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기업이 있다. 바로 프리즘 디스트리뷰션의 양준무 대표이다. 인터뷰를 위해 프리즘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전시회 쇼 룸처럼 신기한 물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건 하나하나를 모두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빅뱅이 직접 디자인한 아이폰 케이스, 미국 그래픽 디자이너 로스타가 직접 그린 벽화,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케이스의 액세서리 제품들, 산에서도 원두커피를 먹을 수 있는 캠핑 커피 등 정말 신기한 물건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들은 해외에서는 이미 유행을 뛰어넘어 문화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준무 대표는 이렇게 신기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스스로 직접 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장서서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양대표는 청소년기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에서 거주하면서 자라왔다. 집에서 10분 거리에는 바다, 스키장이 있어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 보드, 서핑, 스노우보드 등 스포츠를 접하면서 자랐다. 이중 스케이트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19세에 입대하기 위해서 한국에 입국한 후에도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과 어울렸다. 군생활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6개월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구체적인 계획과 아이디어는 없었지만 한국에서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케이트보드 제작 업체인 버튼 코리아의 후원을 받으면서 프로스케이터로 활동하면서 인디가수부터 스케이터,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소위 서브컬처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쌓았다. 이렇게 양 대표의 사업이 시작되었다.
아이폰 등 애플 제품 케이스로 출시되서 유명해진 '인케이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양준무 대표였다. 1997년 설립된 인케이스는 전 세계에 인케이스 백팩 열풍을 선도했으며 최근 출시된 '아이콘 백팩'은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와 각종 액새서리를 완벽하게 수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인케이스는 원래 산업 디자인회사였지만 케이스, 가방을 생산하는 회사로 발전했다. 양대표는 인케이스의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이 마음에 들어서 2009년 우리나라에 론칭을 했다.
아이폰3GS가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케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인케이스는 애플의 액세서리 정도로 취급을 하던 기업들도 인케이스를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경쟁을 벌였는데, 인케이스는 자본도 부족하고 역사도 짧은 프리즘을 선택했다.
1년 후에는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총판 계약도 프리즘이 맡아서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리즘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뛰어난 마케팅 실력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대신 양대표의 독특한 이력과 인케이스의 문화를 잘 알고 즐기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양대표가 스케이트보드와 스노보드, 서핑을 즐기면서 접했던 문화는 프리즘의 기반이다. 그가 한국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와도 같다. 한국에 없는 해외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행은 금방 사라지며 유행 사이클은 굉장히 짧은데, 양 대표는 유행으로 끝나는 제품보다는 우리 삶에 꾸준히 사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내 소개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버튼(Burton)은 원래 한국의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프리즘을 선택했다. 양 대표는 지난 1월, 버튼코리아 지사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대기업을 이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단지, 자신이 스노우보드를 즐겨탔기 때문에 버튼의 문화를 잘 알고 있었고, 이것이 계약을 맺을 수 있던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프리즘이 세계적인 브랜드와 손잡고 일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문화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자본금 3천만원으로 시작한 프리즘은 현재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 정말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이처럼 양 대표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삶에 다양한 문화를 전파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