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들이 5년 전 시작한 ‘라이너’ 서비스가 전 세계 260만 명이 사용하는 검색엔진으로 성장했어요. 사용자의 85%가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어요. ‘세상을 바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실리콘밸리로 날아간 한국 청년은 현지에서 답을 찾았어요.

 

‘Work hard’보다 ‘Work smart’가 라이너의 문화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세상에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남기기 위해서 내 24시간을 쓰고 싶고, 실제 거의 다 그렇게 쓰고 있다”면서 “서비스 출시 5년 만에 서서히 성과가 나고 있어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읽고, 북마크 해놓은 정보들을 한데 모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한 번쯤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라이너(Liner)’는 형광펜으로 책에 밑줄을 긋듯이, 온라인에 형광펜 기능을 도입한 서비스다. 긴 텍스트에서 나에게 필요한 문장과 정보를 하이라이팅하고, 머릿속에서 조만간 사라질 생각들을 코멘트로 남긴다. 이렇게 인터넷상에서 만든 ‘나만의 노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구글이 검색엔진이라면, 라이너는 구글에서 검색한 정보 중에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 저장, 메모, 공유할 수 있는 툴이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초기 창업 멤버들과 실리콘밸리에서 시장조사를 거쳐 만든 라이너는 5년이 지난 지금 260만여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거듭났다. 전체 유저의 절반 이상이 미국이고, 나머지는 한국, 일본, 중국 유저들이다. 의사, 변호사, 대학원생, 개발자, 마케터 등 양질의 콘텐트가 필요한 사람들이 라이너의 헤비유저다.

1990년생인 김진우 대표의 목표는 구글보다 뛰어난 추천·검색엔진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라이너 유저들은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에 라이너로 하이라이팅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만 필터링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평균 나이 25세인 한국 대학생들이 만든 이 글로벌 서비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라이너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누적 투자금 65억원을 유치한 라이너는 조만간 아마존 킨들에도 연동된다. 킨들에서 하이라이팅을 하고 라이너에서 킨들 계정을 인증하면 연동되는 방식이다.

라이너는 유저들이 하이라이팅한 결과를 바탕으로 유저들의 관심 분야를 파악해 맞춤형 고품질 콘텐트를 추천할 수 있다. 김진우 대표는 “보통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에 하이라이팅을 하기 때문에 콘텐트 품질은 무조건 구글보다 좋을 수밖에 없다”며 “라이너의 데이터베이스는 구글 검색 결과가 한 번 더 필터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들다


그는 아버지가 1990년대 후반 하버드 메디컬스쿨(의학전문대학원)에 교환교수로 가면서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미국에 살았다. 당시 미국은 IT 붐으로 창업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였다. 그는 이때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해 만든 ‘아이맥’을 열심히 갖고 놀았던 추억이 있다. 당시 그의 아버지가 “나중에 커서 벤처 창업을 해보라”고 했던 말이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대학 전공도 창업을 1순위에 두고 선택했다. 경영학과보다는 기술을 배우는 게 창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창업동아리 ‘인사이더스’를 만들고 다양한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아나갔다. 이 과정에서 손발이 잘 맞았던 친구가 라이너의 공동창업자가 됐다.

김 대표는 라이너를 만들기 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갔다. 그가 처음 시작한 사업 아이템은 미술 커뮤니티였다. 당시 영국, 미국 등에서는 보수적인 미술 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해 대중의 니즈를 풀어내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김 대표와 동료들도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에서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며 미술계 혁신을 꿈꿨다. 2년간 열심히 운영하며 업계에서 유명해질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결국엔 초기 목표로 삼았던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역량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마지막 겨울방학뿐이었다.

김 대표와 동료 2명은 4500만원을 들고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김 대표는 “당시엔 마지막 겨울방학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든, 죽든 둘 중 하나라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미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실리콘밸리로 떠나기 전 그들만의 기준을 세웠다. 먼저 시간을 들여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걸러내고, 다시 그중에서 일주일을 투입해 앱으로 만들어볼 만한 후보를 가려냈다.

이렇게 8개 아이디어를 선별해 실리콘밸리로 넘어 간 그들은 에어비엔비에서 숙박하며 현지 피드백을 토대로 일주일에 하나씩 앱을 테스트해나갔다. 김 대표는 ‘앱을 한국에서 만들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만들어 영어로 번역한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잘 쓰는 서비스가 되질 않더라”면서 “만드는 과정에 현지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조건 가서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스타벅스, 도서관 등에서 작업하며 “소위 ‘아무’나 잡고 물어본 피드백들이 전부 도움이 됐다”고. 그는 “옆에서 책 읽고,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전부 구글이나 애플의 엔지니어이거나 스타트업 창업자이거나 컴퓨터공학과 교수여서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만든 8개 서비스 중 라이너는 앱스토어에 올리자마자 유저들이 유입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라이너팀이 미국에서 얻은 중요한 인사이트는 스마트폰 사용도다. 한국은 대중교통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에 불편함이 없지만, 미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직접 운전하는 비중이 높아 이동 시 스마트폰을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앱을 만들고 나서 곧바로 PC 버전을 출시해 또 한 번 유저들이 대거 유입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두 달간 실리콘밸리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현지 파트너를 찾았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더라도 미국 시장의 피드백을 캐치해줄 사람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간 인물은 실리콘밸리의 마당발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였다. 게임빌 공동창업자인 조성문 대표는 한국 IT업계의 인사이더이자, 미국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를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뒤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김 대표는 “그때까지 너무 많이 실패했기 때문에 IT 분야에서 성공한 재미교포나 한국인 이민자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면서 “조 대표님이 흔쾌히 받아주셔서 라이너의 초기 빌드업 단계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업자 8명이 함께 산다


라이너 팀원은 총 11명으로 평균 연령대는 20대 후반이다. 김 대표가 신경 쓰는 부분 중 한 가지는 노력하면 성과가 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만 31살이지만 벌써 창업 9년 차다. 라이너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슬럼프도 겪고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창업한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외로움,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데서 오는 절망감이 그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그는 같은 창업가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에 공감한 스타트업계 지인 8명이 모였고, 2019년 8월부터 광인회관을 만들어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시너지가 날지, 창업자들만이 하는 고민이 있다”면서 “같은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내가 한계에 부딪힌 문제들을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아웃소싱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투자자의 한마디
콘텐트 소비가 주로 영상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텍스트 소비가 줄어들진 않는다. 라이너는 텍스트 위주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사용자를 위해 고객 편의를 넘어 고객 집착이 만들어낸 서비스다. 라이너는 사용자가 하이라이팅하며 효율적으로 정보를 관리하는 도구로 시작하여, 사용자에게 초개인화된 콘텐트를 추천하고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콘텐트를 찾을 때부터 초개인화된 검색이 가능하고, 심지어 사용자가 콘텐트를 ‘찾지 않아도’ 초개인화된 콘텐트를 추천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해주기 때문에, 라이너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그룹 이사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신인섭 기자

 

 

포브스 더 보기

한국형 혁신 벤처에 투자하는 이 사람은?

리더들의 신년 에세이,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의 한 마디는?

기업의 골칫덩이, ‘부실 재고’를 관리해주는 기업이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