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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호텔. 관광업 피해가 커요. 지난해 전 세계 관광객은 10억 명을 밑돌았어요. 2012년(10억3500만 명) 이후 8년 만이에요. 호텔, 백화점 등을 상대하는 인력 파견업도 덩달아 타격을 받았어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남다른 전략으로 거래처 관심을 끄는 파견 서비스 업체가 있어요. 인력 600여 명을 보유한 (주)이노서브FM/BM이에요.

 

 

(주)이노서브FM/BM(이하 이노서브)은 건물 종합관리 및 호텔·리조트의 하우스 키핑, 근로자 파견, 용역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건물 관리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2014년 설립해 길지 않은 업력에도 현대백화점, AK 플라자와 같은 유통 공룡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더 프라자 호텔 등 전국 14곳 호텔 및 리조트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직원 600여 명 이 이노서브 이름을 달고 각 고객사에 파견된다. 대표적인 인적 서비스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지난 2019년경부터 IT기술 접목을 통한 체질 개선을 도모해왔다. 이노서브는 호텔의 객실 정비, 유통업체 미화 등을 IT기술로 시스템화했다. 업계에서는 드문 시도다.

“유지관리 업무란 특별한 퍼포먼스를 내기보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일에 가깝다 보니, 일한 티가 잘 안 납니다. 그렇지만 전부 공이 들어가는 부분이죠. 예를 들어 객실에 놓여 있는 어메니티(amenity)를 호텔의 기준에 맞게 진열, 배치하는 것도 우리 업무입니다. 서류로 이루어지던 업무 절차를 더욱 손쉽게 개선하고, 직원 노력과 성과를 확실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늘 고심해왔습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HMS 시스템이었고요.”


IT로 고객사, 근무자 만족도 제고


8월 11일 서초동 이노서브 본사 사옥에서 만난 김민동 대표가 말했다. 이노서브는 2019년 호텔 객실 근무자들의 업무 배정 및 객실 관리 내역 공유를 위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HMS(Housekeeping Management System)를 개발했다. 객실 정비 근무자(룸메이드), 중간관리자, 고객사 모두가 객실 정비 내역은 물론이고 비품 보충, 분실물 신고 내역 등 실시간 현황을 PC 및 모바일로 전달받는다.

 

예컨대 객실 정비 근무자가 베개 커버, 욕실 타월 등을 바꾼 뒤 교체 수량을 HMS 앱에 체크하면, 프런트 근무자가 건물 전체에서 소요된 비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비품 사용 내역이 체크되니 불필요한 지출이 감소했다. 업무 흐름이 정체되는 일도 확연히 줄었다.

고객사 신뢰도가 향상되는 효과도 따라왔다. HMS 사용 전에는 용역비 청구 근거가 되는 객실 정비 내역을 매달 말일에 일괄 수기로 합산했다. 자료가 누락되는 등 변수로 청구 용역비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HMS를 사용하면서 업무 내역이 이벤트 발생과 동시에 누적되고 자료의 정확성이 제고돼 거래 투명성이 높아졌다.

 

‘우리를 감시하는 것 아니냐’던 근무자들도 HMS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작업 내역을 적은 자료를 모으고 제출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도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근거에 따라 성과를 인정받고, 응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HMS는 6개월간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말 정식으로 론칭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며 각 업계가 비대면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호텔·리조트 부문의 매출이 50% 이상 줄어든 상황을 만회하는 데 HMS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HMS 개발 후 입찰 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업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노서브는 HMS를 전국 고객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더욱 편리한 시스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능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일부 노년층 근무자, 이주 여성 등 한글을 모르는 근무자들을 위해 수건, 샴푸 등 각 비품을 아이콘화한 시도 역시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했다.

HMS의 성과에 힘입어 이노서브는 HMS를 유통업체에 적용한 SCI(Smart Cleaning Information)를 출시했다. SCI는 미화 관리 시스템이다. 관리자가 쓰레기통, 화장실 등을 정비한 후 각 시설에 부착된 NFC(근거리무선통신) 태그에 SCI 앱을 깔아둔 휴대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정비 시간, 처리 내역 등 정보가 시스템에 바로 입력된다.

 

최근에는 백화점 VIP 발렛파킹 서비스를 효율화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위해 VPS(Valet Parking System) 개발을 마쳤다. VPS를 사용하면 특정 구역에 모여 기다릴 필요 없이 사전에 휴대폰으로 출차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 AK 백화점 분당점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용역업의 미래를 선도하다


건물 관리 용역업체로서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겠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호텔 등 관광 비즈니스 업계 전반에서는 아직 모든 용역 관리 업무를 지류를 통해 처리한다. 업계에 소프트웨어 개발 전례가 없다 보니, 초기 투자 비용이 많아 첫 소프트웨어 HMS를 만들 때만 1억원 가까이 투입됐다.

 

게다가 코로나19라는 큼직한 악재가 덮쳤다. 갖은 상황적 어려움에도 기술개발을 이어가는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용역업이 언제까지나 정성적 노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산업이 고도화되면 로봇 청소기가 모든 것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죠. 하지만 저는 인적 서비스업이 완전히 대체된다기보다 전문 서비스 영역과 로봇이 제공하는 일반 서비스 영역으로 양분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시스템 개발로 업무를 효율화하고 인력을 전문화하는 두 전략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이노서브는 인력 전문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클리닝 패트롤(Cleaning Patrol)’이 대표적인 예다. 이노서브는 일반 작업에 비해 공이 더 들어가는 대리석, 카펫 작업을 도맡는 전담팀을 꾸려 고객사 현장을 별도 지원하고 있다. 같은 일을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하면 생산성이 증가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직원들의 업무 전문화까지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 생각이다.

그는 “잘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자는 것이 내 철학이다. 직원들에게도 자주 하는 이야기”라며 “한 가지 일을 제대로 해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수십 년 인력 관리 서비스 한 분야에 몸담아 각종 리스크에 대응해온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노서브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창업 전 김 대표는 인력 관리 분야에서만 14년을 일했다. 컨티넨탈마이크로네시아 항공사를 거쳐 유니버스 퍼실리티 서비스 코리아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터미널 운영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 7년간 머물며 고객서비스팀 아웃소싱 파트장을 맡았다. 당시 전국 78개 점포의 아웃소싱 예산 수립 및 계약관리 업무를 수행했던 김 대표는 “현장 실무 경험 덕에 고객 니즈를 파악할 자신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확신 덕분일까. 이노서브는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2015년에는 메르스가, 2016년에는 사드 사태가 터지며 파산하는 호텔이 많아졌고, 용역비를 못 받아 금세 5억원에 달하는 빚이 쌓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김 대표는 당시의 채무를 청산하고, 유수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그는 이노서브를 지금 모습으로 키울 수 있었던 비결로 고객이 잘되도록 발 벗고 나서는 ‘일에 대한 진지함’을 들었다.

“저희는 고객사에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제안합니다. 용역 서비스나 건물 관리에 한정된 조언이 아닙니다. 업계 서비스 동향이나 노동정책 변화 등 고객사가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발맞춰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고객사의 손님이 늘고, 업황이 개선되면 결국 우리 일도 늘기 때문이죠. 우리는 선순환을 지향합니다.”




정하은 인턴기자 jung.haeun@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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