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국갤럽에서는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여야 정치인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사람은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대선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관심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월간중앙에서는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9월11일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는 참여연대·아름다운가게·희망제작소 등에서 활동하면서 창조적 혁신을 통해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해왔다. 서울시장이 되어서도 그런 생활태도가 몸에 배어서인지 자료를 모으고 토론하면서 변화하고 혁신해내는 일이 그에게는 일이 아니라 놀이처럼 보인다.
시장인 그의 관심영역이 늘수록 서울시청 6층 그의 집무실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그의 업무파일 개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자세히 보니 2년 전에 만든 보도블록 파일은 더 두툼해졌고. 세월호 참사 이후 침수 대책, 싱크홀 종합대책 등 안전 관련 파일 목록이 더 추가됐다.
힘들고 골치 아픈 일도 있지만 늘 즐겁게 일하려고 한다. 사람의 얼굴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고민과 모든 걸 담고 있다. 요즘 TV에 비치는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을 보면 재선하기 전인 4년 전에 비하면 얼굴이 확 상했더라. 책임이 큰 자리라서 많이 힘든 것 같다. 저는 서울시장 되고 나서 즐겁게, 행복하게 일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뭐든지 즐겁게 하려고 한다.
“중요하지 않은 현안이 없지만 가장 우선에 두는 건 시민 안전이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늘 먼저 토론하고 현안이 있으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여름이 막 지났지만 우리가 아직 풍수해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안심할 수 없다.
서울시의 수해방지대책본부가 해제되는 게 10월 중순이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태풍이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 예컨대 지난번 서초동 우면산 산사태 이후에 이미 보강공사를 다 했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 돼서 ‘제 3의 기관, 외국기관에도 한번 맡겨봐라’ 하면서 이중삼중으로 계속 점검하고 확인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라는 초고층 빌딩 신축에 따라 안전과 관련해 이런저런 구설이 끊이지 않는데, 서울시의 원칙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여러 방면으로 점검해봤는데, 롯데월드 개발 지역은 싱크홀로 인한 위험은 일단 없어 보인다. 다만 인근 석촌호수에 물이 많이 빠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물론 물 빠짐 현상이 과연 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에 1년 정도 걸리는 정밀한 용역을 발주해놓았다.
최근 문제가 된 도로의 동공들은 싱크홀이라기보다는 지반침하에 따른 도로함몰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지하철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도 있고, 하수관이 노후화되면서 물이 새는 과정에서 모래나 자갈까지 함께 무너져내린 현상도 있다. 전문가들도 당장 제2롯데타워로 인해 생긴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더라.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많은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나서 얻은 잠정 결론이다. 그래서 롯데월드 지역의 안전 문제는 지금 구성돼 있는 시민위원회 분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최종판단을 할 생각이다.
전 국민이 수혜대상인 보편적 복지는 지방정부가 원천적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다. 지방정부는 세수가 딱 제한돼 있어서 중앙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중앙정부가 힘든 건 알지만 지금 자치단체들마다 거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서울시도 이미 긴축재정을 통해 지난 3년간 5조 원의 채무를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사업은 많고 예산은 너무 없으니까 많이 힘들다. 서울이 런던이나 베를린 같은 세계 도시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지금 서울시 인구 1인당 예산액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중 거의 꼴찌수준이다. 중앙정부가 예산 재정 운용에 대한 큰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분권이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대통령께서 통찰해서 결단을 내려달라는 거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 재정과 인사 자율권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
취재 : 나권일 기자
[ 월간중앙, 2014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