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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공시족이 된 3가지 이유, 고연봉·고연금·종신고용

경제 성장 마이너스, 물가 상승, 소비심리 위축... 대한민국이 온통 불황에 휩싸여 있지만 단 한 곳, 노량진 학원가는 불야성이다. 공시족으로 불리는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면서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왜 공시족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



지난해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7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재수·삼수는 흔하고 대기업에 다니다 공시족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노량진 일대는 공시족이 늘면서 원룸이나 밥집은 물론이고 수험자료 복사·판매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식사 때가 되면 밥집 앞에는 장사진이 펼쳐진다. 장시간 공부할 수 있는 학습형 커피숍도 공시족들로 북적댄다는 것이 고시촌 거주자들의 설명이다.


민간 경제가 국가 경제를 이끄는 시대임에도 미래 인재들이 공직에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미증유의 고령화가 초래한 불안한 미래를 반영한 현상이다. 청년 실업률은 이제 10%에 육박하고 있다. 0%대 성장을 하면서 청년 고용 빙하시대를 겪었던 일본에서도 유래가 없었던 청년 잔혹사다. 6개월짜리 인턴 한 명을 뽑아도 경쟁률이 30대 1을 넘는다.


이런 불안은 청년에게 도전보다는 안전 지향을 추구하게 한다. 공무원은 불황과 어울리지 않게 ‘삼종 신기((三種神器)’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연봉이다. 공무원은 낮은 연봉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박봉이라고 한다. 그러나 박봉은 이제 전설 같은 얘기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평균 연봉은 599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668만 명 중 226만8595등에 해당하며 상위 14%의 연봉 수준이다. 근로소득자 1668만 명의 중간연봉 2225만원의 2.7배에 해당하고, 평균 연봉 3172만 원의 1.9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의 평균 연봉이 민간기업 근로자 연봉의 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공무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 491만 원에 12개월을 곱하고, 공무원 1인당 복지포인트 평균액 98만 원을 더해 계산됐다.


둘째는 연금이다. 납세자연맹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퇴직자 평균 연금을 근로소득으로 환산한 결과, 공무원이 민간기업 근로자의 연봉보다도 많았다. 2014년 근로소득자 1668만 명의 평균 연봉은 3172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사립학교를 퇴직한 교사의 평균 연금은 2015년 372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 연금은 3575만원, 공무원 연금은 3225만원이었다. 월평균 금액으로는 사립학교 퇴직 교사 310만원, 군인 298만원, 공무원 269만원이다(국민연금은 평균 36만원이다). 이는 연봉 상위 30~36% 이상에 해당한다. 근로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은 실제 평균 수령 금액은 교사 3354만원, 군인 3106만원, 공무원 2904만원이었다. 이 중 월평균 300만원 이상 받은 퇴직자들은 공무원 9만5889명(수급자의 26%), 군인 1만9301명(29%), 교사 2만5662명(48%)이다. 공무원은 퇴직하고 쉬어도 현업에서 일하는 민간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보다 많은 돈을 받고 있다.


셋째는 종신 고용이다. 민간기업은 1차 퇴직 연령이 53세로 조사되고 있지만 공무원은 60세를 예외없이 채운다. 공무원은 불황에도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3%대 임금 인상을 계획해놓고 있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 상태다. 적자보전액이 연간 4조원이 넘는다. 사학연금도 2042년에는 기금이 바닥날 전망이다. 극심한 불황에도 공무원은 연봉과 연금이 탄탄하다. 청년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이유다. 노후 불안이 계속되면 이런 모순과 비정상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