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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이경규의 시사프로그램,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

JTBC 토크쇼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의 MC는 이경규. 그가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뜨거운 네모’는 앙케트 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가장 핫한 이슈를 논하는 신개념 토크쇼다. 이경규는 지난 4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방송국에서 적응해야 하는 도전이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갖고 미래지형적인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존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일 첫 방송에서는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첫 번째 ‘대한민국 황혼의 죽기 전 마지막 소원’에서는 ‘동거’가 화제였다. 특히 60대 이상의 51.4%가 죽기 전 꼭 동거를 해보고 싶다는 설문결과는 흥미로웠다. 방송에서는 실제 동거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황혼 동거에 대한 사회적 현상을 짚어봤다. 이경규는 “각자 알아서 할일”이라고 결론 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경규


두 번째 주제는 ‘대한민국 매출 1위 휴게소는 소변으로 돈을 번다’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이 휴게소는 남자 화장실에 소변 게임기를 설치, 다른 남자와 소변의 자존심 대결을 통해 매출을 높였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주제는 ‘강남 엄마들의 못말리는 교육 열풍’으로 자녀 성적이 오른다면 뒤주에라도 넣겠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대판 뒤주는 가정용 독서실이었다.

이경규에게 '뜨거운 네모'를 맡은 이유와 그가 우리 사회의 관심사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다. 
 

Q. JTBC와는 첫 만남이다. ‘뜨거운 네모’를 맡은 여운혁CP와의 친분이 작용했다고 들었다.
A. 여운혁 CP 한 개인을 위해서 방송을 맡은 건 절대 아니다. (웃음) 다만 여운혁 CP가 하는 방송이라면 ‘믿고 따라가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뜨거운 네모’의 시청률이 저조하다면 JTBC의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라도 꼭 성공해야 한다. 두세 개 프로그램을 히트 치고 떠나는 게 목표다. (웃음)

Q.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
A.옛날에는 재미없으면 안 했다. 피디나 작가에게 ‘이렇게 하면 망한다’ ‘바꿔라’ 하고 잔소리도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녹화부터 하고 난리 친다. (웃음) 예전에는 ‘녹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송했지만 이제는 ‘좋게 재밌게 빨리 끝났으면’으로 바뀌었다. (웃음)

Q. 방송에서 곧잘 호통치는데 실제는 어떤가.
A. 우리나라에 왜 반말, 존댓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후배들에게 나이, 학벌, 출신을 묻지 않는다. 대신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본다. 후배들이 방송에서 내가 ‘어렵고 무섭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실제로는 허물없이 지낸다.

Q. ‘개그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롱런하는 비결은.
A.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 또 시대를 앞서가는 예능을 가장 먼저 시도했다. ‘캐릭터 설정’을 해놓고 방송했던 개그맨은 내가 처음이다. MBC ‘대단한 도전’을 하면서 김용만씨와 캐릭터를 설정했다. 김용만 씨한테 호통치는 역할이었는데 그게 편했다. (웃음) 남들이 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앞서갔던 것 같다.

Q. ‘이경규쇼’를 해보고 싶지 않나.
A. 내 이름을 걸고 하면 프로그램에 더 애착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이경규쇼’를 하고 나면 내 방송경력이 끝날 것 같다. 언젠가는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Q. 정상에 오른 뒤에 어떤 고민이 생겼나.
A. 고민은 늘 한다. 요즘 고민이라면 방송이 너무 다큐멘터리화되고 있다. 리얼을 강조하다 보니 하루 종일 카메라가 우리를 따라붙는다. 솔직히 너무 힘들다. 요즘 후배들은 (리얼리티 한다고) 군대를 가지 않나, 엄마 대신 애를 보 질 않나… 이게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성도 의문스럽다.

Q. 동년배 개그맨들이 거의 방송을 떠났는데 외롭지 않나.
A. 외롭다기보다 나한테 충고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좀 그렇다. 어른이 있으면 눈치도 보고 할 텐데, 대충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컨트롤하는게 힘들다.

Q. 영화감독이 최종 목표인가.
A. 예순을 넘기면 영화감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의 MC를 60대에 시작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방송도 하고 영화도 찍고 싶다.

Q. 이미지가 부드럽게 바뀌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A. 나이를 먹으면 말이 많아지고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럴수록 남의 말에 귀기울이는 ‘리슨(litsen)’과 ‘셧업(shut up)’이 필요하다. ‘힐링캠프’를 하면서 듣는 연습이 많이 됐다.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웃음) 만약 ‘힐링캠프’의 초대손님이 된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 그동안 했던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왜 그 방송을 했는지, 방송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풀어놓고 싶다.

Q. 어떤 방송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A. 특별히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개그맨이 그리 대단한 직업은 아니다. 다만 방송가에서 ‘끝까지 치열하게 일하다 간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현재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 늘 PD, 작가와 싸우면서 말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