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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가상화폐로 금융서비스 패러다임을 바꾼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들어봤다면 최근 금융과 IT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상화폐가 뜨고 있다. 그 성장세가 실로 엄청나 가상화폐에 대한 긍정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어떻게 마련하고, 사용하며, 어떻게 가치를 불릴 수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부터 가상화폐의 세계에 들어가보도록 하자.

 

 

▒ 국내 일일 평균 거래량 6700만 달러로 2년 만에 4배 이상 증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프리랜서 A씨의 일상생활은 이제 더 이상 가상화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매월 원고료를 가상화폐 거래소인 이더리움(Etherium)으로 받는 A씨는 원고료가 지급되는 날이면 전자 입금 지갑에서 원고료를 확인한다.
원고료는 보통 생활비와 투자 목적으로 쓰이는데, 생활비는 1~2일간의 시세를 감안해 가상화폐를 팔고 빠르게 KRW 출금을 통해 마련한다. 그중 일부는 투자를 목적으로 사용한다. 요즘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산 현황을 볼 때마다 흐뭇하다. 올 초부터 꾸준히 쌓여온 이더리움이 5~6월 시세가 크게 증가하면서 투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졌기 때문이다.

A씨가 가상화폐를 통한 원고료 지급 방식을 처음부터 달가워했던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를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점이 좋은지 등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한 곳은 외국 회사였고, 그들의 방식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조금씩 배우면서 사용해온 것이 지금의 자산 상태를 만들어줬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초창기에 가상화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A씨는 적지 않은 이득을 얻었다. 그 덕분에 A씨는 한턱 내라는 주변 사람들의 등쌀에 밀려 이번 주말에 이태원에서 저녁식사 모임을 갖기로 했다. 장소는 역시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한 곳이어서 A씨는 지갑이나 신용카드 없이 결제하는 모습을 지인들에게 직접 보여줄 참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일상생활과도 점점 밀접해지면서 큰 각광을 받는 곳이 가상화폐 거래소다. 가상화폐는 아직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지만 이용 방법이 비교적 간편해 누구나 쉽게 접근해볼 수 있다. 가상화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채굴’하거나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기존에는 ‘블록체인인포’ 등 비트코인 전용 전자화폐 관리 사이트나 ‘비트코어 클라이언트’를 통해 전자지갑을 생성하고 비트코인을 거래해왔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회원 가입만 하면 간단하게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전 세계에서 빗썸·코빗·코인원·비트플라이어·비트피넥스·폴로닉스·GDAX·크라켄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선 비티씨코리아닷컴이 운영하는 빗썸(bithumb)이 가장 큰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소다. 빗썸에 따르면 사이트 방문자가 올해 4월 기으로 2개월 만에 399%가 상승했고, 거래량도 크게 증가해 5월 한 달간 5조원을 넘었고, 6월엔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6월 28일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의 랭킹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힐스에 따르면 빗썸 거래량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폴로닉스는 총 65종의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하고, 가상화폐 간의 거래까지 포함하면 총 90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빗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시,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로 등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가 6개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의 폭증을 실감할 수 있다.

시장의 거래량 증가는 시세 상승과도 연관이 깊다. 빗썸의 가상화폐별 시세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올해 1월 대비 190%가 올라 6월 일평균 320만원 선을 넘어섰다. 시세 증가 폭이 가장 큰 가상화폐는 이더리움이었다. 1월 대비 2900%가 증가한 37만원을 넘겼다. 이외에 대시,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도 상장 초기와 비교해볼 때 각각 88%, 21%, 21%의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가상화폐의 시세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일부 주(州)가 가상화폐를 통화로 인정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은 블록체인에 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내의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 기록, 보관한다. 은행과 같은 공인된 제3자 없이도 거래 기록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모든 거래 정보를 담고 있는 장부를 구성원 각자가 보관하고 새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장부를 동일하게 업데이트한다. 혹여 블록체인 내에서 특정 블록에 담긴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고 해도 연결된 모든 블록을 단시간 내에 전부 수정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정보가 분산·관리되기 때문에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보안성이 매우 높다.

이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시스템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통화, P2P대출 등 기존 금융회사의 기능과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주요국의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에서도 가상통화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가상화폐 거래에서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올해 초 ‘자금결제법’을 개정하면서 비트코인을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가상화폐를 구입할 때 소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올해 안에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점포가 26만 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연합의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거래가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해 화폐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호주도 올해 중순부터는 가상화폐 거래에 상품 및 서비스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미국은 일부 주(州)에서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고 있다. 뉴욕주 남부지역의 연방법원은 비트코인 거래소와 관련한 판결에서 “비트코인이 재화와 서비스의 지급수단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은행 계좌에서 직접적으로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전적 재원, 교환수단, 지불수단이라는 연방법상 화폐와 자금의 정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가져올 시장의 변화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가 불러올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점점 확대되는 시점에서 가상화폐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