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0일 한국 모바일게임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라인과 텐센트가 한국 모바일게임 퍼블리셔인 4시33분에 1300억원을 투자한 것. 한국 게임업체 중 라인과 텐센트가 공동 투자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라인과 위챗으로 대표되는 라인과 텐센트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라인과 텐센트가 단독 투자하려고 물밑 경쟁을 했을 게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4시33분이 공동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라며, "두 회사가 4시33분의 미래를 얼마나 크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게임 제작사이자 퍼블리셔인 4시33분이라는 회사 이름은 권 의장의 부인이 만든 4시33분 로고가 너무 좋아서 정해졌다. 이에 대해서 미국의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가 만든 4분33초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지만, 그냥 좋아서 회사 이름으로 사용했을 뿐 특별한 의미나 의도는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권 의장은 '틀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게임과 심리학의 경계를 허물다
'4분33초'라는 회사의 독특한 이름 못지 않게 독특한 것은 창업자 권준모 의장의 이력이다. 권 의장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경희대학 교육대학원과 경희사이버대학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다가 "정해진 삶, 고정된 마음보다는 움직이는 게 좋다"며 교수를 그만두고 제자들과 함께 2001년 9월 엔텔리젼트라는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후 넥슨모바일 대표, 넥슨 공동대표,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등을 지내며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됐다.
권 의장은 "원래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며 "게임은 굉장히 심리학적"이라고 말했다. 게임할 때 타인의 기록을 깨려는 심리가 게임을 하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권 의장은 미국 유학시절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했던 그는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뭔지 연구하고 싶어 동기심리학을 전공했다.
▩ 엔텔리젼트, 게임으로의 첫걸음
2001년 제자들과 창업한 엔텔리젼트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창업 당시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엔텔리젼트는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당시에는 없던 장르의 액션게임을 출시하며 성공을 거뒀다.
2004년 엔텔리젼트에서 출시한 모바일게임 '삼국지 무한대전'은 누적 다운로드 200만 건을 기록하며 게임업계에 권준모라는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삼국지 천하통일'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지자 2005년 5월 권 의장은 엔텔리젼트 지분을 모두 넥슨에 넘기고 넥슨모바일 대표로 취임했다.
넥슨모바일에서도 메이플스토리 등의 성공신화를 쓰며 넥슨공동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시 권 대표는 넥슨을 연매출 5000억원을 올리는 게임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리고 2008년, 넥슨 대표에서 물러나 1년 후 제자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가 바로 '4시33분'이다.
▩ 4시33분, 모바일게임의 틀을 깨다
4시33분은 모두 실패한다고 말한 게임으로 성공했다. 모바일게임의 틀을 깨고 카톡 회원과 실시간으로 맞붙는 게임을 시도하여 탄생한 '활'의 성공을 뒤이어 '블레이드'는 출시 1년도 안돼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시33분에서 자체 개발한 '회색도시'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성공으로 4시33분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현재 4시33분의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잇따른 성공으로 4시33분과 손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4시33분이 퍼블리싱한 게임이 매년 10개가 안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른 퍼블리셔와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양이다. 게임 출시보다는 게임 성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4시33분이 말하는 이유다.
2015년 권 의장의 계획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다. 라인과 텐센트의 공동투자로 인해 4시33분의 중국과 일본 및 동남아시아 진출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러한 4시33분의 성공은 한국 게임업계의 해외 진출 역시 수월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4시33분의 가치를 1조원이라고 하던데, 나는 3조~4조원으로 보고 있다. 자신 있다." 권준모 의장은 4시33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5년, 국내를 넘어선 4시33분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