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팔이 없는 사람은 팔이 없다는 불편함 외에도 몸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척추 측만증에 걸리기도 하는 등 여러 질병에 노출되어 있어요. 하지만 의수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 너무 큰돈이 들어가 쉽게 주문하기도 어려워요.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우리나라 기업이 있어요. 바로 3D프린터를 활용한 제품을 설계·제작하는 ‘만드로’예요.

 

전자 의수의 손 부분. 미세 모터와 마더보드 등 각종 부품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

 

수입차량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정제현(41)씨는 2년 전 교통사고로 왼팔 어깨 아래를 잘라내야 했다. 처음엔 ‘없는 대로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담당의는 척추 변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짜 팔이 있는 쪽으로 자세가 기울어져서다. 섬뜩한 말에 의수(義手)를 장만했지만, 별다른 기능이 없는 의수는 막대기와 다를 게 없었다.

진짜 팔처럼 움직이는 전자 의수를 찾던 정씨는 가격에 깜짝 놀랐다. 팔꿈치 윗부분까지 없는 사람도 착용할 수 있는 ‘루크 암(LUKE Arm)’ 가격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대신 동전을 집어낼 만큼 성능이 좋다. 미국에서 상이군인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영국에서 이보다 싼 ‘히어로 암(Hero Arm)’을 개발했지만, 그래도 가격은 3500만원이었다. 팔꿈치 아랫부분이 있어야만 착용 가능한 점도 정씨에겐 한계였다.


팔꿈치 윗부분만 남아도 착용 가능

 

만드로 관계자가 전자 의수로 물병을 들며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손가락마다 2㎏씩, 손가락 4개로 총 8㎏을 지탱할 수 있다.

 

지인이 알려준 국내 업체는 정씨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앞선 외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해서다. 어깨 아래, 팔꿈치 윗부분을 포함한 전자 의수 가격이 298만원이었다. 정씨는 “(의수를 착용한) 손으로 물컵을 들어 물을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씨의 삶을 바꾼 업체는 ‘만드로’다. 3D프린터를 활용한 제품을 설계·제작한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책임연구원이었던 이상호(43) 대표가 2014년 세웠다. 처음엔 3D프린터 플랫폼 회사로 시작했지만, 이듬해 전자 의수 제작으로 방향을 틀었다. 값비싼 의수 가격 때문에 좌절하던 지인을 도운 것이 계기였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 1대 값이면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사업화를 결정했다.

만드로가 만든 팔꿈치 아랫부분 의수의 가격은 149만원.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3D프린터다. 180여개 부품을 사용자 신체에 맞춰 일일이 제작해야 하는데, 기존 제작방법(금형 설계·제작)으로는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3D프린터를 쓰면, 설계도면을 입력한 뒤 버튼만 누르면 된다. 교체 주기는 2년으로 외국산 의수(5년)에 비해 짧지만, 낮은 가격을 고려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작업실을 겸한 만드로 사무실은 가내수공업체 같은 분위기다. 대표 포함 직원 3명이 전자 의수 연구와 제작을 함께 한다. 가장 중요한 소양은 CAD(컴퓨터지원설계)프로그램 활용능력. 먼저 3D스캐너로 주문자의 신체 부위를 스캔하고, 여기에 맞춰 의수를 디자인한 뒤, 3D프린터를 이용해 주요 부품을 프린트한다. 그다음 프린트한 부품을 연결하는 등 세부 작업을 진행한다. 이런 공정을 거쳐 한 달에 최대 50대까지 만들어낸다.

판매가를 낮추다 보니 전체 매출에서 의수 판매 비중은 60% 남짓이다. 나머지는 연구개발 용역비와 이 대표의 외부 강연료 등이 차지한다. 이 대표는 “의수 판매로 남기는 이윤보단 연구개발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가 중요하다”며 “인간형 로봇 팔 제작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존 제품보다 얇게 제작한 신형 실리콘 장갑 내구성 시험을 위해 전자 의수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전자 의수 만드는 ‘만드로’ 직원들. 왼쪽부터 조하현(28·의지보조기학)씨, 서동민(32·기계공학)씨, 이상호 대표(43·컴퓨터공학), 인턴 강수민(22)씨. 강씨는 미국 UC버클리 기계공학과 4학년 휴학 중이다.

 

3D 프린터가 전자 의수 부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글 신인섭 선임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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