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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세계를 홀린 이 남자의 춤!

흥겨운 막춤 같지만, 막상 따라 해보려고 하면 무척 어려운 춤.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6억 뷰를 넘긴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속칭 ‘범 내려온다’ 영상에서 김보람 예술감독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선보인 춤의 특징이에요. 무용단 이름대로 ‘애매모호한’ 춤의 이 어려움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김보람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은 인터뷰에서 “춤의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춤의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한다. 기본을 건너 뛰어버리고 화려하고 멋진 동작만 추구하는 무용수를 종종 보게 되는데, 나는 그런 이들이 잘 사용하지 않으면서 춤의 기본이 되는 동작을 안무에 많이 넣는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김 감독이 인터뷰 중 한 말이다. 진지한 춤꾼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답이다.

사실 김 감독과 그가 2007년 창단한 앰비규어스는 ‘범 내려온다’의 대히트로 대중적 인기를 얻기 전부터 무용계에 잘 알려져 있었다. 창단 이듬해인 2008년 CJ영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후 상복도 적지 않았고, 해외 초청 공연도 여러 번 했다. 현대무용·한국전통무용·스트리트댄스·발레 등을 넘나들며 이질적인 요소를 엮어낸 춤사위로 일상의 감각과 감정을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김 감독의 독특한 배경이 있다. 초등학교 때 가수 현진영을 보고 춤에 빠진 전남 완도 소년은 상경해 엄정화·이정현 등 여러 가수의 백댄서로 일하다 미국 진출을 꿈꾸게 됐다. 대학생이 되면 미국 비자 받기 쉽다는 말에 서울예대 무용과에 들어갔다가 온갖 무용 장르의 기본기를 섭렵하게 됐다.

김 감독은 “관광공사 일은 이날치밴드의 장영규 감독과 인연이 있어서 맡게 됐다”며 “코로나가 터진 직후여서 드문 일거리였고 새로운 일이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범 내려온다’ 이후 김 감독과 앰비규어스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5월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릿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홀로그램으로 함께 무대를 꾸몄고, 같은 달 21일에는 서울 구석구석에서 춤판을 벌인 댄스 비디오를 공개했다.

 

이번 협업은 ‘범 내려온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을 본 콜드플레이 앨범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가 멤버 크리스 마틴에게 소개해 성사됐다. 김 감독은 “1월 초부터 오랜 시간 준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11월 12일부터 극장공연 ‘얼이 섞다’ 선보일 예정

 

세계적 밴드와 협업할 흔치 않은 기회인데도 김 감독의 고민은 컸다고 한다. 혹여나 순수 무용을 추구하는 앰비규어스가 백업 댄서로 보일까봐서다. 그는 “다행히 크리스 마틴이 앰비규어스가 콜드플레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너희 영상에 출연한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며 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줘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다채로운 색상으로 물든 행성 카오티카를 탐험하는 콜드플레이 멤버들 사이로 앰비규어스 무용단이 익숙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등장한다. 김 감독은 데이비 메이어스 감독의 주문을 최대한 수용하되 앰비규어스만의 색을 잃지 않고자 했다고 한다.

 

“저희 상징이 된 검은색 선글라스 정도는 껴야 한다고 했다.(웃음) 안무 요구는 특별히 없었다. 우리는 자유롭게 노는 안무를 선호하는 편이라, 밤에 맥주 마시다가 나온 춤을 넣기도 했다. ‘범 내려온다’도 우리가 몸 풀 때 하는 기본스텝을 응용한 춤이다.”

이날치밴드, 콜드플레이 등과의 협업으로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은 앰비규어스는 이제 본업으로 돌아간다. 11월 12일을 기점으로 춘천, 고양, 포항, 천안 등을 돌며 공연 ‘얼이 섞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을 앞둔 김 감독은 “대중의 관심과 많은 매체 작업을 이어가면서도 주력 활동인 극장공연과 연습에 더 집중하게 된다”며 “지역극장의 후원으로 무용이 제작되기 어려운 국내 공연 환경에서 지역문화재단 공동제작으로 현대무용 레퍼토리가 공연되는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며 사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2021 문예회관·예술단체 공연콘텐트 공동 제작·배급 프로그램’을 지원해 제작됐다.

김 감독은 “뜨거웠던 지난여름 지하 연습실에서 춤 연습을 하다 밖으로 나와 쉬고 있는데 개미가 지나가는 걸 보게 됐다”며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베짱이도 개미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지금껏 춤을 춰 왔는데 운이 좋게 큰 관심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 김보람(1983년생)=▶서울예술대학 현대무용 전공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창단(2007) ▶‘에브리바디 시즌3(볼레로)’로 CJ영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 수상(2008) ▶‘인간의 리듬’으로 한국춤비평가협회 작품상 수상(2014) ▶한국관광공사 해외홍보영상 시리즈 ‘Feel the Rhythm of Korea’ 출연(2020)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20)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moon.s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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