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로나19로 가장 많이 웃고 있는 사업은 바로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 부문일거예요. 그 가운데에도 쿠팡이 매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요. 비상장 기업이라 주식은 없지만 공격적인 영업방식으로 많은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 롯데와 신세계가 칼을 갈고 있다고 해요.

 

쿠팡의 직매입·직배송 물류센터 내부. / 사진:쿠팡

 

유통업계의 생존 혈투가 점입가경이다. ‘죽음의 치킨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총알을 쏟아 붓고 있다. 상대방이 쓰러져도 평화를 누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춘추전국 시대에 들어서면서 약육강식 싸움의 끝이 보이질 않아서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에서 패권을 노리는 강자들의 대전이 올해 일촉즉발이다. 지난해까지 체재를 정비해 칼을 다시 갈은 롯데쇼핑·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 3파전을 뜨겁게 펼칠 전망이다.

 


적자 불구 해외 자본 끌어들여 몸집 키우기

 

에스에스지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의 상품 분류 모습 . / 사진:신세계

 

최근 몇해 동안 유통업계엔 큰 지각변동이 일었다. 절대 강자처럼 군림했던 이마트(신세계)·롯데마트(롯데쇼핑)·홈플러스(MBK파트너스) 등 대형마트의 매출은 쪼그라들었다. 그 영토를 옥션·위메프·쿠팡·티몬·G마켓·11번가 같은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잠식해갔다.

 

소비 경향이 마트 쇼핑카트에서 온라인 장바구니로 이동한 것이다. 업계에선 소량 구입을 선호하는 1·2인 가구의 급증, 맞벌이·취업주부 증가, 생활양식 변화 등에 마트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쿠팡은 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 역할에 그친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전략을 달리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불리는 직매입·직배송 시스템(상품을 직접 구매·재고·발송하는 방식)을 앞세워 롯데·신세계의 영토에 칼을 겨눴다. 로켓배송은 소비자가 오늘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수령하는 서비스로 2014년에 도입했다.

 

쿠팡은 이어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2018년에 시작해 2019년에 전국으로 확대했다. 롯데·신세계가 오프라인 매장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신선식품 영역까지 침투한 것이다. 다만 마켓컬리·헬로네이처 등 이커머스의 다크호스들이 뛰어든 틈새시장 경쟁에서는 후발주자 신세다.

쿠팡은 이를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2018년까지 전국 12곳에 24개까지 늘렸다. 축구장 167개 넓이다. 이어 2019년엔 대구에도 축구장 46개 크기의 물류센터를 착공했다. 쿠팡 역대 최대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상품 품목도 2014년 5만여 종에서 현재 500만여 종으로 급증했다. 이 덕에 2014년까지 약 300억원대에 머물던 쿠팡 연 매출은 2015년부터 조 단위 반열에 올라섰다.

쿠팡은 게다가 위기 때마다 대규모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전쟁을 이어갔다. 쿠팡이 비상장기업인데다 유치한 투자금액을 발표하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2010~2018년 매버릭 캐피탈을 시작으로 알토스벤처스, 세콰이어캐피탈 블랙록, 피델리티, 웰링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이르기까지 11차례에 걸쳐 약 5조원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쿠팡은 기업 가치가 10조원에 이르는 이커머스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속앓이 중이다. 내실보다는 시장 쟁탈에 주력해 영업손실이 2015년 5470억원에서 2019년 1조5000억(추산)까지 눈덩이처럼 불었다.

 


롯데·신세계 출혈경쟁 감수 이커머스 주력

 

 

쿠팡이 게임 체인저가 되자 롯데와 신세계는 다급해졌다. 자존심을 버리고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공 마케팅 전략을 뒤따랐다. 롯데는 2018년에 이커머스를 위한 사업본부와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우고, 각개전투 하던 산하 7개 온라인 몰을 통합해나갔다.

 

이와 함께 올해는 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TGI프라이데이스·빌라드샬롯 등 롯데 식품군을 통합한 롯데이츠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상품 수를 늘리고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백화점·마트·슈퍼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배송 시스템도 재정비했다. 롯데프레시라는 서비스를 수도권으로 확대하면서 새벽배송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롯데는 지난해 말 신사업을 진두지휘 할 대규모 인사도 단행했다. 그동안 백화점 혁신을 이끌어온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를 롯데그룹 유통분야 위기극복 사령탑인 유통BU장에 앉혔다. 롯데가 육성하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총괄해 롯데를 디지털 유통기업으로 변신시킬 중책을 맡긴 것이다.

롯데쇼핑 영업실적 총매출은 2015년 30조1560억원에서 2017년 24조8660억원, 2019년 23조6830억원으로 하락세다. 백화점·할인점·슈퍼 모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총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2.8%에서 2.1%, 1.8%로 하락했다. 출혈 경쟁을 무릎 쓰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백화점·이마트 온라인몰을 통합한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을 출범해 e커머스를 본격 뛰어들었다. SSG.COM은 이미지 분석 서비스, 소비자 응대 서비스, 이커머스 ICT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는 그 수장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디앤샵 본부장을 역임했던 최우정 이마트 이커머스총괄부사장을 선임했다.

신세계는 배송 시스템도 재정비했다. 전국 100여개 이마트 점포를 활용한 배송 기능을 강화하고, 수도권을 수성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보정과 김포 2곳에 첨단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NE.O)를 세웠다. 새벽배송도 서울권에서 수도권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국내 5대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상품 900여종과 신선·가공식품 1만7000여 종을 새벽배송에 포함시켰다.

신세계 역시 새 진용을 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이마트 새 대표로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선임했다. 강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관료 출신이자 유통 컨설턴트다. 이마트가 외부 인사를 대표로 영입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신세계는 그를 통해 이커머스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강연 때마다 아마존의 성공사례를 주창해온 강 대표의 이론이 실전에도 통할지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2015년 6294억원에서 2019년 2511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3%대에서 1% 밑으로 떨어졌다. 신세계도 출혈을 감수하면서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올해·내년 쿠팡의 주요한 고비 예상


쿠팡도 이들 유통 공룡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칼을 다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풀필먼트(Fulfillment)다. 상품의 입고에서부터 분류·재고·품질관리·배송 등 생산 직후에서부터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배송 시간과 과정을 단축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이를 통해 생산기업과 입점판매자의 끌어들이고 이들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다. 이미 포화 시장인데도 쿠팡은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올해 확장할 계획이다.

쿠팡은 올해도 투자자본 유치와 기업가치 상승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몸집을 키우느라 매출이 급증한 만큼 적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투자자금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유통 공룡과의 전쟁에서 올해와 내년은 쿠팡에게 또 한번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수많은 유통기업들이 국내라는 매우 제한된 링에서 싸우기 때문에 한 업체의 점유율이 역대 20%를 넘은 적이 없다”며 “이런 파편화된 시장에서 소비 변화를 누가 재빠르게 따라가냐에 따라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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