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미국 하면 '햄버거'를 떠올리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진짜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해외 현지 음식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크로와상 붕어빵과 롤케이크 몽슈슈, 대만의 폭탄 오징어 및 펑리수, 하와이의 호놀룰루쿠키, 홍콩의 80년 전통 쿠키전문점 기화병가 등은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 식당가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캐주얼 레스토랑 '후쿠오카 함바그'를, 갤러리아 명품관의 식품관인 고메이494는 뉴욕 푸드트럭의 핫 아이템인 '랍스터바'의 랍스터 샌드위치 가게를 유치했다.
▒ 백화점에서 골목상권까지 섭렵한 현지식
해외 유명 간식의 국내 진출은 백화점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스페인 간식 츄러스는 홍대나 이태원을 중심으로 작은 가게에서 판매되다가 최근에는 국내 유명 과자 브랜드에서 스낵형태로 출시되기까지 했다. 프랑스 정통 수제 디저트 에끌레어를 드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해외 가정식'을 판다는 레스토랑도 부쩍 늘었다. 합정에 위치한 '피자그라피'는 미국 가정식인 맨앤치즈를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정집을 개조한 작은 음식점 '만뽀'는 일본 가정식을 전문으로 한다. 세르비아 현지인이 만드는 떡갈비 '체바피'나 포르투칼 '프란세지냐'는 아는 사람만 아는, 다소 낯선 현지 음식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미국 하면 '햄버거'가 생각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진짜로 그곳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현지화'가 이뤄진 것이다.
▒ 해외 현지 음식이 유행하는 까닭은?
이렇게 '현지 스타일' 메뉴가 유행하는 것은 해외 여행객 수의 증가와도 맞닿아 있다. 올 1~3월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이렇게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자신이 여행한 나라에서 맛본 메뉴를 한국에서도 접하고 싶은 사람이 늘어난 것도 당연하다.
여행객들의 여행 스타일 변화도 현지식의 인기 상승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의 여행 패턴은 주요 관광명소 위주로 빠르게 돌아보는 '관람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석구석을 제대로 보고, 현지 먹거리와 문화를 즐기는 '체험형'으로 변하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처럼 여행을 테마로 하는 TV 프로그램의 영향력도 크다. 현지식 메뉴를 소개하는 맛집 프로그램도 늘었다. K STAR의 '식신로드'에서는 세계 여행을 가지 않고도 즐기는 세계 음식 베스트를 소개했다.
▒ 해외 현지 음식의 인기, 어디까지 확산되나
해외 현지 음식의 인기는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정식이 유행하면서 '1인용 트레이 세팅'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식문화에 대한 인기는 주방용품·식기·인테리어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현지 음식의 유행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에 들어오는 여행객들을 위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찾는 맛집과 실제 주민이 즐겨 찾는 맛집이 다른 경향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한국 여행객에게 새로운 맛집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굴 타겟으로 하든, 이제는 로컬화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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