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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저성장, 저금리 뉴노멀 시대에 맞는 투자 전략은?

뉴 노멀 시대의 도래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금융과 실물경제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성장했지만 위험투자의 증가, 자산가격 버블, 글로벌 불균형 등을 초래했었던 ‘올드 노멀(Old Normal)’시대가 가고 저성장과 정부 개입 확대를 중심으로 한 ‘뉴 노멀(New Normal)’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뉴 노멀(New Normal)’이란 미국 벤처투자가인 로저 맥나미가 2003년 발표한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의 전 CEO 엘 에리언이 저성장, 저금리, 소비 위축, 미국 비중 감소 등을 위기 이후의 뉴 노멀로 지적한 이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2010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뉴 노멀에 관한 별도 세션이 열리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던 뉴 노멀은 이제 끝을 가늠하기 힘든 ‘노멀’로 자리잡았다.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로 성장세가 크게 꺾인 뒤 회복이 더디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0년 5.2%를 기록한 이후 2011년 4.0%, 2012년 3.2%, 2013년 3.0%로 내리막을 탔다. 일단 선진국의 회복이 예상만 못하다. 미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잠정치(1.0%)보다 훨씬 낮은 -2.9%에 그쳤다.

신흥국의 성장 열기마저 식었다. 2005~2011년 사이 매년 9.2~13.0%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은 최근 2년 새 7%대 성장률에 묶여 있다. 올해 목표치도 7.5%다. 인도 역시 2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5% 아래에 머물면서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1970~80년대 연 평균 9% 이상 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평균 성장률이 점차 낮아져 2011년 이후엔 3%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딘데다 원화 강세, 중국 경제 경착륙, 세월호 참사 여파 등 불안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잠재성장률은 더 걱정이다. 금융위기 이전 5%대를 유지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3%대로 떨어졌다. 2020년대엔 2%대로 떨어지리란 게 많은 전문가의 예측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모든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GDP 성장률이다. 실질 성장률이 3% 전후로 떨어진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의 급속한 하락은 저성장 고착화의 경고음일 수 있다. 많은 선진국의 경우 국민소득이 3만~4만 달러가 됐을 때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우리나라는 2만 달러 대에서 하락을 시작했다. 국민소득이 계속 2만 달러 언저리에 머무는‘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가계흑자와 소비추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경제팀을 ‘성장론자’로 구성하면서 성장동력 되찾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밖으로 악재가 쌓여있는데 안에서는 내수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돈이 있어도 쓰질 않는다. 올 1분기 가계당 소득은 처음으로 400만원대에 진입했다. 2010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하지만 가처분소득(소득-비소비지출)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2010년 이후 계속 하락해 최근 71~74% 정도에 머물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7% 후반에서 80% 초반을 오갔다. 반대로 가계의 흑자액(가처분소득-소비지출)은 6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기업도 돈을 안 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우리나라 10대 그룹, 70개 상장 계열사의 유보율은 평균 1578.5%(2013년 말 기준)에 달한다. 2012년 말 1414.2%였으니 1년 새 164.3%포인트 높아졌다. 자본금은 큰 변동이 없는데 잉여금이 크게 늘었다. 


유보율이 1600%에 육박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자본금의 16배에 가까운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유지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투자를 안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근 미국·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반면 한국 기업은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펀드 기준금리


기준금리는 2009년 이후 3% 아래에 머물고 있다.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시장 안팎의 압력이 거세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원화 강세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등으로 올 하반기 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물가가 20개월째 1%대 이하의 상승률에 그치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를 부추긴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2.5~3.5%)에 못 미치는 저물가 시기다. 저성장·저물가 국면에선 금리 인상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 저성장·저금리·저인플레이션 등은 우리나라가 확실한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들이다.

상황이 변했으니 투자 전략도 바꿔야 한다. 뉴 노멀에 적응하려면 첫째,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적금·펀드·부동산 어디에 투자해도 무난히 5~10%는 벌던 시대는 저물었다. 뉴 노멀의 출발점은 고위험 투자와 과잉소비에 의존한 고성장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이었다. ‘과잉’과 ‘탐욕’을 줄이는 게 뉴 노멀 시대의 사고다. 둘째, 그동안 외면 받은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저성장시대에 주목해야할 새로운 펀드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엔 ‘환매 바람’이 불었다.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송민우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 PB팀장은 “뉴 노멀 시대에 맞는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얘기했다. 


“시장을 이끄는 힘은 기업의 이익이에요. 하지만 과거처럼 기업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 겁니다. 증시는 지지부진한 게걸음 성장세를 이어 가겠지요. 결국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성장주 펀드’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펀드 주요 중위험, 중수익 상품 수익률

전문가들은 “연간 기대수익률을 6~7%로 낮추고, 기존의 주식과 채권 위주의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투자 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고위험·고수익 투자에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기대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고, 수익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안정성이 높다. 구체적인 상품으로는 롱숏펀드, 구조화 상품,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유망하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에 앞서 유의할 점이 있다. 운용기간별 수익률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롱숏펀드의 기본은 수익보다 ‘위험관리’다. 한꺼번에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보다 매달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가 안전하다. 이와 함께 구조화 상품도 빼놓을 수 없다.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파생결합증권(DLS)이 여기에 해당된다. 

ELS는 기초자산(종목이나 지수)의 주가가 만기까지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ELS는 기초자산(종목이나 지수)의 주가가 만기까지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러 있으므로 주가가 빠지더라도 조기상환할 수 있는 ELS가 유리하다. 6개월 내 조기상환하면 연 7%대의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사실 롱숏펀드나 구조화 상품은 펀드 용어나 투자 방식이 일반 투자자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손쉽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기엔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낫다. 요즘 두 펀드의 성과도 뛰어나다. 저평가 주식을 선별해 장기 투자하는 가치주펀드는 박스권 장세에서 힘을 발휘한다. 


상반기 10% 이상 고수익을 낸 가치주 펀드도 있다. 배당주펀드는 고배당 종목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로 경기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종목이나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들을 주로 담는다. 투자 시점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장 상승에 따른 수익보다 고정적인 배당수익에 초점을 맞춰 운용하기 때문이다.

해외로 투자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펀드를 좋게 봤다. 실제 유럽펀드와 미국펀드에 상반기에만 각각 3736억원, 112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두 펀드 수익률 역시 5~6%대로 선전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 


이 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한다. 신용도가 낮은 만큼 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가 높다. 국내에 설정된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는 상당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주요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 1년 누적수익률은 8%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