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좀 봤다하는 사람에게 드라마에 대해 묻거든 "웹 드라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마음의 소리> 웹드라마가 단연 으뜸이다.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에 뛰어든 빵야네트웍스 정명석 대표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해 말,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판권 소유사가 공동 제작해 네이버 TV 캐스트에 방영한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는 온라인 조회 3000만 뷰를 넘기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공중파 시트콤으로 입성해 1회 본방에 이어 재방송 분까지 광고가 ‘완판’되면서 웹드라마의 산업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중국에도 진출해 12월15일 기준으로 1억 뷰를 가볍게 넘어섰다. 웹드라마가 ‘웹문화+드라마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스타트업 빵야네트웍스도 웹드라마라는 블루오션에 뛰어든 기업이다. 슈퍼주니어 출신의 방송인 김희철이 주연한 뮤직 웹드라마 <청춘 레시피>를 제작하고 방영을 앞두고 있다. 2월13일 서울 마포구 용강동 빵야네트웍스 사무실에서 만난 정명석(32) 대표는 “동영상 콘텐트 제작·공급 시장에도 거대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빵야TV라는 플랫폼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이 다양한 동영상 콘텐트를 만들고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명 ‘빵야’는 ‘제대로 한번 쏘겠다’는 의미다.
▒ 웹 콘텐트 플랫폼 구축에 도전
2013년 7편, 2014년 23편, 2015년 67편이었던 웹드라마 제작 편수는 지난해 200여 편으로 껑충 뛰었다. 그동안 기업용 홍보 영상, TV 드라마 선공개 영상이라는 이미지가 컸지만 최근 몇 년 새 웹툰과 웹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에 힘입어 웹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SNS 드라마, 모바일 드라마 등으로도 불리는 웹드라마는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를 말한다. 5분에서 20분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포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 SNS 등 다양한 인터넷 채널을 통해 시청자를 만난다. 제작비가 적게 들고, 규제나 사회적 견제도 별로 받지 않으며, 무조건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방영 일정을 맞추기 쉽다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제작진이나 배우가 큰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 최근엔 방송사·영상제작사·통신사·인터넷 기업은 물론이고 아이돌 기획사까지 제작에 가세하고 있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정명석 대표는 오프라인 프로모션 회사를 운영하다가 2013년 방송 제작 사업을 하는 대연컴퍼니를 창업했다. SBS 스포츠 피트니스 대회, 골프 예능 방송 <키다리 아저씨·IN 베트남>, 중국 SMG미디어그룹의 동방위성 TV 한류 스타 인터뷰 등을 기획, 제작했다. 지난해 빵야네트웍스를 설립하고 뮤직 웹드라마 <청춘 레시피>를 제작하며 본격적으로 웹 콘텐트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청춘 레시피>는 올 봄 방영할 계획이다.
빵야네트웍스의 주 사업은 빵야TV 운영이다. 정 대표는 “빵야TV는 모바일 전용 웹 콘텐트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로, 현재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며 “자체 콘텐트 제작과 협업을 통해 웹드라마의 수급을 해결하고, 골프를 시작으로 중계방송 기술 개발과 스포츠 예능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의 콘텐트 소비 패턴을 분석한 후 모바일 GPS를 통해 사용자간 미팅을 주선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동영상 콘텐트 플랫폼의 다양화에 따라 시청자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웹 콘텐트는 새로운 시장이죠. 그러나 네이버·다음 등 대형 포털들이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 콘텐트 유료화가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여전합니다. 기존 대형 포털과 차별화된 플랫폼의 구축, 이것이 빵야TV를 만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공 모델이 없다는 것은 빵야네트웍스의 약점이다. 정 대표는 “우리는 단순히 웹드라마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웹드라마의 플랫폼 사업을 지향한다”며 “차세대 미디어인 가상현실(VR) 스트리밍 서비스와 개인 맞춤형 24시간 동영상 라이프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개인의 모바일 및 웹상에서의 콘텐트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빅 데이터 솔루션과 이 솔루션에서 축출된 DB를 활용한 타깃 광고 송출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웹드라마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CGV, 넷플릭스와 경쟁” 포부
“국내 제작사의 수익구조는 간접광고(PPL)과 해외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는 자체제작뿐 아니라 외부 제작사들의 웹드라마 제작지원과 타당한 수익분배의 기준을 만들려 합니다. 콘텐트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죠. 그것이 웰메이드 콘텐트를 창출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정 대표는 “빵야TV는 국내에선 CGV, 해외에선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싶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그는 “수많은 영상들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쏟아지면서 검색의 한계를 넘어서 버렸다. 그것이 최근 유튜브 콘텐트 소비 이탈의 원인”이라며 “우리는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유통하는 넷플릭스의 모바일 스트리밍 버전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빵야TV는 일본뿐 아니라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중국의 웹드라마까지 서비스해 콘텐트의 다양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아직 웹 콘텐트 플랫폼 사업은 큰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투자의 시기다. 하지만 모바일 콘텐트 소비 증가에 따라 2~3년 내 시장이 크게 형성될 것”이라며 “우리는 아이돌 출연의 로맨틱 코미디물을 넘어 차별화된 콘텐트 제작과 발굴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