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 당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였던 광주 민심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 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한 데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선거 판도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현직 강운태 광주시장과 이용섭 국회의원이 중앙당의 전략공천을 ‘밀실야합 낙하산 공천’으로 규정하고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이들의 단일화 결과가 광주시장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 에 새정치 민주연합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일부 후보도 무소속 출마로 선회, 무소속 시장 후보와 연대를 추진하고 있어 광주지역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VS 무소속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는 윤장현 후보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여론이 확산되면서 ‘안풍’이 강한 ‘역풍’으로 바뀌는 모양
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는 인사가 줄을 잇고 있고, 안철수 대표를 지지해왔던 단체들도 잇따라‘안철수 지
지 철회’를 선언하며 전략공천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여론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새정 치를 위해 광주시장 후보로 새 인물을 전략공천을 했다는 당위성은 있지만, 전략공천 과정에서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처음부터 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전략공천에 대한 당위성을 광주시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했 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 속에 5월 첫 황금연휴를 틈타 기습적으로 전략공천 발표를
한데 대한 반발여론이 크다. 여기에 유권자인 시민들의 선택권을 무시했다는 데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새정치를
한다면서도 과거 민주당이 호남에서 보여주었던 ‘내려꽂으면 된다’는 식의 구태정치를 답습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광주 시민운동의 대부격인 윤 후보의 전략공천에 대해 광주의 시민단체들까지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
주 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공정경선수호 시민연대’도 “시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
고 심야 밀실에서 결정한‘낙하산공천’을 광주시민의 힘으로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전략공천에 대한 광주지역 반발여론이 심해지자 안 대표는 수 차례 윤 후보에 대해 “권위적인 관료 리더십이 아닌
낮은 자세로 광주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민의 리더십을 실천할 수 있는 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추구하는 가
치에 맞는 인물”이라며 전략공천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왔다. 이와 함께 안 대표가 5월 17~18일 직접 광주를 방문
해 ‘진화’에 나섰지만, 광주의 반발여론은 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반발여론은 기존에 안 대표를 지지했던 인사들마저 지지를 철회하는 강한 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대선과정에서부터 호남지역에서 안철수 대표의 가장 핵심적인 지지세력으로 활동해왔던 광주전남시민포럼(이하 포럼)도 5월 15일 안 대표의 지지를 철회하며 포럼을 해산했다.
포럼 측은“시민포럼은 정치개혁을 통해 한국사회 전
반에 걸친 구조개혁에 일조하고, 호남에서 민주당의 정치독점 구도를 깨트려 지역정치를 혁신하고자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출범했다”며 “그러나 안 의원은 ‘새정치’라는 단어만을 반복할 뿐 대한민국 미래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소수 측근 비선라인에 의존하는 불통정치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광주지역 안철수 지지
단체로 구성된 새정치실천연합도 안철수 지지 철회를 선언하고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안철수 지지세력들의 반발은 안철수 공동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다 이를 포기하고 민주당과 합당하면
서부터 촉발됐다. 이어 안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과정에서 광주시장 후보만을 챙기고 기초단체장 및 광역
·기초의원 공천에서는 안철수계 후보를 거의 챙기지 못하면서 반발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광주 대첩’의 승패 여부에 따라 안철수 대표의 정치인생에 중대 기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민선 6기 광주시장 선거전은 역대 선거 중 가장 치열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공천한 윤장현 후보와 무소속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5월 15일 일제히 후보등록을 하면서 사상 초유의
치열한 본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장관과 재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중량감 있는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역대 최고의 흥행카드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광주시장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윤 후보를 전략공천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
부, 특히 안철수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운명과 당의 사활을 걸고 윤 후보 당선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전략공천
에 앞서 윤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박혜자·장병완·임내현·강기정·김동철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광주지역 국회
의원 5명도 윤 후보 당선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윤 후보의 당선 여부가 국회의원 5명의 정치 행보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무소속 출마한 강 후보와 이 후보도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걸고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며 세 확산에 나서고 있다.
무소속 강운태·이용섭 후보의 단일화 논의도 급물살을 탄다. 두 후보는 5월 14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새정치민
주연합 안철수·김한길 두 사람의 밀실야합으로 공천된 낙하산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려 광주의 정체성과 광주시민
의 자존심을 되찾고 한국 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무소속 후보 단일화에 합
의했다. 단일화 시기와 관련해 두 후보는 “늦어도 오는 28일까지로 하되,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되면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방법과 관련해서는 “시민여론조사로 하되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다른 방법도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후보 측은 단일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양측 각 2명씩이 참여하는 실무 태스크포스(TF)팀을 이날부터 구
성해 가동했다. TF팀은 가장 적합한 단일화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강 후보와 이 후
보는 “누구로 단일화되든지 간에 양 선거캠프를 통합하는 등 단일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고 강조했다. 강후보는 “단일화에 합의한 만큼 단일화가 안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같이 출
마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당위의 문제다. 없어야 한다”며 단일화는 시민과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단
일화를 기정사실화했다. 두 사람이 단일화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심이
커진 지역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에 맞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소
속 후보 단일화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시기
와 방법 결정을 놓고 양 측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도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 단일화까지는 진통도 예상된다. 단일화
됐을 경우 양측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숙제 등 넘어야 할 고비와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강운태·이용섭 두 후보 간 단일화 여부가 이번 광주시장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전략공천을 강행한 안철수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가 광주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것
”으로 예상했다. 안철수 대표가 광주에 상주하면서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시민들을 설득해내는 데 이번 선거의 성
패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로서는 윤장현 의원이 당선돼야 광주를 교두보로 호남을 자신의 정치 근거지로 삼
을 수 있게 된다. 안 대표로서는 그 반대의 경우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장면이다. 광주시장 선거에 안 대표의 정치
생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유력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면서 지역정치권에는 이들이 무소속 연대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맞대
결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에 시장·구청장
·광역의원 무소속 후보들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그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각 지역별
로 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으로 이어지는 무소속 연대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광주시장 무소속 후보들은
광주 인근의 나주·화순 등의 무소속 후보들과의 연대도 가능한 상황이어서 무소속 주자들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들 간 치열한 선거전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8명의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두기
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관계자는 “컷오프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는 선거 때마다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광역단체장 전략공천 강행에 대한 민심 향배에 따라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
이 있을 수도 있어 당 입장에서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와 달리 전북도지사 경선은 안철수 대표측 인사인 강봉균 후보가 민주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5월 13
일 원광대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지사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안 대표 측의 강봉균 후보는 옛
민주당 출신 송하진 후보에게 패했다. 전주시장을 지낸 송 후보는 공론조사 선거인단 투표에서 총 유효투표수 793
표 가운데 426표(53.72%)를 얻어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강봉균 후보는 184
표(23.2%)에 그쳤다.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은 안 대표가 통합 전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전북도지사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인사다. 사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할때만 해도 전북지역에서는 파란이 예고됐었다. 선
거 때만 되면 무조건 지지를 해줬던 옛 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안철수
공동대표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실제 통합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이미 예
견됐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단 1명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그것도 전략
공천이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신당카드를 내걸었던 안철수의 사람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애초 기대했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