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LG전자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 악화다. TV 사업의 적자전환으로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불안해졌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
LG전자 주가는 6월 19일 종가 기준으로 5만700원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10% 떨어졌고, 1년 전에 비해서는 30% 이상 하락했다. 2007년 1월 31일(5만2200원)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LG전자의 올 1분기 매출은 13조9944억원, 영업이익은 30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36%나 감소했다. 감소 원인은 TV 사업을 관장하는 HE사업본부의 적자전환(62억원)이 영향을 미쳤다. HE본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판매량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 실적 악화로 직격탄
삼성전자 주가도 내리막이다. 올 3월 19일 151만원으로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20만원대로 떨어졌다. 3월 갤럭시S6 공개 후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그 덕에 주가는 150만원 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약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 주가까지 악영향을 받았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수순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소규모 합병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엘리엇이란 외생 변수도 악재였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외 판매 부진과 성장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TV와 생활가전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 휴대폰 사업도 불안하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지만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애플 아이폰6와 삼성전자 갤럭시S6 등 신제품 공세에 LG전자의 스마트폰 G4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렇다 보니 이들 기업에 대한 주가와 실적 전망을 낮추는 증권사 보고서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TV 부문의 적자 지속과 핸드셋의 마진 하락으로 LG전자의 2분기 영업 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3320억원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도 전년 동기보다 46% 감소한 3279억원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8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낮췄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53조6000억원, 7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매출 3.6%, 영업이익 5.2% 줄어든 것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기대해볼 만
그렇다면 앞으로 이들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LG전자의 경우실적 부진으로 현재 주가가 바닥은 맞지만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록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에는 부진한 TV 판매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만큼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부진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인 D램은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에서도 1위다. 최근에는 사물 인터넷 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데이터 저장장치) 부문과 대규모 집적회로(LSI) 부문에서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기존 175만원에서 19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