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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노사가 서로 이해하는 진정한 사과의 6가지 조건

한국 사회에선 ‘사과’ 마저 늘 논란거리다. 한 야당 의원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야당 대표가 최근 공식적으로 ‘대신’ 사과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현대중공업은 신임 사장이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에 즈음해 ‘종업원의 마음을 회사가 얻지 못했다’는 것을 사과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인간은 언제든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인간은 본래 자기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취약한 존재’라고 하면 심한 평가일까.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잘못이 있다. 


순간적인 실수로 당황해서 변명을 거듭하다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잘못 혹은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해를 끼친 경우 우리는 진정한 사과를 바라게 된다. 진정한 사과는 피해를 받은 사람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피해를 끼친 사람도 반성을 통해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게 만든다.


문제는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는 과정이다. 진정한 사과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진정한 사과의 핵심은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이고 서로 화해하는 것이다. 화해에 이르는 사과에 관한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효과적인 사과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과문 속에는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둘째, 비록 자신은 다르게 생각하는 점이 있더라도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 당연함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사과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가능한 빨리 진심을 갖고 하는 게 필요하다. 

넷째,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미안하다는 감정의 표명은 문제 해소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하다. 

여섯째, 재발 방지 등 향후 행동에 대한 표명과 실행도 필수적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변명은 앞의 조건이 충족될 때 효과적이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해명이 전반적으로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하지만.


그런데 우리는 왜 자신의 잘못 혹은 실수를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스스로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데 외부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는 경우 추상적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만약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를 할 경우 법적으로 큰 책임을 지는 증거로 작용할까 두렵기 때문 일 수 있다. 


물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인정하는 것과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개별행위는 구별해야 한다. ‘미안하다’는 표명이 갖는 법적 적용을 제한하는 미국처럼 ‘사과법(The Sorry Laws)’을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회사가 종업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 회사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신임 경영진의 호소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종업원들이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고 함께 미래로 향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왜 하필이면 파업 찬반 투표를 앞두고 절박한 사과를 하고 있는지 사과의 타이밍에 관한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궁금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소속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가슴 속 깊이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는 두루뭉술한 사과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여러 당사자와의 화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도 지켜 볼 일이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 교수 

[이코노미스트, 1258호]


사진 :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