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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민주당의 대선 경선 연기, 후보별 득실을 따져보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이 당초 예정보다 5주 연기됐어요. 예정대로라면 8월 초에 순회경선을 시작했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요. 경선 연기에 후보들은 이해득실을 따지며 경선 전략을 다시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에요. 남은 준비 기간 동안 민심은 누구를 향해 손을 내밀까요.

 

더불어민주당 경선 일정이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여파로 5주 연기되면서 후보들의 경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1, 2위를 다투는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경선 시작 전부터 공방을 벌이며 뜨겁게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이 당초 예정보다 5주 연기됐다. 예정대로라면 8월 초에 순회경선을 시작했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선 연기에 후보들은 이해득실을 따지며 경선 전략을 다시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남은 준비 기간 동안 민심은 누구를 향해 손을 내밀까.

민주당 지도부는 7월 19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후보 캠프와의 논의를 거쳐 본경선 지역순회 일정을 5주 미루기로 의결했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은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과 도쿄 올림픽, 추석 연휴 기간 등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4일 대전·충남지역을 시작으로 10월 10일 서울에서 순회경선을 마무리하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서울지역 경선일로부터 4~5일 뒤에 치르는 1, 2위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본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당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 등 6명이다.

경선 일정이 연기되자 각 후보 사이에는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이 지사 측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선 시기와 방법은 경선 후보 사이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당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 배재정 대변인은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는 시점까지 경선 일정이 연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필연캠프’의 판단은 지금도 유효하다”면서도 “지도부의 5주 연기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두 사람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큰 다른 후보들도 경선 연기 결정을 수용했다.

후보 6명 중에서도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당초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경선 연기론에 대한 입장은 정반대였다. 예비경선을 앞둔 6월, 친문 성향의 일부 권리당원과 국회의원들 사이에 경선 연기론이 제기되자 이 지사 측은 “원칙을 깨면서 인위적으로 흥행을 만들어보자는 것은 당의 운명을 불확실한 미래에 내던지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만 해도 이 지사는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대세론 바람이 불던 때였다. 경선을 연기하면 대세론이 희석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었다.


9월 4일부터 순회경선, 10월 10일 최종 후보 선출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당 대표의 네거티브 공격이 맞붙었다. 이 전 대표 지지자가 군 면제를 받은 이 지사를 뺀 ‘군필원팀’ 포스터를 온라인에서 배포하자, 이 지사는 산재 사고로 굽은 팔을 보이며 반박했다.

 

반면 이 지사를 추격하는 입장이던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을 맡은 윤영찬 의원은 6월 7일 “본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경선 연기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경선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연기론의 명분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 전 총리도 연기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예비경선이 끝난 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입장이 바뀌었다. 7월 중순 당 지도부가 TV 토론을 취소하자 이 전 대표 측은 “코로나 때문에 TV 토론 많이 하자더니 코로나가 극심한데 갑자기 취소라니. 그것도 후보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선관위가 누구 편이란 소문이 진짜일까”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며 이 지사를 맹추격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경선 연기로 인한 득실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무승부인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본경선 연기가 확정돼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후보들은 기선 제압을 위한 주도권 다툼에 나섰다. 다른 후보들을 멀찌감치 앞서며 1, 2위를 다투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싸움이 가장 치열하다. 정치권에서 두 후보 진영의 싸움을 ‘명낙대전’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경선 연기론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조짐을 보였다. 이 지사는 비이재명계가 제기한 경선 연기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른바 ‘가짜 약장수론’이다. 이 지사는 6월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1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때 가짜 약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보이거나 평소에 보지 못한 희귀한 동물들을 데려다가 사람들을 모아놓은 다음에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등이 경선 연기론으로 ‘반이재명 전선’을 편 데 대한 정면 비판이었다.

이 지사의 발언에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의원은 이튿날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표현”이라며 “자제해야 한다”고 불쾌함을 내비쳤다.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도덕경] 구절을 인용해 “多言數窮 不如守中(다언삭궁 불여수중). 자고로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정치인은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응수했고,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에다 “의원들의 건강한 토론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폐쇄적 인식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선 연기론이 촉발한 두 후보의 신경전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확전했다. 사실 두 사람은 7월 초 예비경선 과정에서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신체장애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은 이 지사를 빼고 이낙연·정세균·김두관·박용진 후보만 들어간, ‘군필원팀’이라는 온라인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어린 시절 공장에서 작업 중 사고로 굽어진 팔을 공개하면서 이 전 대표가 언론인 시절 썼던 기사를 겨냥해 “5·18 학살을 옹호하던 사람, 박정희를 찬양하던 분”이라고 직격했다. 뒤이어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형수 욕설, 음주운전 전력 추가 의혹 등 개인적 치부를 꺼내 들었고, 이 지사 측은 옵티머스 연관 의혹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찬성 의혹 등을 연이어 제기하면서 난타전으로 치달았다.


이재명-이낙연, 경선 연기되자 전략 대폭 수정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두 사람의 네거티브 공방전은 경선 연기에 따른 본선 전략이 대폭 수정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비경선을 치를 때만 해도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이 지사를 맹추격하던 이 전 대표는 7월 30~31일 TBS 의뢰로 한국사회연구소가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6%에 그쳤다(신뢰 수준 95%·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2주 전 (7월 16~17일) 같은 조사에서 19.3%를 찍은 뒤 2주 만에 4%p가량 주저앉은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 지사는 25.4%(3주 차), 27.4%(5주 차)로 상승하면서 6.1%p까지 줄었던 격차를 다시 벌렸다.

두 후보는 상대를 공격해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하면서도 공격 포인트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주로 이 지사의 개인적 치부를 들춰 공세를 펼친다. 이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를 윤리적 지탄 대상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차별화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총리, 전남지사 시절 활동을 거론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무능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는다. 지난 7월 이 지사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우아한 지도자라고 하는데, 일 안 하면 우아하게 보일 수 있다. 일할 사람을 찾는다면 이재명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능한 일꾼론’을 강조하면서도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네거티브가 가열되자 양측은 화력을 대폭 보강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본선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달 초 이병훈·홍기원·오영환 의원과 박래용 메시지실장, 김효은 전 경기도 평화대변인, 서누리 변호사, 김영웅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장 등 7명을 추가로 대변인에 임명했다. 이 전 대표는 온화한 이미지를 지키면서 참모들이 공세에 나서는 전술이다.

이 전 대표에 비해 원내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 지사 측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대거 합류시켜 외연 확장과 두꺼운 방어진을 편성했다.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한 박주민, 이재정 의원이 각각 공동총괄본부장과 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민주당 최다선인 변재일 5선 의원도 이 지사 캠프에 합류해 우원식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후보 직속 기획단장을 맡아 선거 전략을 짜는 중책이 맡겨졌다. 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민형배·박상혁·윤영덕 의원을 비롯해 박원순계인 진성준·박홍근·천준호 의원을 영입했다. 이는 이 지사의 ‘비문 이미지’를 희석하고 경선에서 친문 중심의 ‘반이재명’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직 공개적으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고 관망 중인 수도권의 한재선 의원은 이 지사의 캠프 재정비를 이렇게 호평했다. “이 지사가 생각보다 노련하게 전술을 펴고 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비문 이미지는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잘 아는 것 같다. 여러 계파를 고루 영입하는 것은 ‘원팀’의 리더 이미지를 당원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좋은 전략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잘 쓰면 약, 과하면 독’이다.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전은 다소 아슬아슬했지만, 대체로 흥행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선이 연기된 상황에서 본선에 관심을 한껏 높인 전초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상대 후보와 차별화하고 선명성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도 후보들에게 나쁘지 않았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경선 직전까지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질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외곽 지지 조직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네거티브 공방을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면 민주당 경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오히려 실망으로 바뀐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경선 흥행을 가로막는 요소”라고 말했다. 최근 다른 후보들과 당내 인사들이 두 후보에게 네거티브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됐다.


이낙연 공격하다가 중단한 이재명의 ‘아웃복싱’

 

국민의힘 경선과 일정이 겹치면서 야권에서 주목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세에 따라 민주당 경선 판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7월 8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 전 원장 부친의 빈소에서 윤 전 총장이 조문하고 있다. / 사진:조문객

 

실제로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면서 민주당 경선은 온통 두 사람의 폭로와 반격에 초점이 맞춰졌다. 송영길 대표는 네거티브가 격화하자 8월 6일 김원기, 임채정, 문희상 등 당 원로들을 초청해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갖고 경선 관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송 대표는 “선을 넘는 네거티브는 ‘소탐대실’이라는 말씀이 많았다”면서 “민주당이 선을 넘는 네거티브라도 해서 정권만 잡고 보자는 선거 전문조직이 아니라, 민생과 정책 주권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 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이 지사는 8월 8일 “이 순간부터 실력과 정책에 대한 논쟁에 집중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한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각 후보 캠프 상황실장 등 적절한 수준의 상시 소통채널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정책 검증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후보께서 경쟁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셨다.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호응했다. 이어 “저는 7월 19일 네거티브 자제를 포함한 ‘경선 3대 원칙과 6대 실천’을 제안드렸다. 후보 간의 공방에 국민의 걱정이 많으시다. 걱정을 끼쳐 드려 송구하다”고 했다.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전은 이 지사 측이 점수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초반에는 이 지사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7월 17~18일에 JTBC가 의뢰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재명(23.8%), 윤석열 22.0%, 이낙연 20.1%로 3강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 지사가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양쪽의 난타전이 쌍방 책임론으로 굳어지면서 애초에 이 전 대표 측이 강조하려던 이 지사의 도덕성 시비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호남과 수도권,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지사 지지세가 안정적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9~11일 4개 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지사가 23%, 이 전 대표가 1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지사 48%, 이 전 대표 29%로 격차가 유지됐다. 민주당 경선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지사가 정확하게 치고 빠르게 빠져나가는 아웃복서 스타일로 점수를 잘 따냈다”고 평했다.

민주당 경선을 좌우할 요소는 비단 내부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국민의힘의 대권 경쟁은 민주당 후보들이 개입할 수 없지만,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을 피하려고 경선 일정을 연기했더니 하필 국민의힘 경선 일정과 겹치게 됐다. 국민의힘은 8월 30~31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후보 선출 일정에 돌입한다.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만 10여 명에 이른다. 범보수 진영 후보들이 모두 참여할 경우 후보군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컷오프는 9월 15일 1차 8명으로 압축하고, 10월 8일 2차 컷오프에서 4명을 선발해 11월 9일까지 본경선을 치른다. 1, 2차 컷오프 과정이 민주당 전국 순회경선 일정과 겹친다. 특히 경선 흥행을 이끌 간판 주자 4명을 추리는 날을 10월 8일로 정한 것은 민주당의 컨벤션효과를 희석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경선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편성한 것도 민주당 경선 흥행의 복병이다.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경선준비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우리 후보들을 제대로 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 인지도를 높이고 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농촌 봉사활동, 공개 압박면접, ‘올데이라방(라이브방송)’, 청년이 참여하는 ‘청년 콜라보’, 비전 토론회 등 방식을 다양화했다.

특히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민주당 경선 구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신인인 두 사람에 대한 국민의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경선이 시작되면 이들의 정치철학과 비전, 본선 경쟁력이 여론을 흡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 보좌관은 “윤 전 총장과 최 전 감사원장에 대한 관심은 이들의 정책 능력보다 정권 교체를 감당할 역량이 있는 인물인가에 맞춰질 것”이라며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당 경선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리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권 경쟁이 민주당 경선에 영향 줄 것”

 

민주당의 전국 순회경선이 본격화하면 후보들 간의 이합집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경선의 승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8월 4일 YTN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 나선 정세균(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후보.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범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변화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지지율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갤럽이 8월 6일에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이 19%로 직전 조사(25%)보다 6%p 빠졌지만 이 전 대표(11%)는 5%p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 지사는 25%로 선두를 지켰지만, 오름폭은 1%p였다. 윤 전 총장 지지층 중에서 중도 성향의 스윙보터들이 윤석열 대세론이 흔들릴 때 이 전 대표에게 이동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윤석열 대세론이 강해지면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이 주목받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여권 2등 주자인 이 전 대표에게 지지층이 결집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 경선의 판도를 바꾸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쟁이 치열하면 싸움에 능한 장수가 필요하고, 승기(勝氣)가 잡히면 안정감 있는 관리자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대선은 여야가 같은 시기에 경선을 치르게 돼 각자의 판도 변화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의 지지율을 믿고 방심해서도 안 되고 섣부르게 오버해서도 안 된다.”

내부의 변수도 있다. 바로 후보들 간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양강구도를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지면서 다른 후보 4명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양강구도가 고착화할 경우 후보들의 단일화를 통해 세 규합이 급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예비경선에서 이광재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를 선언한 뒤 경선을 포기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정 전 총리와 단일화를 바라는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양기대 의원은 7월 27일 전북도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낙연, 정세균 후보 간 단일화는 인위적으로 할 수 없고, 국민이나 지지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언급했다.

 

두 사람은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해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비교적 우호적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단일화에 성공하면 분위기를 뒤바꿀 동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 전 총리가 쉽게 응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정세균 캠프 경민정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틈만 나면 후보와 캠프 가리지 않고 구애를 펼치는 이낙연 캠프에 정중하게 말씀드린다. 이낙연 후보와 정세균 후보는 느낌적 느낌으로 맞지 않다”고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경 부대변인은 “이낙연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70점으로 평가하셨다. 스스로 70점 총리임을 커밍아웃 하신 셈”이라며 “우리는 70점 전직 총리와 결코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앞서 이낙연 캠프의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정 전 총리 측에서 ‘단일화는 없다’고 했지만, 결선투표 자체가 후보 단일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양강 중심으로 후보들의 이합집산 본격화 예상


이에 맞서 이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 사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여러 경선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등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을 때마다 이 지사를 비호해주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되기도 했다. 여기에 이 지사도 호응하며 두 사람 사이에 연대가 형성돼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반이재명 연대’에 맞선 ‘명추연대’로 명명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이 8월 10일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을 공개 제안하자, 이 지사는 즉시 페이스북을 통해 “양당 통합이 순리”라고 호응했다. 두 사람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추전 장관 측은 일단 선을 그으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먼저 단일화를 제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추 전 장관 캠프 관계자의 말에는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적 모호성을 띠고 있다.

이재명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아직 단일화를 거론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그는 “본경선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거론하는 건 상대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순회경선이 진행되면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에 공감하는 후보들 사이에 연대가 이뤄지겠지만, 그것이 꼭 후보 단일화의 형태만으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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