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인공지능이 상용화되고 있어요. 뛰어난 이미지 인식 기술로 국내 400여 기업에 ‘AI 스타일링’ 기술을 판매하는 오드컨셉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공략에 나서요.
오드컨셉은 사람이 눈으로 상품을 고르는 것처럼, AI로 상품 이미지를 검색하고 분석하는 ‘픽셀(PXL)’ AI 기술로 유명하다. ‘AI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이 온라인 쇼핑 중인 상품을 분석해 이와 유사한 상품을 찾아서 보여주거나, 해당 상품과 코디할 수 있는 상품들을 추천하며 검색 시간과 노동력을 줄여준다. 오드컨셉에 따르면 픽셀 서비스를 도입한 회사들의 평균 구매 전환율은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한 아이디어’에 올인
김정태(40) 오드컨셉 대표는 스타트업과 AI(인공지능)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2012년부터 회사를 설립하고 AI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경제학도인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IT, 컴퓨터 관련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 개발자를 꿈꾸며 혼자 C언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대학에 가서도 IT 관련 논문과 특허들을 읽고 공부하는 게 취미일 정도로 새로운 기술에 항상 관심을 가졌다. 그가 오드컨셉의 기반이 된 이미지 인식 기술의 가능성을 발 빠르게 캐치하고 사업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관심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에서도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도록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는 데 주목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상에 이미지가 하루에도 수억, 수십억 장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이런 이미지 정보를 저장하려는 수요가 생길 것이고, 텍스트를 검색하면 이미지가 나오는 데서 거꾸로 이미지를 검색하면 텍스트가 나오는 검색 방법이 주류가 되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생기면서 두 플랫폼에 올라오는 이미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며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다녔지만,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다니던 직장이나 열심히 다녀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자조적인 의미에서 회사 명칭을 ‘오드(이상한)컨셉’으로 지었다. 그와 함께 아이디어를 실현해보자고 나선 이는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운영본부장인 안진명씨와 엔지니어링 본부장인 문상환씨였다.
김 대표와 안씨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문씨는 안씨의 대학 동기이자 천재로 이름을 날리던 개발자였다. 김 대표는 두 사람의 부모님을 찾아가 ‘아드님의 미래를 제게 맡겨달라’고 직접 허락을 받을 만큼 설득에 공을 들였다.
이후 셋은 3년 동안 연구개발에 몰두해 영상 인식 기술을 개발했고, 한 특허전문기업이 이 기술을 라이선싱하면서 법인 전환에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호기심 반, 기술에 대한 믿음 반으로 우리가 좋아서 시작한 연구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고 사업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년여 연구 끝에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선배 벤처기업들의 성공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엔 스타트업이란 용어도 없었지만 국내에 올라웍스와 엔써즈라는 기라성 같은 선배 기업 두 곳이 있었다”면서 “AI를 활용한 영상 인식 기술이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할 때부터 기술적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엑시트까지 성공하는 것을 보며 더욱 힘내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영상 검색 전문기업인 엔써즈는 2011년 KT가, 증강현실(AR) 전문 벤처기업인 올라웍스는 2012년 인텔이 인수했다.
법인 전환 후 처음 몰두했던 분야는 ‘특허’라는 전문 이미지 인식 영역이었다. 사람이 하던 특허 디자인 도면 심사를 기계가 대신하는 특허심사용 이미지 검색엔진을 만들기 위해 1년간 특허청과 함께 기술 테스트를 수십 번 반복했다. 그 결과 특허청의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결국 당시 회사 규모가 작아 탈락했다.
김 대표는 이 사건을 오드컨셉의 가장 큰 실패이자 성공으로 꼽았다. 눈물겨운 노력 끝에 비록 탈락했지만, 덕분에 픽셀 서비스의 토대가 된 기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오드컨셉은 이후 어떤 프로젝트든 3개월 이상 투입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웠다.
기술에 대한 갈구
오드컨셉의 DNA에는 “기술력에 대한 무한한 갈구”가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는 “AI나 영상 인식 기술력이 모멘텀을 넘어서지 못해 시장에서 배척당하던 시기에 창업해서 상용 케이스를 빨리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목숨 걸고 했었다”면서 “아직 그 DNA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라는 전문 이미지 인식 영역 다음으로 주목한 카테고리는 웹 이미지다. 오드컨셉은 인터넷상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했고, 이후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커머스 이미지, 패션 이미지로 영역을 넓혔다. 패션과 커머스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픽셀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확장되기 시작됐다.
‘삼고초려’ 인재 영입
오드컨셉은 현재 집중하고 있는 패션 분야에서 이커머스로 AI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뛰고 있다. 국가별로 문화와 선호 브랜드가 다른 것이 한계로 작용하진 않을까. 김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패션 트렌드나 문화라는 것은 개인들의 기호가 모여서 생긴 결과”라며 “개인의 스타일 선호도를 얼마나 세세하게 분석해서 스타일링을 해줄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이지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오드컨셉이 픽셀 서비스로 다양한 사람에게 스타일링을 해주면서 학습하고 축적한 데이터 규모가 전 세계 톱티어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오드컨셉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야후재팬, IBM, 바이두,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 출신의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다. 오드컨셉 임직원 43명 중에 24명이 개발자다. 김 대표에게 뛰어난 인재 영입 비결을 묻자 “훌륭한 인재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소재는 훌륭한 동료”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공동 창업자들을 설득했듯이 원하는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편이다. “왕도는 없고 한두 번 퇴짜 맞아도 좀 질척거려야 한다”며 웃어 보인 그는 “정말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가 한두 가지는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드컨셉에 합류한 개발자 중에는 몇 번이나 고사하다가 7년 만에 입사한 사례도 있다.
그가 중요시하는 경영 철학 중 한 가지는 “권한은 나눌수록 커진다”라는 믿음이다. 그는 업무 종류에 관계없이 30분이 되기 전에 끝나거나 1시간 넘게 걸리는 일은 다른 이에게 권한을 이임하는 편이다.
김 대표는 “미팅을 하든 자료를 검토하든 가장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30분에서 1시간”이라며 “1시간이 넘어서도 처리하지 못한 일은 내가 업무 권한을 과도하게 가져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담당자들에게 배분한다. 반대로 내게 시간 여유가 많으면 내 권한을 제대로 못 가졌거나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오드컨셉은 사용자들이 상품을 빠르게 선택하고, 잉여 시간을 다른 데 쓸 수 있도록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이커머스 분야에서 사용자 체류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는 이미 24시간을 써도 한 플랫폼에 올라오는 상품을 다 볼 수 없다. 김 대표는 여기서 라이코스와 구글의 과거 사례를 예로 들었다.
“라이코스가 사용자들을 최대한 오래 잡아두려고 했다면, 구글은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고 이탈하게 만들었죠. 결과적으로 오래 잡아둔 곳은 단기적인 수익성은 높았지만 살아남지 못했어요. 구글이 롱런할 수 있었던 건 정보 접근성에 대한 스트레스를 낮춰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이 부담 없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 취지에서 보면 PXL이라는 AI 스타일리스트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낄 때 선택지를 줄여주기 때문에 체류 시간이 갈수록 줄어야 정상이죠. 패션·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사용자 체류 시간을 줄인 쪽이 롱런할 거라 생각합니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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