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5세의 나이로 한 그룹의 수장이 된 사람이 있어요. 바로 현대가 3세 정지선 회장의 이야기에요. 현대백화점그룹을 물려받은 정회장은 이후 매출액을 3배로 성장시켰고 여의도에 ‘파크원’ 개장도 앞두고 있어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오른쪽 둘째)이 2016년 3월 동대문 시티아울렛 개업식 후 매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범(汎)현대 일가가 2019년 8월 16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택에 모였다. 이 집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았던 장소. 정 명예회장은 이곳에서 2000년 3월까지 38년 동안 지냈다. 1962년 지어진 2층 건물이다. 정 명예회장이 2001년 3월 별세한 후, 아들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 집을 물려받았다. 2019년 3월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증여됐다.

범현대가가 이날 이 집에 집결한 이유는 정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故) 변중석 여사의 12주기를 맞아서였다. 이들이 청운동에서 제사를 지낸 것은 정 명예회장 14주기였던 2015년 3월 이후 약 4년 5개월 만이다. 참석자 면면을 살펴보면, 범현대 가문이 대한민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몽용 성우홀딩스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며느리(故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그들이다.

현대가 3세 경영자들도 등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을 비롯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정문선 비앤지스틸 부사장,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사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는 범현대가 세대교체의 상징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3세 경영 체제를 안착한 그룹이 현대백화점이다.

정지선(48) 회장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회학과를 다녔다. 미국 하버드대 스페셜 스튜던트 과정 이수 뒤,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1년 기획실장, 2002년 부사장, 2003년 부회장을 거쳐 2007년 12월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35세의 나이로 그룹 수장직에 오른 것이다.


유통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2020년 완공 예정인 여의도 파크원 조감도. 현대백화점 여의도점도 들어선다. / 사진:포스코건설

 

정 회장의 아버지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셋째아들인 정몽근(78) 명예회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전신인 금강산업개발 시절부터 정 명예회장은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그는 백화점 사업에 진출해 1985년 강남구 압구정동에 현대백화점 본점을 만들었다. 압구정동이 지닌 입지 가치의 미래를 간파하고 선점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아파트를 품고 있는 이 일대는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입지 1위’로 꼽힌다. 이어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천호점, 신촌점, 미아점, 목동점, 중동점, 킨텍스점, 디큐브시티점, 판교점으로 확장했다. 부산, 대구, 울산, 울산동구, 충청 등 지방 점포도 생겨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999년 4월, 현대 계열사 중 가장 먼저 계열 분리해 독립했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 4월 ㈜현대백화점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그는 곧바로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백화점과 비(非)백화점 부문으로 그룹을 나눠 장남 정지선, 차남 정교선에게 경영 수업을 시켰다.

 

정지선은 30대 초반 나이인 2004년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에 회장이 된 정지선은 내실 경영에 주력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정지선 회장이 취임한 2008년만 해도 백화점 사업 중심의 기업이었다. 매출액의 60% 이상이 백화점 사업에 나왔다”고 밝혔다. 정지선 회장 체제에서 백화점 신규 출점은 많지 않았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50대 사장 전진 배치한 임원 인사


그러나 적응 기간을 보낸 뒤, 정 회장은 컬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 시점을 2012년으로 본다. 그해 4200억원을 투자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을 인수·합병한 것이다. 이어 가구회사 리바트(2013년), SK네트웍스의 패션 부문(2015년), 건축자재 기업 한화 L&C(2018년)를 잇따라 사들였다. 렌털(2015년)과 시내면세점(2018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매출은 2008년 6조5600억원에서 2018년 19조3000억원으로 상승했다. 한섬의 2019년 매출만 1조3000억원대로 커졌다. 백화점이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대로 줄었다. 직원 수는 2008년 6917명에서 2018년 1만5903명으로 증가했다. 기존의 백화점 사업 강화에 만족하지 않고, ‘유통을 기반으로 삼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전략을 짠 정 회장의 방향성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패션·리빙이라는 3축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종합 생활문화기업’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백화점 업계 빅3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이 꼽힌다. 이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VIP 고객층이 두꺼운 백화점으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은 상위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업종으로 인식돼 왔다. 소위 고전적 의미의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 분야다.

소비의 트렌드도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같은 유통 업종이라도 오프라인 마트는 종말을 우려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마트는 초저가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해보려고 안간힘을 쏟지만, 온라인 쇼핑이라는 경쟁자 앞에서 무력화되고 있다. 일례로 이마트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고스란히 시장의 비관적 시선을 담고 있다.

반면 백화점은 하이엔드(high-end) 럭셔리 브랜드로 각인된다. 백화점 매장에서 쇼핑하는 행위 자체에 ‘남들과 달리 근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로망이 실려 있다. 불황이 닥쳐도 상대적으로 백화점이 실적 방어에 강한 근원적 배경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주가가 하락 추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마트보다 하락하는 속도가 떨어질 뿐이지, 경기 부진과 온라인 공세에 백화점도 마냥 자유로울 수 없다.

11월 25일 단행된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도 이런 긴장감이 반영됐다.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사장)가 신임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사장)로 임명됐다. 이 밖에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현대리바트 대표이사(사장)로,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한섬 대표이사(사장)로 승진했다. 세 명의 사장은 전부 50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60년대 생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해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 경영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의 야심작, 여의도 파크원

 

정교선 부회장(왼쪽)은 계열 분리 대신 형인 정지선 회장(오른쪽)과의 형제 경영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이동호 현대백화점 그룹 부회장,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 사장은 2선 후퇴했다. 이로써 주력사인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그룹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표이사 2인(이동호·박동운)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두 명의 대표이사가 당초 예정된 임기보다 일찍 물러난 데에는 최근 경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영업이익(77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1.2%p 감소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의 컨트롤타워처럼 기능하며 정지선 회장을 보좌한 이동호 부회장의 퇴임은 시사점이 작지 않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방향성을 재편성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큰 틀에서 기존 유통사업의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온라인 사업 확대 등이 예견되는 포석이다.

일단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이었던 유통 사업 부분은 아울렛과 면세점 등, 신규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그룹은 2014년 아울렛 사업을 시작했다. 신세계나 롯데에 비해 늦게 출발했다. 경기도 김포와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출점했다. 김포 프리미엄아울렛은 1400만 명이 방문하고, 매출은 4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대문, 가산, 가든파이브 그리고 대구에는 시티아울렛을 출점했다. 시티아울렛의 가장 큰 메리트는 통상적인 아울렛보다도 10~20% 싸게 파는 가격 경쟁력이다. 그룹 측은 프리미엄아울렛을 대전과 남양주에 2020년까지 열 계획이다. 시티아울렛은 2021년에 동탄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현재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아울렛 사업 매출을 2021년까지 2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시내 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재수 끝에 사업권을 따낼 정도로 집착했다. 면세점 사업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탓에 개장 시기부터 늦춰졌다. 면세점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비치는 현실도 악재다. 2018년 11월 무역센터에 면세점을 개장했고, 두산의 두타 면세점을 인수해 강북으로도 상권을 넓혔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에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룹 측은 “최근 하루 평균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며 “2020년에는 면세점 사업 부문에서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2019년 3분기까지 면세점 사업의 누적 적자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의 재무건전성을 해치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정 회장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이 고비를 정면 돌파할 생각인 듯하다. 면세점 실적이 회복될 때, 현대백화점 주가도 탄력받을 수 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정지선 회장의 ‘라이프워크’라 할만한 결실이 형상화된다. 2020년 말로 예정된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일명 파크원) 오픈이 그것이다. 벌써 ‘여의도의 랜드마크’라는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강남권 랜드마크로서 위상을 굳힌 롯데의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세계가 부산 해운대에 지은 세계 최대 백화점 센텀시티점에 필적하는 현대백화점의 야심작이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이 한국에 최초로 건설한 건물이 파크원이다. 지하 7층, 지상 9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현존하는 서울 시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2015년 판교점 이후 현대백화점이 긴 공백을 깨고, 수도권에 출점한 백화점이기도 하다.

유통 외에 현대백화점그룹이 힘을 쏟는 업종은 패션과 리빙·인테리어 사업이다. 한섬은 세계 17개국 40여개 패션·유통업체와 200만 달러 규모의 도매 계약을 체결했다. 또 유통업계 중국 1위인 상하이백련그룹과 손잡고, 중국 여성복 시장에 진출했다. 10월 1일에는 한섬과 현대G&F의 합병이 이뤄졌다. 현대G&F의 대표 브랜드로는 타미힐피거, DKNY 등이 있다.

리빙·인테리어 분야에서는 2012년 현대리바트를 인수했다. 이어 2017년에는 프리미엄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소노마와 독점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종합 건축자재 업체인 한화L&C를 인수해 현대 L&C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은 매출 2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토털 리빙·인테리어 기업이라는 간판을 달게 됐다.

투자는 지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2020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1395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용인에 ‘리바트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리바트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적으로 운영에 돌입하면, 용인 공장의 전체 생산량은 연 55만 개에서 160만 개로 약 3배 증가한다. 리바트 스마트 팩토리에는 물류센터도 함께 들어선다. 완공 시, 용인공장 내 물류 저장 공간이 기존 2만3000㎡에서 6만6000㎡로 약 2.5배 늘어난다. 하루 평균 출고 가능 물량도 66% 확대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워라밸은 기업경쟁력의 원천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오늘의 현대백화점그룹의 출발점이었다.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L&C도 캐나다에 2009년과 2017년 칸스톤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2019년에 미국 텍사스에 하넥스 공장을 세웠다. 칸스톤은 순도 99% 석영을 사용한 엔지니어드 스톤 제품이다. 하넥스는 인조대리석으로 주방 가구나 카운터 상판 등, 건축 마감재로 이용되는 소재다.

 

2019년 5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하넥스 공장은 연 30만 장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는 국내의 하넥스 전체 생산 규모의 40%에 달하는 수량이다. 현대L&C의 칸스톤 생산량은 글로벌 엔지니어드 스톤 시장의 4위권에 해당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백화점, 홈쇼핑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판매망 등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특하게도 정 회장은 가전이 아닌 가구에서 렌털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현대렌탈케어를 출범시켰고, 인력 등 투자를 확충하고 있다. 2020년 흑자경영을 기대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35살 나이에 그룹 수장이 됐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재계에서 은둔의 이미지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 성품도 나서는 쪽을 선호하지 않는 듯하다. 그 대신 조직문화나 디테일에 관심을 쏟는 스타일에 가깝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아이스팩 회수 아이디어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아이스팩이 분리 수거되지 않고, 버려지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과정에는 소비자와 접점이 있는 유통기업의 책임도 있다”며 “고객과 함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신선식품이나 식음료를 택배 배달할 때, 상자에 아이스팩이 딸려 온다. 이 아이스팩은 터지지만 않으면 무한정 재활용이 가능하다.

계열사 현대홈쇼핑은 매달 한 차례 아이스팩을 회수한다. 소비자가 아이스팩을 모아두면 수거한 뒤, 현대백화점그룹멤버십(H포인트)을 증정한다. 아이스팩을 재활용해서 환경 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현대백화점그룹은 2019년 10월 저탄소 생활실천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인재를 모으는 것 이상으로 인재가 역량을 펼칠 환경이 중요한 시대다. 직원이 회사에 맞추는 옛 패러다임을 탈피해 회사가 직원의 멘털을 케어해줄 수 있는 기업이 영속성을 갖는다. 정 회장은 이런 시대의 변화를 비교적 일찍 포착한 경영자에 속한다.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가치관의 차이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미래의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 출생자)를 끌어안고 수용해야 한다”고 곧잘 말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인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연한 근무 환경이 곧 창의적 조직문화의 확산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 구체적 시도가 ‘오피스 프리 데이’ 제도다. 한 달에 하루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평소 가고 싶었던 곳에 갈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2018년부터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 직원들의 퇴근 시간도 1시간 앞당겼다. 본사 기준으로 오후 6시가 되면 PC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불필요한 야근은 차단한 조처다. 정해진 출근 시간 이전에도 PC를 켤 수 없도록 했다. 이밖에 두 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를 유통업계 최초로 시도했다. 2시간 휴가를 4회 사용하면 1일 연차를 소진된 것으로 계산한다. 직원들에게 자기계발 혹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주려는 의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업종 특성상, 여성 인력이 활용성이 높다. 여성의 회사 업무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래서 여성 직원을 위한 복지 제도에 적극적이다. 임산부 직원을 위한 종합 지원책인 ‘예비맘 배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을 임신 시간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여성 직원들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하루 6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급여는 기존과 같다. 이외에 임신부 직원 전원에게 ‘예비맘 택시카드’를 월 10만원 한도로 지급한다. 유산의 위험이 높은 임신 초기에는 최대 2주까지 ‘초기 임산부 안정 휴가’를 쓸 수 있다. 이밖에 난임 여성을 위해 ‘출산 준비 휴가’와 ‘난임 치료 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만 8세 이하 자녀는 둘 여성 임직원에게는 가사 도우미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는 ‘워킹맘 해피아워’도 실시 중이다. 또 출산 휴가 신청과 동시에 최대 2년간 자동 휴직이 가능하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46)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적어도 당분간은 형제경영 체제로 간다’는 시그널로 시장은 해석했다. 당초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중심의 유통 부문,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등 비유통 부문을 맡아 분리 경영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었다.


동행의 형제경영은 언제까지?


현대백화점그룹은 2018년 4월 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주력했다. 아주 적은 지분으로도 오너가 그룹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대한민국 재벌가의 고질로 꼽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간과하지 않는 사안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현대백화점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는 ‘대의명분’을 갖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순환출자구조의 해소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정교선 형제의 경영권을 가장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했을 것이다. 정지선 회장은 은행에서 300억원을 빌려 현대 A&I 지분 21.3%를 사들였다. 이로써 정 회장의 이 회사 지분율은 73.39%가 됐다. 현대A&I를 통해 현대백화점의 장악력을 키우게 됐다.

정교선 부회장도 보유하고 있던 현대홈쇼핑 주식 전량을 매각한 자금으로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샀다. 정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은 23.53%로 올라갔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홈쇼핑 지분 25%를 가지고 있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현대홈쇼핑 주식을 전부 팔았음에도, 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제 관심사는 정지선·정교선 두 형제 경영자의 다음 행보로 옮겨간다. 최종적 수순은 계열 분리로 가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여전하다. 정작 그룹 측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계열 분리 가능성을 미리 흘릴 이유가 없다. 지분 맞교환에 의한 계열 분리는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다.

 

어떻게 해야 서로에게 이득이 될지를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 의도와 무관하게 소문이라도 잘못 돌면, 현대백화점이나 현대그린푸드 주가에 의도치 않은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두 형제는 일단 같은 배를 타면서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모색할 듯하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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