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 젊은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이 넘쳐나고 있다. 국가의 예산과 부채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북한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수읽기를 해 보면 결코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 것 같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 노인들이 주류가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의료비를 비롯한 복지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세 수가 부족해 담뱃값까지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 연금제도의 변화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앞으로 세금을 점점 더 올릴 수밖에 없는데 세금을 낼 곳은 줄어들 전망 이니 곤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미래에 대한 수읽기를 하여 미래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다. 나중에 곤란한 상황이 되고 나서 손을 쓰려고 하면 이미 때는 늦는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잘 하지 못해 고통을 당한 쓰라린 경험이 적지 않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일제 침략이 좋은 예다. 당시 위기상황을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했더라면 국가적 수난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둑에서는 미래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를 예측해 대비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 기술을 ‘수읽기’라고 한다. 고수들은 멀리까지 수를 읽고 또 정확하게 내다본다. 미래를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고수들은 미연에 닥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고수들이 특별한 노하우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도 모두 사용하는 미래 예측 방법을 쓰고 있다. 그것은 ‘~한다면 ~할 것이다’와 같이 추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적의 대마를 공격한다면 상대방은 달아날 것이다’와 같이 예측을 한다.
대부분의 바둑수나 전략은 이와 같이 ‘~한다면 ~할 것이다’의 추리방식에 의존한다. 경영에 비유되는 반면운영이라는 것이 이러한 미래 예측 방법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바둑의 수읽기 방식은 다른 분야에도 통용이 된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노인들의 수명이 늘어나면 고령층이 많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추리를 하면 일반적인 추세는 대부분 예측을 할 수 있다.
나라의 복지 예산이 계속 늘어간다면 국가 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어진다면 여름에 폭염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다.
지나치게 장밋빛 가득한 추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돈을 풀면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다→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 민생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와 같은 예측이다. 어떤 수를 쓸 때 결과는 몇 가지 가능성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지 가능성만 생각하면 안 된다.
미래 예측에서 보다 중대한 문제는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도 대책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대비를 하지 않으면 어느 땐가 갑작스런 사태가 들이닥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징후가 보이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이코노미스트, 12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