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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신뢰 떨어지는 블로그 맛집 소개와 그린리뷰 캠페인

블로거지라는 말이 있다. 이것저것 협찬을 받거나, 찬조를 받아 포스팅 하는 블로거들을 비하하면서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포털에서 여러 정보를 찾는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은 사소한 것까지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생활법규는 물론 요리법, 육아방법 등 궁금한 게 생기면 그 즉시 스마트폰에 검색어를 입력한다.그중에서 가장 많이 찾아보는 정보가 맛집 정보가 아닐까?


블로그 맛집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맛집을 입력하면 ‘맛집 블로그’ ‘맛집 파워블로거’ ‘맛집 추천’ 등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인터넷 블로거가 직접 다녀온 후 평이 좋은 식당이라면 믿을 만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추천한 사람이 인기가 많은 파워블로거라면 신뢰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렇다면 블로거들은 어떻게 맛집을 선정할까.




방송이나 매스컴에 나온 유명한 집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블로그 체험단 활동을 통해 맛집을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가 모집하는 체험단에 지원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받는 것이다. 음식점은 물론 메뉴도 마케팅 업체가 지정해준다. 예약된 날짜에 업체를 찾아가 음식을 맛본 후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후기를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고주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고, 블로거를 알선해 리뷰를 올리도록 하는 블로그 마케팅 대행 업체가 늘고 있다. 일종의 광고대행사인 이들은 일명 ‘바이럴(구전)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해 업체나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주고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장대규 한국블로그산업협회장은 “2008년 5곳에 불과하던 블로그 마케팅(대행) 업체가 현재 100여개로 늘어났다”며 “비공개로 활동하는 업체까지 합하면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이럴 업체들은 블로거를 광고주에게 소개해 인터넷 후기 1건을 올리는 대가로 평균 3만~5만원을 받는다. 몇 년 새 블로그를 이용해 홍보·마케팅을 펼치는 업체가 급증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부 블로거들의 부정이 드러나면서부터다. 2011년 기업으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받고 공동구매를 알선한 사실을 숨긴 파워블로거 7명이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로 구속돼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결국 리뷰가 가짜라는 소비자들의 배신감도 있었지만, 업체로써는 이것이 돈이 되는 길임을 알게 된 것이다.




요즘은 카페를 새로 열면 어느새 블로그 마케팅 업체들이 찾아와 홍보를 하라고 영업을 한다. 일정한 금액을 내면 업체에서 엄선한 파워블로거들이 카페 홍보글을 작성해준다는 영업에 계약을 하는 가게들이 많다. 홍보 효과가 있긴 하지만, 다른 가게가 또 문을 열고 홍보를 하면 포털 상단에 오른 검색 순위는 금세 뒤로 밀려버리고 만다.


마케팅 대행 업체들은 광고주와 블로거를 연결해 후기를 생산하게 할 뿐 아니라 작성된 후기가 인터넷 검색 때 잘 노출되도록 한다. 사람들이 주로 검색하는 키워드가 내용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며, 해당글에 대한 스크랩·방문자·덧글 수 등도 상위 노출 여부를 좌우한다,


블로그 바이럴 마케팅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맛집의 기준이 더 이상 맛이 아닌 가운데, 그에 따른 피해는 대가성 리뷰를 100% 믿고 찾아간 손님에게로 돌아간다. 리뷰만 보고 찾아갔지만, 막상 맛은 별로이고 가격만 비싼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피해를 호소할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블로그 글이 대가성 홍보글인지, 순수한 평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고자 2011년 7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추천·보증 등을 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상업적 광고임을 알 수 있도록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토록 했다.




올해 이뤄진 실태조사 결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모호하게 표시하거나 단순 홍보글로 위장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이에 공정위는 6월 지침을 한차례 더 개정해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밝힌 표준문구를 도입했다. 경제적 대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돼 광고주에게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전체 매출액 대비 2% 이내)을 부과하도록 했다. 블로그 리뷰 등 입소문에 의한 홍보 효과가 커진 만큼 그 책임도 가중된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표준문구 시행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고주들이 홍보성 글임을 명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며, 적발 때 대부분의 책임이 마케팅 대행 업체가 아닌 광고주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계약전 광고주에게 스폰 사실을 밝히도록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의무화됐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한다”며 “대부분 법적 책임을 느껴 이에 응하지만 불응할 경우에 강요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음식이 나왔는데 맛있게 먹을 생각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블로거들에 대한 음식점 주인이나 쉐프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외국의 유명 쉐프는 이런 블로거들을 음식 포르노를 찍는 사람이라며, 가게에 아예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음식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음식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은 제대로 된 손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돈만 받으면 광고주가 원하는대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블로거들 역시 문제다. 심지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내세워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블로그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업계가 나서 ‘그린리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블로그 맛집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자는 약속이다. 업체의 후원으로 작성하는 리뷰라고 해서 광고주의 뜻에 따라 편집하거나 칭찬 일색인 포스팅은 지양한다. 기업이나 업체의 지원을 받은 경우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네이버만 3000여명의 파워블로거가 활동 중이다. 다른 포털까지 합하면 1만명 이상의 블로거가 있는데 이들 스스로 자정화 작업에 동참한다면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할 것이라고 본다.


사실 블로그 리뷰를 통해 홍보하고, 업체가 블로거에게 원고료 수준의 대가를 주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른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다. 블로그가 정보 소비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이 블로그 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더불어, 사람들도 그래야 온라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지속적으로 좋은 정보를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