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을 매입하려면 과거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결정해야했다. 하지만 21세기 오늘날, 손바닥만한 노트크기의 스마트폰을 통해 클릭 한 번으로 이러한 수고는 대체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컨시어지옥션즈 창업자를 만나보자.
카렌 레드캅(Karen Redekop·60)은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구릉에 으리으리한 주택을 설계했다. 시방서는 꼼꼼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레드캅은 현지 장인들을 고용해 화려한 장식의 벽화를 그리도록 했고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유럽 및 중동 등지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수입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빚은 이 창작품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지 5년이 지났기에, 레드캅에게는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왔다.
캐나다 국적의 디자이너 레드캅은 근처 팔밀리아 지역의 4에이커(1만6000㎡) 규모의 부지에 집을 짓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했다. 레드캅이 고용한 현지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집을 270만 달러에 매물로 올렸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레드캅에게는 단 한 건의 매수제안도 들어오지 않았다.
레드캅은 뉴욕에 소재한 부동산기업으로 최고가를 부른 입찰자에게 고급주택을 판매하며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마케팅과 신속한 판매를 약속하는 기업 컨시어 지옥션즈의 문을 두드렸다. 컨시어지에 매물을 올린 지 2달 후, 이 집은 30분이 걸린 모바일 경매를 통해 260만 달러의 가격에 팔렸다.
부유한 고객층을 상대로 적시에 주택을 매입하고 매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컨시어지옥션즈는 2016년 2억7000만 달러어치의 부동산을 판매했다. 컨시어지의 매출은 3000만 달러를 상회했고, 창사 이래 매출은 12억 달러를 돌파했다. 컨시어지는 마치 예술품처럼 집을 판매하는, 작지만 성장하고 있는 이 경매업계에서 리더로 앞서나가고 있다. 수년간 컨시어지는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기를 원하는 연예인들(운동선수 마이클 조던, 가수 셰어 등) 및 억만장자들(고대디의 창업자 밥 파슨스 등)과 함께 일해왔다.
“집을 판매하는 저희 고객분들은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어합니다.” 컨시어지의 창업자로 사장을 맡고 있는 로라 브래디(Laura Brady·37)의 말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자산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죠.” 브래디는 2004년부터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고 곧 플로리다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중개인으로 손꼽히게 됐다. 고급주택은 호가에 가까운 가격선에서 신속히 거래되거나, 혹은 몇 달을 기다리다가 호가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는 경매가 완벽한 해결책이었다. 경매는 신속하고 경쟁적이며, 거래에 긴박감을 부여하고 가격을 매기기 힘든 자산이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컨시어지는 2016년 경매에 올라온 133건의 주택 중 85건의 매매를 성사시켰고, 이는 2015년 80건 중 60건을 성사시킨 기록에 비해 개선된 실적이다. 2017년에는 150건의 경매를 열 것이다. 거래의 양 당사자인 매수자와 매입자의 경우, 컨시어지는 현지의 부동산중개인과 함께 일한다. 이들 중개인은 통상적으로 그러하듯 판매액의 5~6%에 해당하는 커미션을 받고 자신의 매물을 미국 전역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판매자 쪽을 보자면, 컨시어지는 예술품을 다루는 경매소처럼 무려 12%에 이르는 프리미엄을 청구하는데, 한편 원래의 판매가격 (그리고 종종 판매자가 희망하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매물이 상당수이다. 컨시어지에서 여는 경매는 통상적으로 최저가가 정해지지 않으며, 가격대는 200만에서 4000만 달러에 이르고 평균가격대는 400만 달러 정도이다.
▒ 고급주택 경매업계의 리더
컨시어지는 주택소유주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11월 판매자의 커미션을 대신 내주기 시작했다. 또한 매매가 성사된 이후 환불되는 5만 달러의 초기수수료를 인하했다. 즉, 판매자 입장에서는 컨시어지의 서비스를 받되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은 한 푼도 없는 것이다. 이는 효율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매매가 성사된 경우에만 수수료를 인하해줌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사는 개인상해전문 변호사의 수법과 비슷하다. 컨시어지와 함께 일해본 중개인들은 공개시장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것보다 경매를 통하는 것이 더 나은 거래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판매자들은 공개시장에 집을 내놓은 수년의 기간보다, 경매가 열리기 한 달 전 집을 보러 온 구매자들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며 컨시어지에 만족을 표시한다. 컨시어지의 추산에 따르면, 800만 달러 가격의 주택을 내놓은 판매자는 많은 경우 자신이 살고 있지도 않은 주택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금, 보험 및 보수 등의 유지 비용에 매달 4만 달러의 비용을 지출한다. 평균적으로 컨시어지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부동산이 공개시장에서 매물로 대기하며 보낸 시간은 6개월 정도이다.
기술의 발달로 컨시어지가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컨시어지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어떤 동영상을 여러 번 시청하면, 판매중개인이 연락해온다. 예를 들어 주택에 딸린 수영장의 동영상을 플레이하면, 수영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주택 리스트를 정리해 보내줄 것이다. 현재 경매의 90%가 1년 전 출시된 컨시어지의 모바일앱 인스턴트게블을 통해 개최된다. 버크셔 해서웨이홈서비시즈유타프로퍼티스에서 중개인으로 일하는 매튜 매그노타는 유타주 파크시티에 위치한, 중세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성(castle) 같은 집을 사기 위해 한 고객이 아이폰으로 경매에 입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통상적인 부동산 거래에서는 이 거래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그런 현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그노타의 말이다. “하지만 마치 이베이에서 쇼핑을 하는 것처럼, 1000만 달러짜리 집을 아이폰 화면을 클릭해 사는 모습을 보면 현실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