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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만큼 바쁜 지자체 ‘이유는?’

올해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려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자체와 체육 단체가 바빠졌다고 해요. 바로 외국 선수단의 전지훈련 장소로 우리나라가 인기이기 때문이에요. 세계의 선수단을 끌어모으기 위한 지역별 노력을 알아보았어요.

일본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을 앞두고 외국 선수단의 전지훈련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국내 지자체와 체육단체의 활동이 분주하다. 지자체와 각 시·도 체육회, 한국관광공사 등이 손잡고 각 종목에 적합한 체육시설과 환경, 저렴한 이용료·체류비, 국내 팀과의 연습경기 주선 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홍보물과 홈페이지를 만들어 선보이고, 교통수단 제공, 숙박·체육 시설 이용료 할인, 관광 연계 서비스 등 각종 편의 제공을 기획하고 있다. 국내외 체육계 인맥을 동원해 외국 선수단과 체육기관을 접촉하는 전략도 나온다.

인천에서는 인천시·인천관광공사·인천시체육회·한국관광공사경인지사가 지난해 말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2014 아시안게임을 치른 경험과 19개 국제 규격 체육시설을 집중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특히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옥련사격장·문학박태환수영장·도원체육관을 앞세워 사격·수영·태권도·럭비·양궁 등에서 전지훈련 수요를 붙잡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사격에서 베트남과 호주, 수영에서 영국·우크라이나·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엔 몽골 복싱, 스리랑카 레슬링, 싱가포르 사격, 타지키스탄 태권도, 태국 양궁 선수단이 인천에서 전지훈련을 마쳤다. 오자현 인천시 체육진흥과 국제경기대회담당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국가들을 집중 유치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에 홍보물을 제작하고, 숙박·체육 시설 이용료 할인, 이동차량 지원 등의 제공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관광공사 해외마케팅팀의 김미지 주임은 “구한말 문화유산이 남아있는 개항장, 스마트시티 송도신도시를 엮은 시간여행 관광상품을 만들어 전지훈련 수요를 관광 수요로 연결시키려 한다”며 “예산 안에서 셔틀버스·시티투어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도 2002년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를 치른 시설과 역량을 앞세워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외국 체육계와 접촉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훈련시설·숙박시설·훈련파트너·의료기관 등을 묶은 논스톱 패키지 서비스를 마련해 스페인·영어·한국어 버전의 전지훈련 인터넷 홈페이지 ‘캠프 부산’을 열었다.

 

홈페이지에선 18개 종목의 체육관 현황, 호텔·숙박·식당·편의시설 정보와 사이트, 훈련파트너인 25개 종목 부산지역 프로팀·실업팀, 업무협약을 맺은 13개 병원에 대한 정보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비용할인·문화관광 혜택 얹어주며 열띤 세일즈

 

경남 밀양에 있는 배드민턴경기장에서 각지에서 온 팀들이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 사진:경상남도

 

전지훈련 1번지로 꼽히는 제주는 천혜 자연환경을 내세워 유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제주시·도와 체육회·관광협회 등이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이들은 전지훈련 유치 전문가를 채용하고, 시·도나 체육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외국 도시들을 초청해 제주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레저스포츠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제주체육진흥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8년 말에 제주종합경기장 안에 제주스포츠과학센터도 열었다. 선수들의 심리 상담, 기초·정밀 체력 측정, 운동법 처방·지도, 기록 관리·분석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마라톤·사이클·트라이애슬론·조정·카약·요트 등이 제주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다. 정찬식 제주도체육회 운영부장은 “제주는 매년 60여 개 굵직한 대회를 치를 정도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지훈련 중 국내 팀과의 연습경기를 적극 주선하면서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남아 3개국 체육계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도쿄올림픽 훈련캠프를 한국에 설치하자는 국제레슬링연맹의 제안을 받아 심사를 거쳐 경남 양산시를 레슬링 전지훈련 도시로 정했다. 대구도 육상·사격·핸드볼을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인도·쿠웨이트·태국 등과 접촉 중이다. 이 가운데 폴란드·슬로바키아 육상팀과 전지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국 체육계는 전지훈련 유치전에서 과거 뼈아픈 상처가 있다.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 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일본은 서울올림픽 출전국의 전지훈련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펼쳤다. 일본이 내세운 것는 한국의 불안한 정세였다.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 남북대치 상황 등을 들먹이며 외국 선수단이 일본에 올림픽 훈련캠프를 차리도록 유도했다. 당시 36개국이 일본에서 훈련을 마치고 서울올림픽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올림픽 개최국이었지만 실속은 일본이 챙긴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한국이 수혜국이었다. 그 해에 중국은 쓰촨성 대지진, 티베트 반중시위 유혈사태, 미세먼지 환경오염 등의 악재가 있었고, 이를 피해 40여개 국이 시차와 기후가 비슷한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현재 대외상황도 한국의 유치활동에 힘을 실어준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피폭 위험, 후쿠시마산 식재료 선수촌 공급 논란, 전범국가·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사용 구설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정치·경제 마찰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까지 발병해 설상가상 우환을 겪고 있다.


주변국 혼란 속 한국 특장점 부각시켜


지자체와 체육계는 홍보활동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 캠프를 차리고 경기가 열리는 날 앞뒤로만 일본에 머무는 방안도 넌지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칫 국가간 오해와 갈등으로 비화될까 쉬쉬하는 분위기다.

 

발전한 한국의 스포츠의학도 유치전략에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지훈련 수요 유치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각 나라에서 예선전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도쿄올림픽 출전 국가가 최종 선정되는 5월까지 시간이 있어 발병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 있다.

제주연구원이 스포츠대회와 전지훈련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지훈련 동안 그 선수단과 코치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1일 기준 1인당 평균 약 14만5000원(2016년 물가 기준)으로 조사됐다. 숙박·식음료·쇼핑·운송·스포츠·오락·문화·기계장비·용품·개인서비스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이들의 체류기간은 16~20일(31%)이 가장 많았으며 6~10일 이하(24%), 21일 이상(20%), 11~15일(13%), 5일 이하(11%) 순으로 집계됐다. 평균 체류기간이 19일 정도다. 이를 적용하면 1인당 평균 약 275만원을 쓰는 셈이다. 선수단 가족이나 선수단을 만나러 온 관계자들의 방문까지 포함하면 지출비는 더 증가한다.

김종철 대한레슬링협회 사무처 차장은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과 시차가 없고,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우며, 직항노선도 많은데다, 기후와 환경도 비슷해 현지 적응을 위한 훈련캠프로 한국이 최적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 특수를 노린 일본의 물가 급등으로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체류비 고민이 커지고 있다. 레슬링협회는 양산시와 협력해 3끼 뷔페식을 포함한 숙박 편의를 1인당 110달러(한화 약 13만원)에 제공할 계획”이라며 “올림픽이 열릴 도쿄 인근 지역의 현재 숙박비의 3분의 1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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