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브랜드 로드숍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어요. 요새 추세는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편집숍이 대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형태를 바꾼다고 해서 매출이 급성장 할지는 미지수예요. 화장품 시장의 금손, 코덕(코스메틱과 덕후를 합친 신조어)들이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 요소는 무엇일까요?

 

체험형 편집숍으로 꾸며진 세포라와 시코르에는 셀프존이 마련되어 고객이 직원 도움 없이 자유롭게 제품을 사용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사진은 세포라 파르나스몰점과 시코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 사진:라예진 기자

 

“지름신(구매 욕구가 큰 상태)이 강림했어요. 발라 보기만 하려 했는데 늘 하나씩 사오게 되네요.”

“2020년 2월 16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이 종료됩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뷰티 매장들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뷰티 제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코덕(피부관리를 의미하는 코스메틱과 마니아를 말하는 덕후가 더해진 신조어)’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품 한 개를 사면 제품 하나를 더 주는 1+1할인 행사를 진행해도 손님 발길은 뜸하다. 화장품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에서도 브랜드마다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원브랜드 로드숍 매장수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미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등 지하철역 출구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로드숍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2000년 초반 K뷰티(Korea-Beauty) 인기를 이끌던 로드숍은 급격히 늘다가 지난 2017년부터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은 2016년 1138개 매장에서 2017년 1056개, 2018년 804개 매장으로 줄었다.

 

호황기를 누리던 2012년 매장이 12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33%가 감소한 셈이다. 에뛰드하우스도 마찬가지다. 2017년 450개 매장에서 2018년 393개로 감소했다. 2013년에 600개 매장에서 5년새 절반 가량이 줄었다.

2016년 매출액 1686억원을 기록하며 화장품 로드숍 ‘톱3’에 들었던 스킨푸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킨푸드는 계속되는 매출감소로 지난 2018년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섰다.

 

매장은 2016년 590개에서 2017년 564개, 2018년엔 126개로 급격하게 줄었다. 특히 서울에 있는 매장이 문을 많이 닫았다. 2016년에 서울에 118개 매장이 운영 중이었는데 2018년엔 27개만 남았다. 현재 지방에 남아있는 매장도 서울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닫는 원브랜드 로드숍, 오픈 잇는 체험형 편집숍

 

원브랜드 로드숍이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변화를 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 제품 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브랜드 로드숍 원조로 꼽히는 미샤는 최근 편집숍 ‘눙크’로 교체 중이다. 미샤, 어퓨 등 에이블씨엔씨 자사 화장품 브랜드 제품만으로 다양성을 추구했다.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 역시 자사 브랜드 제품을 모아 놓은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열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숍 형태 변화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을 연 타 브랜드의 편집숍 상황도 녹록지 않아서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집숍 부츠는 지난 2월 16일 부츠 신촌점 영업 종료를 알리며 본격적인 로드숍 정리 계획을 선언했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집숍 랄라블라는 지난 2018년 왓슨스에서 이름을 바꾸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2017년 186개 매장에서 2018년 168개로 되레 줄었다. 편집숍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CJ 올리브영 역시 사정이 심상치 않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9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정도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점포 수 역시 당초 2020년 말까지 1500개로 늘리겠다는 공세적인 전략을 세웠지만 지난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과 상반되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뷰티숍이 있다.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시코르’와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세포라’다. 시코르는 2016년 대구점 오픈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홍대점 오픈까지 3년간 30개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목표 매출 대비 15%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40개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2019년 한국에 상륙한 세포라는 서울 강남구에 파르나스몰점을 연데 이어 2월 24일 잠실 롯데월드몰점 오픈까지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하반기까지 2개 매장을 더 열 예정이다. 실제 시코르와 세포르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상에서 코덕이 모이는 ‘코덕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왜 이곳들만 인기가 좋을까. 시코르와 세포라를 둘러싼 환경 역시 다른 브랜드의 매장과 같다.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서 판매한다는 형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서 ‘코덕’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일까. 시코르와 세포라, 두 곳의 공통된 운영방식을 살폈다.


성패 갈림길(1) | 미니(MINI)에 주목하다

 

시코르 매장에서 판매하는 미니 제품들. / 사진:라예진 기자

 

시코르와 세포라 두 브랜드 모두 제품 크기에 주목했다. 타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일반 크기 제품도 있지만 이보다 작은 크기의 제품을 모아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사이즈가 작아졌다고 해서 ‘미니(MINI)’라고 부른다.

이 매장에서는 보통 계산대 앞에 미니 제품을 진열한다. 또는 휴대용 화장품이라는 의미로 ‘뷰티 투고(Beauty To Go)’ 진열대를 따로 마련해 미니 제품을 모아 놓았다. 기존 제품의 절반 또는 3분의 1 용량으로, 한 손에 쏙 잡힐 만한 크기다. 이 사이즈 제품은 그동안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아 온라인을 통해 구입했는데, 시코르와 세포라 매장에서는 구입이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미니 제품은 효과적이다. 우선 작은 크기 화장품을 찾는 여행객에게 적당하다. 또 민감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 없이 테스트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2월 18일 시코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만난 송영아(32)씨는 “미니 제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시코르 매장을 찾는다.

 

15만원이 넘는 값비싼 페이스 오일 100mL 제품을 사기 전에 1만5000원 정도의 미니 제품을 구입하고 미리 사용해 볼 예정”이라며 “백화점 매장에서 샘플을 얻을 수도 있지만, 값비싼 제품의 샘플이니 무료로 받기 눈치 보이고, 만약 받는다고 해도 양이 너무 적어서 차라리 내 돈 주고 미니 제품을 사서 3~4일 정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실 미니 제품은 정품 용량 제품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에 매장 입장에선 평당 매출이 떨어지는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안’ 팔리는 정품 판매보다 ‘잘’ 팔릴 것 같은 미니 제품 판매를 선택한 시코르와 세포라 전략은 주효했다. 다양한 신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코덕 심리를 꿰찬 것이다.


성패 갈림길(2) | “고객님, 셀프니까 알아서 하세요~”

 

베스트셀러 제품을 모아 둔 ‘세포라 픽’ 진열 모습. / 사진:세포라코리아

 

시코르와 세포라에서는 고객이 직원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 아무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는 정도다. 대신 고객 스스로 제품을 사용하며 체험할 수 있는 ‘셀프존’이 곳곳에 마련됐다. 시코르에는 조명 달린 화장대가 놓인 메이크업 셀프존, 다양한 헤어드라이어와 브러시 등이 있는 헤어 셀프존 등이 있다. 세포라에도 메이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뷰티플레이존, 다이슨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바 등이 있다. 두 매장 모두 전문 메이크업숍 수준이다.

방문자는 체험공간에 구비된 제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최예슬 신세계 시코르 홍보담당 대리는 “1대1로 손님을 맞이하는 퍼스널 응대 서비스가 2030세대의 매장 방문을 꺼리게 한다는 내부 분석이 있었다”며 “최대한 방문자가 직접 사용하고 혼자 구매 결정을 내리도록 직원은 나서지 않는 언텍트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진열대 구석마다 면봉, 화장솜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도 특징이다. 옆에는 클렌징워터, 티슈 등도 갖추었다. 손등이나 눈가에 제품을 살짝 발라보고 나에게 맞는지 테스트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기존 로드숍이나 다른 편집숍에도 이 같은 테스터 코너가 있지만, 시코르와 세포라의 규모는 눈에 띄게 다르다.

 

타 브랜드의 매장처럼 직원이 옆에서 제품 테스트를 돕지도 않는다. 이 같은 셀프코너는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게 해 구매율을 높이고, 방문자가 새로운 제품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터’ 역할을 해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놓았다.

하지만 원하는 사람은 전문가 서비스를 1대1로 받을 수 있다. 국내 코덕들 사이에서는 프랑스나 미국 등을 여행할 때 세포라 매장에 가서 ‘메이크업 받기’가 유행이었다. 매장에서 서비스를 요청하면 매장에 상주하고 있는 메이크업 전문가가 화장을 도와준다. 이 때문에 외국 화장법을 체험할 수 있는 무료 기회로 코덕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다.

 

국내 세포라 매장에서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회원 등급에 따라 메이크업 서비스, 스킨케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시코르 강남역점에서도 두피 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만 서비스하는 것이 이전 매장들과의 차이다.

성패 갈림길(3) | 브랜드 이미지 떨어뜨리는 ‘1+1 행사’

잇따라 폐점하는 원브랜드 로드숍에 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1+1 행사’다. 다른 편집숍도 마찬가지다. 입구에 할인제품을 잔뜩 쌓아 놓는다. 시코르와 세포라에는 이 같은 큼직한 할인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할인하는 제품은 있지만, 따로 할인 제품을 모아둔 진열대는 없다.

 

대신 시코르와 세포라에는 판매율이 높은 인기 제품을 보여주는 코너가 구비됐다. 화장품 쇼핑에 돈을 아끼지 않는 코덕들은 저렴한 제품보다 남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는 분석 결과다. 이 외에도 시코르와 세포라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 브랜드 제품를 앞세워 진열한다.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PB상품은 코너를 따로 만들어 판매한다. 시코르와 세포라 두 브랜드 PB상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다. 또 세포라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PB상품을 다양한 인종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든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색상의 파운데이션, 립스틱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색다른 색상의 화장품을 사용해 메이크업 변신을 추구하는 코덕은 세포라로 향하고,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찾는 코덕은 시코르를 찾는다.

두 매장 모두 입구는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제품을 하나라도 더 전시하기 위해 진열대가 빽빽하게 배치된 타 매장과 달리 시코르와 세포라는 입구 앞을 빈 곳으로 활용한다. 이 공간 배치 덕분에 ‘마켓’이 아닌, ‘백화점’ 이미지를 자아낸다. 윤윤미 세포라코리아 차장은 “매장 정면 입구 쪽에는 시야를 가리는 높은 진열대 대신 베스트셀러 제품을 올려놓은 낮은 테이블을 배치한다. 매달 주제를 바꿔 제품을 변경한다. 이런 개방형 설계는 자유롭게 매장을 오갈 수 있도록 해 집객 효과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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