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불법체류 가능성 짙은 외국인을 무더기로 유치한 결과, 입국하고 취업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해요. 그래서 법무부는 이러한 대학에 비자 발급에 불이익 방침을 세우게 되었지요. 그래서 잠적한 외국인 학생 수소문에 교직원까지 투입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유학생 관련 업무를 맡은 A 교수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속이 시커멓게 타는 느낌이었다. 해외에서 이 대학에 교환학생 내지 어학 연수 명목으로 온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단 D2(유학)나 D4(어학 연수) 비자를 받아 입국하고선 취업 등 불법 체류자로 돌아서는 경우에 해당한다.

 

비자 만료 기간 내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학생 비율이 전체 유학생의 10%를 넘기는 대학은 정부로부터 패널티를 받는다. 우선 법무부가 이 대학에 비자발급 제한을 가하면서 당장 내년도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A 교수가 도망친 외국인 학생들을 찾는 일에 두 팔을 걷는 이유다.

학기 시작 전인 8월 어느날 저녁 무렵 이 대학을 찾았을 때 A 교수는 행정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잠적 학생 수소문에 여념이 없었다.

“교수님, 띠 히엔(가명) 학생 SNS에 새로운 사진이 떴어요!”

한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사무실에 있던 교수와 직원들이 일제히 모니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잠적한 베트남 여학생이 자신의 SNS에서 올린 사진을 이 직원이 찾아낸 것이다. 어디서 취업을 했는지 작업 복장을 한 이 여학생은 편의점 앞에서 동료로 보이는 일행들과 함께 웃는 사진을 올렸다.

“저 뒤에 찍힌 간판 좀 확대해 봐!” “00고시원?! 저기 근처에서 일하나 본데…?!”

한 직원이 사진 배경에 등장한 간판 상호를 하나씩 불러주면, 옆에 있는 직원들은 빠르게 인터넷에서 위치를 검색한다.

“교수님, 00고시원은 안양시 00구에 있네요.”

“거기 근처에 외국인 노동자들 근무하는 공장 많잖아. 보통 9시는 넘어야 퇴근하니깐, 한 시간쯤 있다가 출발하면 되겠네.”

이 여학생의 소재를 파악한 A 교수와 직원들은 그 지역 근로자들의 퇴근 시간대에 맞춰 이 일대를 훑어보기로 했다. 한 행정실 직원은 기자에게 “우리가 흥신소 직원들 같아 보이죠? 다를 게 없어요”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직원은 “지난주에는 잠적한 한 남학생이 평택에 있는 00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퇴근 시간에 맞춰 공장 앞에 차를 세워 두고, 잠복근무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해서 숨어버린 학생을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일단 시도해보는 정도라고 A 교수는 말한다. “도망간 학생들 찾기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보다 나을 게 없다. 특히 먼 지방으로 가면 어떻게 해보기가 어렵다. 어떤 유학생은 군산에서 일하고 있다는데 가볼 엄두가 나지 않더라. 진짜 작심하고 숨어 버리면 대책이 없다.”


‘먹튀생’, ‘빈대’ 유학생들을 향한 부정적 시선

 

 

다른 사립대도 비슷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대학의 외국인 대상 어학당 강사로 일하는 B씨는 결석이 잦아지는 학생은 예외 없이 불법체류자로 돌아선다고 귀띔했다. B씨에 따르면 어학 공부 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 학생들조차 하루 이틀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 맛을 아는 순간 불법 취업 쪽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이다. “많게는 자국 임금의 9~10배에 이르는 임금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고 B씨가 고개를 저었다.

적지 않은 대학이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명맥을 이어가려는 대학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이다. 앞서 안양으로 학생을 찾아 떠났던 A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대학 구조개혁 등 난제가 겹치면서 유학생 유치로 자구책을 모색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외국인 유학생 ‘모시기’가 일종의 재정난 해소의 돌파구가 되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재적 학생 기준)는 16만165명. 지난 2013년 8만1847명에 견줘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교육개발원이 정식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 대학가에선 전체 학생 수 절반가량이 외국인 유학생으로 이뤄져 있는 곳도 더러 있다.

잠적하는 외국인 학생이 늘어나면 날수록 그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기에 학교 당국이 눈에 불을 켜고 잠적 학생 수소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학생과의 숨바꼭질에 교수와 강사, 교직원들이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모 사립대 어학당의 강사로 일하는 B씨는 “이탈 학생이 많으면 위에서 바로 압박이 들어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당국에서는 ‘학생이 없으니 강사도 필요 없는 거 아니냐.’ ‘계약 연장 위해선 학생 찾아와라’ 식으로 강사들을 내몹니다. 어떻게 하겠어요. 밥줄 안 끊기려면 한 명이라도 더 찾아봐야지 별수 있나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당국은 처음부터 유학생을 잠재적 불법체류자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의 한 전문대에서 근무하는 행정실 직원 C씨는 “유학생들의 여권을 일괄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학기 말에 귀국 항공편을 제시하는 학생에게만 돌려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실토했다.

한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학생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불법체류자로 돌아서는 현실은 대학 내부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들이 ‘무늬만 유학생’, ‘유령 유학생’들이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유학생들을 ‘먹튀생’, ‘빈대’라고 부르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서울의 사립대학 재학생 D씨는 “한국어를 할 줄도 모르는 유학생들이 수업 분위기를 다 흐리고, 걸핏하면 사라진다”며 다음과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이 더 많이 돌아간다. 한국 학생들은 뒤로 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

대학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 유학생 유치가 급하다 보니 쉬쉬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작정하고 가짜 유학생들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 소재 사립대의 E 교수는 “해외 현지의 브로커들과 짜고 엉터리 유학생들을 대거 입학시켰다가 법무부에 걸린 대학들도 적지 않다”면서 “대학가들이 ‘비자 공장’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지 않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불법체류자 유학생, 2년 새 두 배로 늘어

 

:한국 대학의 비자 발급을 위해 가짜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를 만들어 준다고 베트남 현지 브로커가 페이스북에서 광고하고 있다. /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실제로 2017년 전북 소재 한 대학은 브로커들과 손잡고 약 500명에 이르는 가짜 유학생을 입국시킨 혐의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대학에 1년간 비자 발급 제한 외에 별다른 조치를 가하지 않았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불법 출입국 알선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해당 사안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교육부는 2011년부터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IEQAS)를 통해 국내 대학의 유학생 관련 사업을 관리한다. 교육부는 해당 제도가 대학들에게 유학생 유치의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도록 유학생 관련 사업 재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왔다. 특히 전년도 유학생의 불법체류율이 1% 미만으로 평가된 인증대학의 경우 다음 연도 입학생의 비자 발급 시 표준입학허가서만으로 유학생 유치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 골자다.

나아가 2016년 이후부터는 유학생 비자 발급 편의를 제고하고자 인증대학에 입학 예정인 유학생일 경우, 국적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해당 제도를 허용하는 등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은 불법 체류를 꾀하는 유학생들, 현지 브로커, 국내 대학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불법체류자 유학생의 수는 2016년 5652명에서 2018년 1만3945명으로 2016년을 기준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 정부 공문서 위·변조는 식은 죽 먹기와 다르지 않다. 베트남 유학생 타잉(21)씨는 현지 브로커들이 한국 유학을 도와주겠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불법 광고들을 직접 보여 줬다. 그녀는 “한국 돈 10만~20만원만 있으면 성적증명서·졸업증명서·재직증명서 위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출생신고서까지도 손댈 수 있다는 것이 이 유학생의 얘기다.

 

타잉씨는 “고리대금 대출을 해서라도 위조 서류를 만들어 한국에서 돈 벌기를 희망하는 베트남 학생들을 많이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3년 동안 유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는 정인태 한국중앙평생교육원 대표는 “미국과 유럽 학생들에게 적용해야 할 비자제도를 1인당 국민 소득 2500달러도 안 되는 국가들에게 적용하고 있다”며 “현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정책을 실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는 국내 청년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불황 여파로 국내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인데도 사용자들은 기본적으로 임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불법 체류 외국인들을 은근히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당국도 이런 추세를 잘 알고 있다. 국내 사립대에서 외국인 대상 어학당 강사로 일하는 B씨는 “요즘 식당에 가보면 어려 보이는 동남아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생으로 더러 일을 한다”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괜히 우리 학교 학생 아닌가 한번 더 쳐다보고 그러죠. 식당 사장님한테 부탁한 적도 있었어요. 이 친구들 대부분 불법이니깐 고용하면 안 된다고. 근데 돌아오는 건 최저임금보단 적게 주고 일 시킬 수 있으니 한국 학생보다 낫지 않느냐는 답변뿐입니다.”


허울 좋은 정부의 ‘글로벌 캠퍼스’ 정책

 

:유흥·마사지 업종에 취업한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고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 / 사진:법무부

 

학교를 이탈한 외국인 학생 중에는 식당이나 공장뿐만 아니라, 유흥업소나 불법 마사지 업종 같은 음성적인 업체로 빠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나온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A 교수는 “유흥업소 휴게실에서 찍은 것 같은 우리 학생의 사진을 SNS 상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정작 이들을 관리하고 단속해야할 정부 당국은 어쩐지 뒷짐을 진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출입국관리법 제19조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이 행방불명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5일 이내에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학생의 잠적 사실이 확실해지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도움을 구할 때가 있다”면서 “근데 돌아오는 반응은 학생의 비자 기간이 끝나면 다시 연락하라는 게 고작”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관계자는 “강사들은 학생들 찾느라 온갖 가욋일에 시달리고 있는데,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은 일하기 싫은 사람들처럼 행동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수도권에 있는 몇몇 출입국·외국인 사무소에 직접 전화를 해보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법체류 실태를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질문에 직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한 직원은 “유학생만 뭐 따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는다”면서 “학생들 같은 경우는 신고가 들어와도 범칙금 내게 하고, 주의만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글로벌 캠퍼스화’ 기치 하에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반면 대학사회 일각에선 불법체류자 유학생 문제가 날로 심각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학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유학생들의 양적·질적 성장 모두를 이뤄 내기 위한 건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박호수 월간중앙 인턴기자 lake8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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