전면 급여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2017년 당시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였다.

우선 비급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를 2020년까지 급여화하기로 했다. 종합병원에서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시 15%에서 50%까지 추가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던 선택진료제도 폐지했다.

이 밖에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을 완화(소득 하위 50%의 건보 의료비 부담을 연 소득의 10%로 인하)하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제도화(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모든 질환에 대해 20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하겠다는 게 문재인 케어의 큰 골자다.

2018년부터 목표연도인 2022년까지 5년간 문재인 케어를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조6000억원이다. 정부는 이 재원을 ▷건강보험료 인상분(매년 3.2% 수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1조원(2017년 기준)의 절반 ▷나머지 부족분에 대한 국고지원금 확대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용자와 노동자 단체가 반기를 들면서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유일하게 남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1조원(2017년 기준)에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게 돼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문재인 케어의 재정추계가 타당하냐는 물음이 나온다. 이홍균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재원 조달(30조6000억원)이 가능한지, 이 재원만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이 재원 조달이 가능할지 세 가지 모두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임기가 끝나는 시점인 2022년까지 속도전을 펼쳐야 하는 정부의 앞길에 그늘이 짙게 내리깔린 형국이다.


文 “국민 3600만 명 2조2000억원 혜택 봐”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번 정부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연간 의료비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선보인 적 있다. 계층에 상관없이 환자 부담금이 연간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배경에는 지난 10여 년간 60%대 초반에 머문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있었다. ‘보장률 60%’란 진료비 총액을 100만원이라고 할 때 환자는 40만원, 건보공단이 60만원을 낸다는 말이다. 보장률은 건강보험 급여비를 전체 진료비(건강보험 급여비+법정 본인부담금+비급여 본인부담금)로 나눠 계산한다. 분모인 법정·비급여 본인부담금을 줄일수록 보장률은 높아진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7년에 64%였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듬해 62.2%로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참여정부 때 수준을 밑돌았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민간보험의 역할을 확대하고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등 의료민영화 기조를 이어 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연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나게 됐다.

보건의료노조와 관련 시민단체는 꾸준히 의료민영화 반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싸워 왔다. 이들은 2016년 말부터 이어진 촛불집회에서도 ‘의료민영화정책 폐기’ ‘의료적폐 청산’ 등의 구호를 외쳤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건 당연한 수순으로 읽힌다.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문재인 케어의 ‘명(明)’은 뚜렷해 보인다. 일반 국민이 누리게 될 의료비 혜택이 그것이다. 정책 시행 2주년을 앞둔 지난 7월 2일, 건보공단 부설 일산병원에서 열린 성과보고회에서 문 대통령은 ‘전 국민 전 생애 건강보장의 시대’를 천명했다. “2018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민 3600만 명이 2조2000억원의 의료비 절감 혜택을 받았다”고 말하는 순간, 문 대통령의 표정은 한층 상기돼 있었다.

이날 문재인 케어로 혜택을 본 환자 가족도 마이크를 잡았다. 온몸에 점이 나는 ‘선천성 거대 색소 모반증’을 갖고서 2016년에 태어난 아이의 부모였다. 부모는 “수술비를 정산하는데 예상 금액보다 너무나 적게 나왔다”며 “누군가 실수로 ‘0’을 하나 빠뜨렸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 덕분에 입원이 필요한 어린이 환자는 종전의 절반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된 터였다.


지난해 인상율 2.04%에 그쳐… 5000억원 구멍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중심으로 “보장률 70% 달성은 어림도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2017년 9월에 발표한 소요재정 추계에 따르면, 보장률 70%를 달성하려면 2022년까지 5년간 최소 34조6347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추계치(30조6000억원)보다 4조원가량 많다.

의료정책연구소는 MRI와 초음파 검사가 소요재정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후속조치 목적으로 완전 급여화 이전 단계인 ‘예비급여’를 도입한 바 있다. 쉽게 말해 진료비 중 일부(공단 부담률 10~70%)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효과는 있으나 가격이 높아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비급여 항목이 대상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MRI와 초음파 검사를 예비급여로 전환했을 때 최소 6조9000억원에서 최대 9조6600억원까지 건보공단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면 5년간 드는 재정은 40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MRI와 초음파 급여화가 문재인 케어의 독소가 될 수 있단 이야기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종합병원급 이상만을 기준으로 내린 과도한 추계”라고 반박했다.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MRI·초음파가 비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고 총 비급여에서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전체 의료기관을 모두 고려할 경우 MRI·초음파에 들어갈 비용은 2조원 안팎”이라고 해명했다.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2조원 안팎이라는) 재정추계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수가인상과 인구 고령화, 새로운 의료기술 유입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재정 소요액은 기존 추계치보다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마당에 애초 공언했던 30조6000억원이 계획대로 확보될지도 의문이다. “2022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료 인상 폭을 3.2%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당장 지난해 인상률도 2.04%에 그쳤다. 이홍균 전 원장은 “보험료율이 1% 오를 때 보험료 수입 증가액은 2018년 기준으로 4500억원 정도”라며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미달한 1.16%p에 해당하는 금액은 5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게 한 해에 그치고 마는 일이 아니란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 A씨는 “2020년 인상폭도 3%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험료 인상률은 건강보험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결정된다. 건정심은 공익·사용자단체·근로자 단체 대표 25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보듯 사용자와 근로자 두 가입자 단체들은 성향을 막론하고 “정부가 먼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상 보험료 인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정부와 가입자단체

 

국민건강보험법은 ‘국가가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만 놓고 봐도 정부의 국고지원금은 보험료 수입 대비 13.6%에 불과한 실정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김종명 보건의료팀장(가정의학과 전공의)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라는 단서조항을 악용해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과소 책정해 왔다”며 “문재인 정권이 아니라 기재부 정권처럼 느껴질 지경”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엔 어떨까. 재정전문가들은 21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얼마나 빨리 소진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5월 고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2023년까지 적립금 규모를 11조100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적립금이 2018년 20조6000억원에서 2023년 4조4000억원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재부가 2017년 발표한 건강보험 중기(2016~2015년) 재정추계 결과에서도 적립금이 2023년에 소진되며, 2025년까지 누적적자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허리띠(건강보험 지출)를 바짝 졸라매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 빈 곳간을 물려줬단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복지부는 ‘비급여 풍선효과’로 인한 추가 지출 증가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일례로 과거 한방물리요법의 일종인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자, 비급여로 남아 있던 도인운동요법 진료비가 급증했던 일이 있었다. 한방병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직 의사 송윤희씨가 제작한 고발 다큐멘터리 [하얀정글](2011)에서 의사들은 “레지던트에게 MRI를 지시하면 그만큼 월급을 올려 준다”며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MRI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게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것은 업계의 일반적 관행이었다. 수익창출을 고민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비급여의 점진 축소’가 아닌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료행위를 예비급여 형태로 일부만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더라도 우선 건강보험권에 편입시켜야 풍선효과를 막을 수 있단 것이다. 3800여 개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완료하면 풍선효과 걱정을 덜 수 있단 게 당국의 판단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전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도 “비급여를 단번에 없애지 않으면 결코 보장률을 높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월 21일 자 [중앙일보]에 송고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16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5년에 비해 0.8%p 감소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정부는 3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했는데, 전년도보다 국민의 병원비 부담은 오히려 약 6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비급여 진료비가 1조원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난 정부에서 비급여를 한꺼번에 급여화하는 방식을 택했던 4대 중증질환에서는 보장률이 80%를 넘어섰다.”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현실적인 재정여건과는 별개로, 비급여를 다루는 방식만큼은 학계로부터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통 안 하면 文 케어 진영논리 휘둘릴 것”

 

그러나 김 교수는 “문재인 케어가 완료되더라도 여전히 풍선효과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해 12월 그가 발표한 ‘비급여 진료비 발생기전별 관리체계 구축 방안 연구’에서 나온 말이다.

김 교수는 연구 보고서에서 의료 목적인 비급여의 규모를 약 7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복지부는 이 중 78%에 해당하는 약 5조7000억원을 급여 전환 대상으로 본다. 다시 말해, 적어도 현재 비급여의 20% 이상은 앞으로도 비급여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관리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는 풍선효과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보건경제학 전공)의 전망은 좀 더 비관적이다. 홍 교수는 “의료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의 등장을 막지는 못한다”며 “비급여 항목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원광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사(사회학)는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언론의 프레이밍 방식에 관한 연구 논문을 올해 7월 해외 학술지인 [보건저널(Health Policy)]에 게재했다. 조 박사는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6개월간 발행된 주요 종합일간지 기사와 의료전문지 기사, 그리고 정부 보도자료 등을 대상으로 텍스트마이닝을 실시했다. 텍스트마이닝은 문장 속 의미를 추출하는 빅데이터 분석 방법이다.

연구 결과, 보수 성향 일간지들은 재정여건을 비롯한 위험요소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 성향 일간지들은 환자들이 받는 혜택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료전문지들은 의료 서비스 공급자의 우려를 대변하는 데 주력했다. 각 매체의 주 독자층을 겨냥해 적극적으로 관점을 형성(sense-making)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프레이밍 작업에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 보도자료는 단순히 문재인 케어의 혜택 항목들을 나열하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정부에 재정추계 내역을 요구하는 등 우려를 밝혔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학계 일각의 불만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조 박사는 논문에서 “정부가 프레임 형성과정에 뛰어들어 소통하지 않으면 정책이 진영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정책의 아킬레스건을 두고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방증일 수 있다. 초안대로 밀어붙이면 재정이 견디기 어렵고, 한 걸음 물러서면 공약 불이행이란 부담을 지게 된다. 그래서 문재인 케어는 “정부의 약속은 굳건 하다”는 문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이 정부의 풀리지 않은 딜레마다.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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