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디지털 기술 도입에 점점 많은 경영자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조직문화에 디지털 기술이 스며들 수 있도록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지요. 국내 디지털 조직문화 컨설팅사 무늬랩스는 조직의 체계적 변화 관리를 지원해요. 김일겸 무늬랩스 대표를 만나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 이상형, 실례를 들어봤어요.
‘인간화 기술의 재창조(Reinvent humanized technology).’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위해 디지털 기술에 휴머니즘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무늬랩스의 슬로건이다.
무늬랩스는 디지털 기술이 조직문화에 융화할 수 있도록 목표, 방향을 정립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변화 관리 프로그램을 국내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김일겸 무늬랩스 대표는 A.T커니, IBM코리아 등 국내 컨설팅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실제 경영환경에 논리적 사고, 분석, 솔루션 도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음을 실감했다.
과거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정해진 방법론으로는 풀 수 없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인간 중심의 접근법을 시도하기 위해 설립한 컨설팅사가 무늬랩스다. 기업마다 각자 속성과 경험에 독특한 무늬가 있고 이에 맞는 진단, 설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회사명을 지었다.
무늬랩스는 국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운영체계, 조직문화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고 과제를 기업 스스로 정의하고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대표는 최근 디지털 전환에서 조직문화의 변화를 전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디지털 조직문화로의 전환과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우선 디지털 조직문화를 정의해야 한다.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업무 성과를 창출하며 일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의사결정, 실행과 협업, 의사소통 방식이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단순히 이익 창출을 위한 디지털 기술 도입 및 업그레이드라고 인식하는데 이는 착오다. 혁신은 기술로부터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혁신으로부터 생성된다. 디지털 전환은 조직원들이 기술을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국내 기업의 주요 고민은 첫째, 내부적으로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급속한 기술도입으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그래서 디지털 업무 방식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둘째, 디지털 적응의 실패 사례, 즉 디지털화의 확산 속도 저하, 조직 내 저항 등을 겪는 사례가 최근 많이 목격되고 있다.
디지털 조직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영진은 조직원에게 변화의 당위성을 어떻게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마찬가지로 실무진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경영진에게 이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답답해한다. 결론적으로 국내 기업 중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 방향성, 방법론에 대한 균형을 찾은 곳이 많지 않지 않다고 볼 수 있다.
DARE to change(변화로의 도전)
무늬랩스가 조직문화를 진단하며 확인한 국내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점과 장애물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은 조직문화와 동반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디지털 전환을 주관하는 부서는 기술부터 적용하는 성급한 시도를 한다. 디지털 조직문화의 미래상을 정확히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조직원 간 상호 신뢰가 없다. 부서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공유 및 협업 문화 확립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데 조직 내에서 투명하게 흐르지 않다 보니 정보를 찾아 헤매는 비효율과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
또 기존 실패 사례도 공유하지 않으니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둘째, 형식에 여전히 집착한다. 근퇴 관리, 보고 방식, 회의 방식에 얽매여 실질적 성과, 효과성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는 특히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조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일례로 최근 변화 관리에 착수한 A기업의 경우 전사적 개선과제가 ‘보고의 비효율성’이다.
의사결정권자가 구두 업무 지시, 비표준화된 서면 및 대면 보고 등 기존 보고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단계와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디지털 조직문화로의 전환을 위한 단계별 프레임워크를 소개해달라.
디지털 전환에서 조직문화 변화 관리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디지털 조직문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각의 업무 환경에 맞춰 조직원이 절감하는 비효율적인 장애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나가야 한다. 4단계 과정의 이니셜을 모아 ‘DARE to change(변화로의 도전)’로 개념화했다.
첫째, 목표와 방향(Direction) 설정이다. 구성원의 공감을 기반으로 회사 고유의 디지털 업무 환경 및 일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를 설계한다. 기존 관행, 리더십,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기업마다 차이가 있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이슈가 다르다. 조직원을 대상으로 관찰, 인터뷰, 공감 등을 바탕으로 방향을 설계하고 일하는 방식의 미래상을 정하는 게 첫 번째 과업이다.
둘째, 인식확산(Awareness)이다.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이 점을 중심으로, 또한 사용자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일관적이어야 한다.
셋째, 변화를 위한 대비(Readiness)다. 조직원이 새로운 디지털 업무 도구를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기류의 상승(Enhancement)이다. 구성원의 변화가 지속가능하도록 성공 사례를 전사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디지털 변화 이행도를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보하고 변화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찾아 이슈화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DARE는 구성원 스스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의미하기도 하다.
디지털 조직문화 전환에서 전략 수립, 소통, 학습, 기술도입 등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스토리텔링 기반이 아니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트레이닝에 이 변화로 인해 얻게 될 가치, 이점이 무엇인지 반드시 반영하고 설명해야 한다. 조직원 모두의 업무 생산성, 삶의 질,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변화의 목적이라는 것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할 때 형식적으로 매뉴얼, 사용자 교육을 한다. 수용자들은 ‘뛰어난 신기술은 좋은데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개인별 효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디지털 조직으로의 전환 평가지표를 도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조직문화를 평가하려면 지향점이 있어야 하고 미래상에 대한 세부 목적 평가지표, 행동 평가지표, 결과 평가지표가 있어야 한다. 각 조직의 상황에 맞게 세부 지표가 개발돼야 한다.
‘바람직한 디지털 조직문화’란 어떤 모습인가.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상적 디지털 조직문화를 3가지 관점에서 비춰봐야 한다. 첫째, 마음가짐(Mindset)이다. 사고와 인식이 설정되고 공유돼야 한다.
마음가짐은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① 개인 다양성의 인정이다. 디지털 조직문화에서는 자율성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조직이 개인에게 계속 개입하려고 할 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
② 성숙도에 대한 신뢰다. 디지털 조직문화에서 개인이 각각 업무 수행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개인들이 권한과 책임을 확보할 만큼 성숙하다는 전제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③ 성과, 효과성 중심의 판단이다. 평가 기준에 대한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 과정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④ ‘개인 성과보다 협업의 가치가 높다’라고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것이 디지털 조직문화의 모습이다.
둘째, 행동양식이다. 업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공유해야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절차와 형식을 간소화해야 민첩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어 정보와 지식자산을 개방적으로 공유,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사내 협업 툴을 통해 수평적, 수직적 의사소통이 실시간으로 이워지도록 활성화해햐 한다. 또 리더가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야 디지털 조직문화가 목적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셋째, 시스템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마음가짐과 행동양식을 가동하는 드라이버 역할을 한다. 조직문화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성과평가, 승진, 보상, 인사가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 특히 개인 성과뿐 아니라 협업의 결과물도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또 시스템은 조직원들의 자발적 성장과 지속적인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
참고할 만한 사례를 알려달라.
국내 대기업 계열 A 제조사의 경우, CEO가 디지털 업무 환경에 대해 여러 개선점을 제안했고 그중 가장 시급한 사안부터 변화 관리를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보고 방식의 혁신이다. 문제는 너무 불필요한 대면 보고가 많다는 데서 시작했다. 협업 솔루션을 이용해 과감히 비대면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보고’라는 개념부터 ‘공유’로 바꿨다. 문서를 작성해서 찾아가던 기존 방식을 버렸다. 대신 담당자가 팀별, 본무별 디지털 업무 공간에 업무 진행 상황을 일정에 따라 정해진 양식으로 올리면 팀장, 임원이 내용을 확인하고 댓글로 피드백한다. 빠르면 30분 이내 모든 보고가 완료돼 절차의 간소화, 내용의 표준화가 이뤄졌다.
CEO의 지시로 시작된 작은 변화였지만 업무의 목적이 담당자부터 경영진까지 일관성 있게 전달됨에 따라 부수적 사안으로 인해 목적이 흐려지는 비효율을 걷어낼 수 있었다.
※ 김일겸 대표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경영학과 졸업 A.T.커니 이사 Booz & Company 전무 IBM코리아 디지털 전략 리더 갤럭시아 커뮤니케이션스 최고전략책임자(CSO) 무늬랩스 대표 겸 창립자
이진원 기자 ee.zinone@joongang.co.kr
사진 김경빈 기자
포브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