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고 있다. 은행에 가기 보다 대부분의 업무를 모바일로 처리하는 것이다. 더불어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은행의 결제시스템을 다운 받아 결제를 하게 된다. 사실 은행앱을 사용할 경우 여러 공인인증 절차를 거쳐서 이체할 수 밖에 없다. 보통 귀찮은 것이 아니다.
다음카카오의 다음 서비스는 뱅크월렛 카카오다. 11월6일부터 시행된다. 메신저앱을 통해 쉽게 금융이체가 가능해지는데, 간편하게 결제한다는 장점과 자칫 개인정보가 새어나갈 경우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 등 양날의 검처럼 장단점이 존재한다.
뱅크월렛카카오, 즉 뱅카는 카카오톡으로 송금과 소액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다음카카오는 전국 15개 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뱅카의 시행을 앞두고 은행 관계자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그런데 은행들의 속내는? 솔직히 걱정이다. 다음카카오의 금융시장 진출이 반가울리 없다.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를 해온 은행들은 다음카카오가 자신들의 주도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3700만 명의 사용자는 무시할 수 없는 수이다. 그렇다면 뱅카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뱅카는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와 유사하다. 여기에 송금 기능이 더해졌는데, 송금수수료도 100원 안팎으로 저렴한데다 서비스 초기에는 송금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해 많은 사용자들이 뱅카를 이용할 듯 하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에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경우 기존 급여이체나 우수 고객의 경우에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건당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모바일 전자 지갑의 강점은 송금인데, 뱅카에 송금 기능이 더해지면서 은행 전자 지갑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뱅카는 자신의 은행계좌에 있는 돈을 카카오톡 가상 계좌에 최대 50만 원까지 이체(충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카오톡 친구끼리는 하루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이나 모바일 쇼핑몰,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설치된 곳에선 소액 결제도 할 수 있다.
결제수단을 뱅카로 선택하고 PIN(개인식별) 번호를 입력하면 가상 계좌에 있는 잔액 내에서 결제할 수 있다. 일종의 모바일 전자지갑이다.
뱅카를 사용하려면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자신의 은행계좌를 등록하면 된다. 은행계좌를 등록할 때는 처음 1회만 본인 인증을 하면 된다. 그 뒤로는 비밀번호만 누르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다.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14세 이상만 활용할 수 있고, 1기기에 1계좌만 허용된다.
뱅카에는 거래 은행 현금카드 기능도 넣어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잔액 조회도 가능하다. 단, 뱅카가 학교폭력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고등학생의 송금 기능은 차단했다.
뱅카보다 먼저 서비스하기 시작한 카카오페이도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9월 KB국민·신한·현대카드 등 국내 9개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시작했다.
카카오 간편 결제는 기존 신용카드를 카카오톡앱에 등록한 후 모바일 결제 때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보안을 위해 LG CNS의 간편 결제 서비스 ‘엠페이 (MPay)’를 적용했다. 가입자는 한 달 만에 120만 명을 넘었다.
뱅카는 카카오페이보다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다음카카오의 금융시장 진출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가 IT·금융 융합 트렌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뱅카를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뱅카 시연장에 참석해 “뱅카에 결제 한도(최대 50만 원)가 있는 것이 금융규제 때문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겠다”고까지 말했다.
여러모로 뱅카 등장이 반갑지는 않지만 기대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전자지갑의 편리성을 느끼면 새로운 고객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금융권의 독자적인 사업보다는 영향력 있는 사업자와 협업을 하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뱅카와의 제휴를 관망하던 하나은행이 뒤늦게 제휴를 맺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인 만큼 인프라가 미비하고 가맹점 부족 등으로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
뱅카의 보안성에 대한 우려도 시장 진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자지갑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39.5%나 될 정도이고, 이중 50.4%가 개인정보유출 때문이라고 답을 한 상황이다. 카카오톡의 보안성을 의심하는 사람이라면 금융거래를 카카오톡으로 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금융결제원과 카카오 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안전하다” 는 입장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분실 혹은 해킹 때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보안 기술이 최고라고 해도 인간적인 실수를 노린 스미싱 혹은 피싱의 위험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 또한 어렵다.
여기에 금융사고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으로는 인터넷·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서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인 책임을 은행이 지게 된다. 소비자의 책임 여부는 은행이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뱅카를 서비스하는 다음카카오는 IT 회사로, 금융당국의 감독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편 은행들은 기존의 전자 지갑과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며 뱅카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경쟁은 더 좋은 서비스를 낳는다. 카카오톡 금융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의 등장이 기존 은행 서비스를 더욱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좀더 간편한 결제, 편리한 사용이라는 모토를 누가 먼저 잡을 것인가에 따라 은행서비스의 강자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김성희 기자
[이코노미스트, 12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