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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중국 영화 시장 트랜드와 할리우드의 고민

조니뎁 주연의 새 공상과학 스릴러 <트랜센던스>는 중국에서 개봉일에 114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는 미국의 1120만 달러보다 많다. 27개 시장 중에서 중국이 큰 차이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현상은 중국 관람객들이 이끄는 새로운 영화관람과 마케팅의 추세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인 대다수가 이전보다 많은 가처분 소득을 올리면서 그들의 영화 취향도 할리우드, 정부 검열관, 중국 국내 영화산업에 새로운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안겨주며 계속 진화하고 있다.


조니뎁


<타이타닉> 이후로 할리우드 감독들은 중국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계속 확장되는 거대한 영화시장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영화관들의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27% 증가해 36억 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이 됐다. 할리우드는 세계 최고의 영화산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중국인들을 평생 관람객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톰 크루즈,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미국 액션 스타들의 중국인 컬트 추종자들이 그 수단이다. 또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끊임없이 쏟아내면서 중국인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중국 당국의 저항에 직면했다. 그들은 외국 문화의 영향력을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중국 영화 프로듀서 빅터 리는 “예를 들어 <타이타닉> <아바타> <트랜스포머>처럼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부은 영화가 중국인들의 영화관람 문화를 형성했다”며 “그 영화들이 중국에서 첫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위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는 현대 중국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호텔 엘리베이터나 식료품점에서는 <타이타닉>의 주제곡인 셀린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같은 노래가 자주 들린다. 관광객들에게는 짜증나는 일인지 모르지만 중국인들은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미국에서 개봉된 지 1년 뒤인 1998년 <타이타닉>은 중국에서 처음 상영됐다. <타이타닉>은 중국에서 흥행 수입 4400만 달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3D판 재개봉도 큰 성공을 거뒀다.


할리우드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가처분 소득의 증가를 뒷받침으로 대규모 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영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760달러→3438달러). 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지출이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 중 하나다. 2011년 한 해에 중국인들은 엔터테인먼트와 레크리에이션에 5470억 달러를 지출했다.



중국 흥행 영화 순위


중국 내 시장이 팽창하면서 새로운 팬들과 할리우드 신화에 심취한 중국인들을 겨냥해 중국 전역에서 새 영화관들이 세워졌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영화는 대부분 가정 친화적인 애니메이션이나 액션 영화였다. 대화나 복잡한 구성보다는 시각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잘 전달되기 때문인 듯하다. 아울러 할리우드는 중국의 영화팬들을 끌어들이려고 여러 가지 묘안을 냈다. 중국인 배우를 출연시키거나(예를 들어 <아이언맨3>에 중국의 신예 여배우 판빙빙을 기용했다), 아예 영화를 중국에서 촬영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또 할리우드는 중국 영화제작자들이 도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를 이용했다. 중국에서 최고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 10편 중 절반이 미국 블록버스터다. 1위는 13억9000만 위안(약 2억2300만 달러)을 벌어들인 2009년 영화 <아바타>가 차지했다. 톱10 리스트에 오른 다른 할리우드 영화로는 <아이언맨3> <타이타닉> 그리고 최근 개봉된 수퍼히어로 영화로 순식간에 10위권에 든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가 포함된다.


대사가 비교적 드문 수퍼히어로 액션 영화들이 여전히 중국흥행을 지배한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미묘한 콘텐트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면서 더 스마트해지고 관심 분야도 넓어졌으며 안목과 기대치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호평을 받은 <라이프 오브 파이>와 <위대한 개츠비>처럼 문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만이 아니라 심지어 혹평을 받은<트랜센던스> 같은 영화도 신앙과 지위, 문화적 논란을 뛰어넘어 인기의 한계를 넓혔다.


다른 시장도 그랬듯이 중국에서도 할리우드는 특수효과와 액션이 많아 흥행이 확실시되는 영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 그러나 <트랜센던스>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패한 작품이 반드시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서도 먹혀 들지 않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중국 영화팬


중국인들의 영화 취향에 적합한 작품을 찾는 노력은 중국의 선전조직과 검열의 저항에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 중국 당국은 여전히 중국에서 개봉되는 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외화 배급 쿼터가 연간 44편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중국의 영화 검열 당국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SARFT)]은 변덕스럽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SARFT는 중국의 유일한 등급 판정 기관이다. 따라서 중국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모든 작품은 모든 연령층에 적합해야 한다. 선정적인 장면이나 성인용 언어와 주제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할리우드로서는 그게 주된 제한 요소다. 거기에다 막대한 잠재적 수익성과 관람객들의 관심 분야 진화가 합쳐지면서 이제는 중국의 자국 영화산업이 할리우드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중국 배우들이 자국 시장을 계속 효과적으로 활용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최근 남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중 영화 정상회의에서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중국 제작발전 책임자인 디드 니커슨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사회와 삶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피부에 와 닿는 영화 말이다.”


요즘은 중국 영화들이 국내 시장에서 할리우드와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영화들의 국내 흥행 수입이 144% 늘어 11억 2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와 달리 수입 영화들은 21%가 줄어 6억 70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에 그쳤다.


니커슨은 흥행에 성공한 중국 영화 <로스트 인 타일랜드>를 예로 들었다. 한 발명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주주를 찾아나서는 간단한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중국의 서민들이 공감하는 문제(출세와 재물에 대한 야망)에 초점을 맞췄다. 이 영화는 <타이타닉>과 달리 컴퓨터 그래픽이나 거액을 들인 장면없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했다 .게다가 검열 통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중국 시장의 영화 범주가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