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진정한 가치, 혁신성, 건전성을 사업보고서나 지속가능보고서만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전제하에 기업과 개인의 가치와 경쟁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무형자산, 비재무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해 그 결과를 수치화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바로 일본의 아스타뮤제(Asta Muse)예요.
아스타뮤제는 첨단기술과 관련해 연구단계부터 상용화, 비즈니스화까지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를 수집·통합하고, 자사의 애널리스트팀이 이를 독립적인 기준으로 분류하고 지수화한다.
대상 데이터는 기술특허 및 생산능력, 인재, 네트워크, 친환경, 지속가능성, 사회적 과제 해결 능력을 포함한다. 이를 위해 아스타뮤제는 전 세계 130개국의 특허, 크라우드펀딩,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보조금, 기업투자 정보를 집대성해 신규 사업 및 투자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기업의 건전성을 투자기준에 반영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확대되고 있는 요즈음, 아스타뮤제의 분석 리포트는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스타뮤제의 나가이 대표는 “아스타뮤제는 모든 기업과 개인이 보유한 경쟁력의 원천인 무형자산·비재무정보를 가시화하는 회사로 더욱 정밀하게 기업가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2005년 설립한 아스타뮤제는 이러한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십수 년 동안 지식재산권 등의 빅데이터를 수집, 통합, 분석해왔다. 아스타뮤제는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고 수집해 통합 구조화하는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정 분야 전문가, 데이터 수집·통합 엔지니어, 기계학습/네트워크를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 등 약 40명으로 꾸린 애널리스트팀이 아스타뮤제의 강점이다. 이들의 분석 결과는 경영자와 투자자가 납득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가시성 있는 정보로 거듭난다.
“아스타뮤제의 서비스에서 분석을 넘어 데이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아요. 단 몇 개월, 몇 년 안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10년 이상에 걸쳐 데이터를 누적해왔고 비용도 상당히 소요됐죠. 이질적인 데이터를 통합하고 정화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현재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풍부한 자체 데이터베이스는 우리의 강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죠.”
아스타뮤제와 포브스코리아가 이번에 협업한 국내 탄소저감효과지수 산출 및 랭킹 선정 작업은 최근 ESG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토픽이므로 투자자, 기술보유 주체 등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지수의 독창성과 효용성에 나가이 대표는 각 기술의 탄소저감 잠재력과 기업들의 탄소저감기술 자산을 연계해 구성했으며 3가지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단순한 탄소저감 관련 기술 자산의 질과 양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각 기술이 실현할 탄소감축량을 반영해 영향력을 산출했다는 점.
둘째, 이러한 탄소감축량을 자국 산업과 자사뿐만 아니라 전 분야의 다른 산업, 타사의 탄소감축량까지 포함해 계산했다는 점.
셋째, 현재 시점뿐만 아니라 2030년, 2050년까지 탄소중립 예측을 시계열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세 가지 메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아스타뮤제가 유일하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아스타뮤제의 탄소저감효과지수는 일본 및 글로벌 기업이 반영하고 있으며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려는 투자자들이 지표로 활용한다. 일례로 세계 최대 투자사인 GPIF(일본 연금관리운용 독립 행정법인)의 최근 ESG 활동 보고서 내 전체 산업의 탄소저감 분석에 아스타뮤제의 지수가 적용됐다.
나가이 대표에 따르면 아스타뮤제의 분석보고서는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300여 개사가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 연구기관, 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도 서비스 요청이 늘고 있다. 그는 “특히 투자가의 경우, 거의 실시간 단위로 분석 빈도를 높인 공신력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아스타뮤제는 포브스재팬과 함께 일본 내의 혁신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혁신지수를 개발하고 일본 기업의 순위를 선정한 바 있다. 혁신기업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혁신효율’, ‘오픈이노베이션’, ‘혁신집적도’ 등 3개 패턴으로 인수분해해 기업들의 혁신성을 평가했다. 나가이 대표는 당시 혁신지수 및 순위가 일본 내에서 일으킨 반향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혁신지수와 관련해 상위에 오른 기업들은 자사의 혁신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서 파급력이 있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또 순위에 오르지 못한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자사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방향성을 얻어 좋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주목받지 못한 주요 무형자산의 가치를 발굴하겠다”
나가이 대표는 도쿄대 대학원 재학 중에 아스타뮤제를 창업했다. 그에 앞서 소프트웨어회사를 창업한 경력이 있다. 당시 그는 ‘어떤 비즈니스가 미래가치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무형자산에 주목했다. 수많은 기술 정보를 집대성해 전 세계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들여다보고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되기를 원했다. 특히 시대에 맞지 않아 묻혀버린 기술이라도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창업을 결심하게 했다.
“혁신을 만드려는 노력이 제대로 평가되고 기회를 얻어, 그것이 사회에서 발현되도록 가속화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연구원일 때 혁신기술임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좋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이런 기술과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발굴하는 것이 사회의 미래를 개척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소프트웨어사를 운영할 때,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을 염두에 두었으나 실제 한계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연결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통해 이런 구조와 기회를 만들고자 직접 아스타뮤제를 창업했어요.”
그가 느낀 현실의 한계와 고민을 하나둘 현실화한 것이 바로 지금의 아스타뮤제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이다. 그래서 그는 현재 글로벌 대기업, 글로벌 투자가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다양한 직장인, 대학생 등 개인에게도 혁신기술, 창업의 사업성 조사 등을 위한 자양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즉, 아스타뮤제가 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 혁신을 생성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그가 추구하는 목적은 지식의 사업화·민주화·유동화다. 정보의 매칭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를 생성하고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개인 누구든 이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식이 물처럼 더 많은 이에게 흘러 사람, 산업, 국가의 울타리를 넘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수익을 내지 못하고 DB 구축에 비용을 투입하다 보니 2008년 리먼사태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경영난을 겪었다. 이때 일본 대형 벤처캐피털 자후코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당시 투자역은 “이런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며 투자를 결심했다는 전언이다.
아스타뮤제는 현재 서비스 제공 범위를 일본 국내에서 세계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나가이 대표는 “한국, 중국의 제조사 등 해외 클라이언트와 초기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준비는 마쳤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창업 이래 줄곧 세계 모든 기업과 무형자산을 영어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고 다양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어요. 현재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밝힐 수는 없지만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지역, 해외 기업의 일본지사, 한국의 전자회사·자동차 제조사, 중국의 제조사 등과 여러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우리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단계입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영업과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나가이 대표는 스스로의 강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자에게 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기업 가치와 비즈니스 기회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아스타뮤제가 돕겠다는 의지를 한국 기업인들에게 전했다.
“한국과 일본처럼 국토, 자원,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무형자산은 가장 중요한 무기이며 기업가치 그 자체입니다.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기업가들이 어렵지 않게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무형자산 가치를 높이는 것이 투자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죠. 또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입니다. 한국에는 훌륭한 기업이 많으므로 이번 포브스코리아와의 협업을 토대로 한국 기업들과 만나는 접점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아스타뮤제 - 2005년 창업한 일본 데이터분석 기업으로, 자체 수집한 세계 80개국의 특허, 논문, 기업 정보, 혁신 및 신기술정보, 표준 및 규제정보, 투자정보 데이터를 보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창조사회 과제 해결을 위한 신규 사업 개발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
※ 나가이 아유무 대표 - 도쿄대 기계공학·인공지능 전공, 도쿄대학 대학원 원자력공학·전산 유체역학 전공. 2005 년 아스타뮤제 창업.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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