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는 2005년12월1일부터 시행된 것으로, 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제도를 대체하여 금융기관에 매년 퇴직금 해당금액을 적립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받아 노후설계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이다.

퇴직연금


지난해 말부터 회사와 직장인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소식이 들린다. 매달 적립하는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이 0%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도입한지 9년이 된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85조2837억원이다. 전년 대비 25.1% 증가했다. 가입자 수는 499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11.9% 늘었고, 가입 사업장도 20.4% 증가했다. 급속한 노령화와 노동 환경 변화로 도입 후 적립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퇴직연금

그러나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수익률은 직격탄을 맞았다. 퇴직연금 전체의 92.6%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만 운용하고 있는 점도 수익률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퇴직연금은 길게는 30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 적립 상품이다. 원금의 규모도 비교적 크다.

그만큼 수익률 1%의 차이는 퇴직급여를 지급하거나 받는 시기에 큰 차이로 나타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수익률은 물론 퇴직연금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운용에 대해 회사(사용자)와 근로자가 직 접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연금의 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퇴직연금 종류를 이해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확정급여(DB)형과 확정 기여(DC)형으로 나뉜다. 여기에 약간 다른 개념의 IRP 방식이 더해진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했을 때 받을 돈이 정해져 있다. 이 점은 기존의 퇴직금 방식과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은 퇴직금은 회사가 자금을 내부에 쌓아두지만 퇴직연금은 의무적으로 회사 외부의 금융사에 맡겨둔다는 것이다. 금융사는 퇴직급여를 맡긴 회사의 운용 지시에 따라 돈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

근로자 입장에서 DB형은 회사가 알아서 퇴직급여를 적립·운용해주고 미리 약속한 돈만 정확히 받는 방식이다. 따로 신경 쓸 부분이 적다. 대신 수익률이 높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보다 많은 돈이 쌓이면 이것은 그대로 회사의 이득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투자 손실이 발생해도 회사는 근로자에게 약속된 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회사는 이에 따른 충당금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DB형의 수익률은 근로자보다는 회사의 재무와 관련이 깊다.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회사는 일정 금액을 불입했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임금상승률 때문이다. 만약 금융사의 운용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을 경우 결론적으로는 마이너스 수익률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이 때도 회사는 퇴직급여의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그럴 가능성이 커진다.

퇴직금 적립

하지만 DB형 퇴직연금 중 97.7%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몰려있다. 사용자가 운용 상품을 결정하는 DB형의 경우 안정적 운용성향에 따라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을 선택한 것이다. 원리금 보장형은 원금을 떼일 염려가 적지만 그만큼 수익률이 낮게 마련이다. 자칫 임금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익률이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저금리 시대에 원금 보장형을 고집하는 것은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자산과 안정적인 자산으로 분산투자해 수익을 높여 기업의 충당금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박준범 삼성보험연구원 소장은 “해외의 경우 퇴직연금의 원금 보장형과 실적 배당형 상품 비율이 5:5 정도가 일반적”이라며 “요새 같은 저금리 때는 원금보장에 의존하기보다는 적정수준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운용부의 최형준 부장은 “선진국의 투자원칙보고서(IPS) 같은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책임기구를 만들어 목표 수익률과 포트폴리오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DC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퇴직금을 근로자의 개별 계좌에 적립해주면 근로자 개인이 금융사에 직접 운용을 지시하는 유형이다. 운용에서 나오는 수익과 손실은 개인이 가져간다. 따라서 퇴직금이 정해져 있는 DB형과 달리 운용 실적이 좋으면 더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적립해주는 돈은 똑같고 수익 성과는 근로자가 책임지기 때문에, DC형의 수익률은 근로자에게 좀 더 민감한 부분이다.

DC형 가입 근로자가 퇴직연금 운용에서 유념할 점은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운용 수익률이 최소한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직접 짜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안정형 자산과 실적 배당형 자산을 적절히 배분한 포트폴리오가 좋다.

연령대와 퇴직 시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퇴직을 앞둔 40~50대 근로자의 경우 원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 20~30대 직장인은 장기간 적립·투자를 고려해 펀드 등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임금상승률도 따져봐야 한다. DB형의 퇴직연금은 최종 급여에서 근속연수를 곱해서 구한다. DC형은 투자 수익률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앞으로 임금이 많이 오를 가능성이 적거나 급여와 직급이 무관한 직종, 기본급이 적고 성과급이 높은 급여체계인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경우는 DC형이 유리하다.


퇴직금




DC형 퇴직연금의 운용 방식은 반기에 1회 이상 변경 가능하다. 다만 근로자가 직접 돈을 굴려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투자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필요하다. 최형준 부장은 “우리나라는 근속 연수가 6년 정도로 짧아 퇴직금을 그때그때 찾아 다 써버려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자가 은퇴 후를 위한 장기 투자 자금이라는 인식을 먼저 확실히 세워 수익률을 꼼꼼히 관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직장을 자주 옮긴다면 IRP로 퇴직연금을 장기 투자할 수 있다. IRP는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조기 퇴직할 때 퇴직금을 바로 사용하지 않고 은퇴할 때까지 보관· 운용하는 유형이다. 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에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게 장점이다. 이직 후에도 매년 1200만원까지 추가 납입할 수 있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이용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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