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많아요. 정규직 사원들도 자리를 보전하기 힘든 가운데, 아르바이트 직원의 경우는 그야말로 풍전등화라고 할 수 있어요. 대기업들의 공채마저 점점 사라져가는 지금,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취준생들은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이지요. 최근에는 공고도 거의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초단기 알바에 불과해요.

 

 

지난 1월부터 서울의 한 대형 뷰티 편집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대학생 A씨(23)는 3개월 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인원 감축이었다. A씨가 일한 매장에는 정규직 사원 1명, 아르바이트생 3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아르바이트생 2명이 해고되어 5월부터는 본사 정규직 사원 1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이 영업장을 지키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는 해고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며 “하지만 다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데 공고모집도 거의 없고, 있어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최근 만화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는데 1명 뽑는 자리에 지원자만 10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인원 감축, 일자리 쪼개기로 운영

 

 

‘아르바이트생’이 코로나19로 수난시대(受難時代)를 겪고 있다. 일자리에서 해고되면 다른 일자리가 없어 구직에 울상이고, 해고당하지 않고 계속 일해도 인원 감축으로 평소 여럿이서 하던 일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척박한 아르바이트 시장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웹사이트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수가 지난해 4월과 비교했을 때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월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임시직 신분의 청년 18만3000명이 5월 한 달간 해고됐다. 5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54만8000명으로 지난해 5월 대비 55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이중 가장 큰 폭이 20대로, 2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5월 대비 10만5000명, 약 33%가 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15세 이상의 모든 인구는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하나로 분류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취업자이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학생은 비경제활동인구다. 이 때문에 20대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아르바이트하지 않는 학생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아르바이트 인적 관리는 ‘최소화하기’와 ‘일자리 쪼개기’로 극명하게 나타난다. 계약 만료된 아르바이트생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계약이 남은 사람은 희망휴직을 받거나 근무 시간을 줄여 주15시간 이상으로 일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 등을 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테마파크, 극장가, 뷰티 편집숍 등 영업장 운영 기여도에 아르바이트생이 8할을 차지하는 일터다. 소수의 점장 또는 매니저에, 다수의 아르바이트생이 실질적으로 모든 일을 나눠서 하는 시스템이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극장에서 일하는 B씨(22)는 “나는 2년 넘게 일한 장기 아르바이트생이라 다행히 해고당하지 않고 일하고 있지만 단기 알바들은 당분간 휴직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혼자 영화 티켓박스도 보고, 팝콘도 튀기고, 청소도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큰 경제적 문제는 수요 시장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공급 시장까지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공장 중 80%가 운영을 멈췄고, 노동 시장도 얼어붙었다”며 “특히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이 아닌, 영업장이나 현장에 나와서 일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과 계약직들이 ‘해고’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더 문제는 ‘제대로 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실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만3000명이 늘어나 127만8000명을 기록했다. 1999년 이후 최고 수치다. 고용률도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 떨어져 55.7%를 나타냈다.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9만2000명이 감소했는데, 이 중 20대가 13만4000명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믿었던 대기업 공채도 하나둘씩 문을 닫는 상황이다. 국내 5대 기업 중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하는 곳은 삼성, SK, 롯데뿐이고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정기공채를 없앴다. 이외에 한화그룹과 KT도 매해 진행하던 공채모집을 없애고 상시채용 체제를 실시한다.

 

아르바이트생이자 취업 준비생인 C씨는 “상시 채용은 365일 채용하겠다는 말도 되지만, 365일 사람을 뽑지 않겠다는 말도 되지 않나”라며 “언제 취업문이 열릴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일 하는 커피숍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급여의 사용처를 묻자 그는 “용돈과 학비로 쓴다”고 답했다.

 


새로운 일자리도 대부분 초단기 알바


이런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아르바이트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는 ‘코로나19 채용관’ 항목이 따로 개설됐다. 여기엔 코로나19와 관련한 의료기관의 구인·구직 공고가 가끔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코로나19로 근로자 인원을 감축한 기업이 부족한 자리를 단기간만 메우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공고다. 공고에는 한 달, 두 달 등 일할 기간을 미리 명시해 놨다. 기존에 채용했던 직원을 해고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형태인 셈이다.

최근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55만개 일자리도 최대 6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에 해당한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40만개 일자리를 만들고, 민간부문에서 15만개 일자리를 내놓는 계획이다. 대부분 단순 노동, 단순 업무로 구성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새 아르바이트 자리가 노동 시장의 악순환을 만든다고 우려한다. 특히 정부가 제안하는 단기간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단순 비경제활동 인구와 실업률 수치를 낮추기 위한 일시적인 방안이라고 비난한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일해도 실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 일자리는 실업률을 낮추는 데엔 효과적일 것이지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일이 없는 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아르바이트 일자리에서 해고된 청년의 수를 구체적으로 집계할 수는 없지만 상담 신청은 증가하고 있다”며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경기가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해고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은 보다 책임 있게 인력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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