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작년, 창사 이래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해요. KT&G의 사업 분야가 담배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릴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약진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해요. 현재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세계 4위의 KT&G는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요.
KT&G(사장 백복인)는 2020년 3분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일반담배·수출·부동산 등 전 사업 분야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지만 단연 눈에 띄는 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약진이었다.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는 ‘릴 하이브리드’ 인기와 ‘핏·믹스’ 신제품 등에 힘입어 전용스틱 점유율 35.1%(CVS 기준)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2018년 11월에 첫 출시된 ‘릴 하이브리드’는 출시 초기부터 차별화된 전자담배 플랫폼으로 불리며 시장을 주도했다.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맛’을 대폭 제거하고 풍부하고 균일한 연무량과 기기 청소의 편의성을 높여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릴 하이브리드’는 연구·개발(R&D) 노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KT&G의 혁신성을 상징하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에 10만 대가 팔리면서 필립모리스 ‘아이코스’가 주도하던 궐련형 전자담배 지형을 흔들어 놓았다.
이와 같은 KT&G의 발 빠른 대응과 혁신기업으로의 변신 배경엔 ‘라이트 풋프린트’(LFP·Light Footprint)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가벼운 발자국’을 의미하는 LFP 전략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경영전략을 의미한다.
유럽의 전략 컨설팅사인 ‘롤랜드버거’의 샤를 에두아 보위 글로벌 CEO가 ‘VUCA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경영방법으로 제안한 것이다. VUCA는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말한다.
KT&G는 2005년부터 전자담배 개발을 시작했지만 2017년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한 발 앞서 출시하자 국내 시장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KT&G는 백복인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자담배 마케팅 개발조직을 ‘NGP(Next Generation Product) 사업단’으로 격상시키고 R&D를 비롯한 각종 투자와 인력을 대폭 확대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LFP 전략’ 발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강자로 ‘우뚝’
KT&G는 조직문화에도 큰 변화를 시도했다. 변화가 심한 전자담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일반적인 피라미드형 의사결정 구조를 과감히 버리고, 토론 중심의 수평적 의사결정을 도입했다.
일례로 신제품 출시 회의를 하던 중 디자이너가 샘플을 가져와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하자, 그 자리에서 팀 자체적으로 회의를 통해 디자인을 결정한 경우도 있다. 민첩한 의사결정을 통한 시장 침투 전략인 LFP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외에도 NGP사업단은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업무상 실패를 ‘아름다운 실패’로 규정하고 실패의 교훈을 통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일류의 전략, 삼류의 실행’보다는 ‘삼류의 전략, 일류의 실행’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강한 추진력을 강조함으로서 창의적인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7년 11월 릴 시리즈 첫 모델인 ‘릴 1.0’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연속 사용, 편의성, 연무량 등 소비자 요구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6개 제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신제품마다 호평이 이어졌고 특히 ‘릴 하이브리드’는 KT&G 독자적인 기술이 집약된 차별화된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KT&G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담배기업과 해외 진출을 위한 협업도 진행했다. 지난해 1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릴 시리즈 해외 판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8월 러시아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일본 3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진출 국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전해지며 PMI는 앞으로도 릴 제품 판매 국가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전자담배 시장은 글로벌 담배 회사들의 새로운 전쟁터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 담배 소비량은 매년 2% 이상 감소하고 있으나, 전자담배 시장은 매년 26% 이상 상승을 계속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현재 40조원 정도인 시장규모는 2025년 엔 6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의 목표는 ‘세계 1위’이다. KT&G 관계자는 “2019년 기준 세계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가 4위였는데, 2023년이면 세계 2위까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목표를 위해 조직내에서 아름다운 실패를 용인하고 자율성에 기반한 문화를 만들어 글로벌 넘버원 전자담배 기업이 되는 역사를 이뤄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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