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 양질의 주택 공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요. 그러나 구체적 방법론인 재개발을 두고, 야당 소속 서울시장과 여당이 다수를 점하는 서울시의회의 온도 차는 여전해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근접 취재해 양측의 정책 의도와 그 이면에 담긴 정치적 셈법을 살펴봤어요.

 

대선과 지자체 선거를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서울 재개발을 둘러싸고 미묘한 경쟁 관계에 있다. / 사진:공동취재사진

 

정치인으로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미덕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에 밝다’는 것이다. 과거 그가 2006년 7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서울시장을 역임했을 때, 서울 집값은 이례적으로 안정을 유지했다. 야인 시절에도 그는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과 유튜브 대담을 갖는 등 부동산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을 어필했다.

오 시장을 회생시킨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압승의 일등공신도 부동산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초래된 집값·전셋값 폭등과 ‘LH 사태’로 분노한 서울 민심이 다시 오세훈을 소환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돌아왔어도 서울 집값은 여전히 상승일로다.

 

오히려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서울 주요지역 재건축 아파트가 꿈틀거리고 있다. 기류에 둔감하지 않은 오 시장은 민첩하게 대응했다. 당선 직후 가졌던 월간중앙 5월 호 인터뷰에서 “선거 기간에는 ‘신속’을 내세웠지만, 취임 후에는 ‘신중’을 강조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에 관한 속도 조절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이때부터 이미 오 시장은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부터 검토를 시작하겠다”며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로 재개발 장벽을 높여온 ‘서랍 속 규제’인 주거정비지수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 시장은 5월 26일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고, 재개발 요건을 까다롭게 높였던 주거정비지수제 폐지가 첫째 항목으로 올라갔다.


국토부 공공재개발 약점 파고든 오세훈의 공공기획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 기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 ▷주민동의율 민주적 절차 강화 및 확인단계 간소화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규제 완화 통한 사업성 개선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 등을 담았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주택 13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세훈식 재개발’ 플랜에 대해 “정비사업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것 같다”고 평했다. ‘공공기획’으로 불리는 이 방식의 장점은 심플함이다. ‘인센티브는 딱히 없지만, 사업추진 시간을 단축해주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시도하려는 ‘공공재개발’과 대비된다. 문 정부는 2020년 8·4 대책 때 ‘공공재개발’, 2021년 2·4 대책 때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모델을 들고 나왔다. 이들 정책의 교집합은 ‘공공이 주도한다’는 데 있다. 정부는 재개발 후보 지역의 참여율을 끌어올릴 유인책으로 소위 ‘35층 룰’의 예외(최대 50층 가능)를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대책에는 두 가지 치명적 결함이 존재한다.

 

첫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반대급부를 요구했다. 일정 비율의 공공 임대주택을 넣어야 했다. 게다가 목표로 잡은 사업 기간은 5년이었다. 민간 재개발보다 단축됐다고 해도 5년은 변수가 많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개발 사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현실화 가능성의 희박함이다. 주민동의율 10%만 넘으면 사전검토, 사전타당성 조사로 넘어가는 현행 제도하에서 주민 간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다. 반대하는 주민이 많을수록 재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하염없이 늘어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국토부가 공공재개발사업지를 그나마 스스로 조사한 것도 아니다. 지자체에 할당한 뒤 거기서 고른 것”이라며 “이렇다 보니 (재개발을 진행한다고 해도) 도저히 몇천 세대를 공급할 수 없는데도 발표된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목표치를 현실에 대입할수록 허수가 적잖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다.

오세훈 서울시가 내놓은 공공기획은 국토부 정책의 약점을 파고든 셈이다. 묘하게도 서울시가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선언한 5월 26일, 국토부는 ‘4차 공공주택 후보지’를 공표했다. 이에 관해 국토부는 “민간과 공공의 주택공급을 다 같이 활성화해나간다는 기본적인 목표에 대해서 서울시와 국토부는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는 “땅은 한정돼 있다. 결국 적잖은 재개발 사업 지역에서 어떤 모델로 진행할지를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부동산 정책에 관해 오세훈 서울시와 민주당이 사실상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적대적 공생 관계에 가깝다. 무엇보다 양측은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자체 선거를 시야에 넣어놓고 계산하고 있다. 먼저 오 시장 측은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재건축은 재개발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다. 재건축의 출발인 인허가, 안전진단은 서울시의 권한 밖 영역이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27일부터 2022년 4월 27일까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정비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이에 앞서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은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러나 7월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1년 전보다 무려 18억원이 오른 신고가(67평 66억원 거래)를 기록한 데서 알 수 있듯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집값 상승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 시장이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이런 규제를 내놓으면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나름 액션을 취했다는 알리바이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 지지층이 다수 분포하는 재건축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1년만 참아라. 민주당 일색인 서울시의회를 다음 선거에서 바꾸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재건축은 정체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부동산 공급론자로 각인된 오 시장이 1년 동안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서울 시민의 물음에 답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는 재개발만 남게 된다. 오 시장이 내놓은 ‘6대 재개발 완화 방안’이 즉각 실행된다고 가정해도 2년이 걸린다.

 

그 중간 시점에 서울시장 선거가 있다. 오 시장으로서는 재개발 정책이 잘 진행되면 ‘역시 일을 잘한다’는 중간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서울시의회의 반대에 막혀 답보 상태에 빠지면 ‘면죄부’를 얻을 수 있어 좋은 꽃놀이패일 수 있다.


재건축은 내년 선거 때까지만 참아달라?

 

오세훈 서울시의 이런 셈법을 모를 리 없는 서울시의회의 심경도 복잡하다. 서울시의회의 딜레마는 오세훈의 재개발 안을 비토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2021년 상반기 서울 집값과 전셋값은 역대급 폭등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온갖 대책과 엄포를 쏟아내던 국토부와 기재부, 청와대는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취재에 응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정부 머리로는 더는 내놓을 대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는 강화되고, 주택 공급은 기약이 없다. 2020년 8·4 대책 당시, 국토부는 노원구 태릉골프장 1만 가구, 용산 미군기지 캠프킴 3100가구,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 4000가구, LH 여의도 부지 300가구, 마포구 상암동 미매각 부지 2000가구, 서초구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600가구 등 신규택지에서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채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지역에서 강한 주민 반발에 직면하면서 진전이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22년 부동산 예측은 1년 전 썼던 부동산 전망에서 연도만 바꾸면 될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문 정부의 능력으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을 테니 업데이트할 요소조차 없다는 뉘앙스였다. 실제 국토부는 7월 13일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 조항을 1년 만에 백지화하며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처참한 실력을 드러냈다.

정부가 극단적으로 시장을 왜곡한 현실에서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처방은 ‘민간이 재개발을 주도하고, 서울시는 어드바이저로서 돕겠다’는 공공기획 모델이다. 공공주도는 아니지만 서울시가 참여하는 자체만으로도 투명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주민동의율을 30%로 상향하면 재개발 초기 단계에서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요약하면 ‘30% 동의를 얻지 못하는 지역은 공공재개발로 가라’, ‘30%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은 임대주택이나 이익환수 없이 사업 추진을 빨리하도록 돕겠다’는 메시지다. 기간 단축은 곧 추가 분담금 감소를 의미하고, 이 자체만으로 재개발 사업에서 최고의 인센티브라 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2종 일반규제지역의 7층 규제 완화도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는 우회로를 찾아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오 시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충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의회와 충분히 협의되지 못한 사안을 일단 발표부터 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적대적 공생’


그러나 서울시가 예산권과 의결권을 쥔 서울시의회를 시종일관 ‘패싱’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 서울시의회는 7월 2일 오 시장이 제시한 추경안을 213억원 삭감한 다음에야 통과시켰다. 오 시장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주택정책실을 확대 개편했지만, 이 역시 서울시의회의 협조 없이는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자체 선거가 임박하기까지 국민의힘 출신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와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대치 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 시장의 재개발 계획을 능가할 만한 정부나 민주당 안이 있다면 더 치열하게 반대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부동산에 관한 한 문 정부는 손을 놓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오 시장의 공급 정책을 지지했다가는 자칫 ‘배신자’ 프레임에 걸릴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내년 선거를 생각하면 그다지 호의적인 구도가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서울시의회가 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은 서울시 공급 정책에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러다 선거가 임박한 순간에 서울시와 어느 선에서 타협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발목을 잡았다는 책임론도 피하고 문 정부와 민주당에도 면이 설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시의회의 이런 포지셔닝은 역시 재선을 노리는 오세훈 시장에게도 그다지 불리하지 않게 작동한다.

서울 재개발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은 ‘재개발로 인한 주택 순증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시도 현시점에서는 어떻게든 일을 추진하겠다는 결사적 태도보다는 서울시의회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원 보이스가 아니면 우리가 난처해진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이 전부”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과거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 통개발’ 발언이 여의도와 용산 집값을 자극했던 전례처럼 말 한마디로 의도치 않게 독박을 뒤집어쓰는 사태를 피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선거를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서울시 역시 ‘열심히 뛰고 있다’는 이미지를 원하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콘텐트의 영역은 꽤 부담스러운 것이다.

상황을 종합해볼 때 재건축은 요원하고, 재개발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미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이런 사정을 간파하고, 2021년 하반기에도 급등으로 방향을 잡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매달 8800명씩 줄어들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14만700명이 순유출했는데, 이 가운데 주택 문제에 따른 순유출은 7만9600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서울 주택 공급은, 해는 저물어가는데 갈 길은 먼 나그네의 처지와 흡사하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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