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웹소설의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온라인 문학을 즐기는 독자는 무려 3억 3000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 30세 미만인 젊은 독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판타지와 무협(무술과 영웅의 이야기), 공상과학, 미스터리, 로맨스 등이다. 작가들이 온라인상에 콘텐트를 선보이면 팬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공유하는 양방향 교류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맘껏 상상하고 참여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웹소설이 중국 문화의 대표 주자가 될 전망이다.
대학생 유웨이 판(Yuwei Pan·21)은 등하굣길에 스마트폰으로 웹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전자책(e북) 콘텐트 대부분이 연재물 형식이다. 독자들은 미드 덕후가 <왕좌의 게임> 최신 에피소드를 챙겨 보듯이 웹소설 최신 회를 열심히 챙겨 읽는다. 독자와 작가가 플롯을 함께 만드는 경험 또한 웹소설의 백미다. “킨들에서는 진지한 책을 많이 읽지만 상상력과 재미, 자유를 즐기고 싶을 때에는 중국 웹소설 사이트로 간다”고 판은 말했다.
중국 온라인문학 독자 3억3000만 명
텐센트(Tencent) 자회사이자 중국 최대 온라인 퍼블리셔인 차이나 리터러처(China Literature)는 최근 홍콩증시 상장을 신청했다. 인수와 모바일서비스 확장을 위한 자금 8억 달러를 모집하기 위해서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IPO(기업 공개)가 성공하면 온라인 퍼블리싱에 대한 투자심리가 높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인터넷 빅데이터 서비스업체 어낼러시스(Analysys)의 양방향 엔터테인먼트 선임 애널리스트 후앙 구오펭은 말했다. “온라인문학은 불법복제가 판치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타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IPO 신청을 한 차이나 리터러처가 발표한 매출은 3억8400만 달러다. 2015년 대비 59.1% 증가한 금액으로, 자체 전자책 플랫폼 킨들 스토어(Kindle Store)를 보유한 아마존보다 2배 이상 높다.
온라인 퍼블리싱업계의 양대 산맥인 두 업체는 강점이 각자 다르다. 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차이나 리터러처는 전자책 콘텐트 수(840만 권)에서 킨들 스토어(690만 권)를 앞서지만 작가 수에서는 킨들(1400만 명)이 차이나 리터러처(530만 명)를 훌쩍 뛰어넘는다. 차이나 리터러처의 독자 수는 1억7530만 명이고, 아마존 계정 보유자는 3억 명이 조금 넘는다. (아마존은 킨들 스토어 사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킨들 스토어가 이미 출간된 종이책을 전자책 버전으로 판매하며 주류 시장을 그대로 옮겨온 반면 차이나 리터러처는 “가상공간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베이징대 중국어학부 샤오 얀준 부교수는 말했다. “순수 인터넷문화의 서식지다. 작가들이 온라인상에서 콘텐트를 만들어 선보이면 팬들이 모여 함께 읽고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런 양방향 교류야말로 차이나 리터러처가 차별화되는 또 다른 지점이다. 이곳에 올라오는 콘텐트 대부분이 연재 방식으로 게재된다. 작가들은 한 회씩 이야기를 올리고 독자들의 제안에 따라 플롯을 변경하기도 한다. 한 회씩 업로드되는 소설방 옆에는 토론방이 있는데 판이 가장 좋아하는 곳도 바로 이 토론방이다. 등장인물 두 명이 사랑에 빠지게 해달라고 독자들이 청원을 할 때가 있었다고 판은 말했다. 독자들의 간청이 이어지자 결국 작가가 이를 받아들여 줄거리를 수정했다고 한다. “연재소설을 읽다 보면 외로운 느낌이 전혀 없다”고 판은 말했다. “킨들로 책을 읽으면 그냥 혼자서 기기를 사용하는 느낌인데 중국 웹소설을 읽으면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
중국 온라인문학을 통해 읽고 쓰는 자유가 전파되는 건 사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뼈대가 적용된 경우”라고 샤오는 말했다. “대중의 욕구를 실현시켜주는 데에서 존재의 근거를 얻기 때문이다.” 이걸 감안하면 차이나 리터러처에 연재되는 웹소설 대부분이 <트와일라잇> 줄거리와 비슷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벨라 스완’처럼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주인공이 누구나 부러워할 인생을 살면서 끝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검열이 워낙 심하다 보니 웹소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도 딱 거기까지다. 퍼블리싱 업체 또한 이를 알고 있다. “차이나 리터러처는 안정된 콘텐트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어낼러시스 애널리스트인 후앙은 말했다. “작품을 홍보하고 계약을 체결하려면 작가는 결국 자체 검열을 해야 한다.”
그래도 웹소설 시장은 활기가 넘치고 전망이 좋다. 성격상 ‘안전지대’에 속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후앙은 말했다. 올해 들어 정부의 거센 탄압을 받았던 생중계 스트리밍 서비스 등과 비교했을 때 텍스트로 된 웹소설은 검토가 쉬울 뿐더러 주로 다루는 이야기 또한 논쟁적인 주제를 비켜가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타지 소설 해외 진출도 활발
중국 온라인문학은 이전부터 꽤 인기가 있었지만 실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다. 차이나 리터러처 또한 2016년 들어 처음으로 449만 달러의 순수익을 기록했다. 시작점은 치디엔닷컴(Qidian.com, 이후 차이나 리터러처에 인수됨)이 중국 최초로 온라인 구독 결제체계를 도입한 2003년이다. 지불체계가 확립되면서 대부분의 최신 회를 바로 볼 수 있는 유료 VIP 회원서비스가 시작됐다. 차이나 리터러처는 그렇게 해서 얻은 수입의 특정 지분을 작가에게 기고료로 지불했다. IPO 신청 서류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2016년 작가에게 지급된 금액은 총 1억4700만 달러에 달한다. 당연히 글의 수준 또한 높아졌다고 샤오는 말했다.
중국 온라인 판타지 소설의 해외 진출 또한 활발하다. 해외시장은 2015년부터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웹소설 번역 사이트인 우시아 월드(Wuxia World)와 그래비티 테일(Gravity Tales)이 쌍끌이를 해준 덕이다. 이들 두 사이트의 월간 실질이용자 수(MAU)는 현재 400만 명까지 올라왔다. 독자층은 100개국 이상으로 국적이 아주 다양하고, 이 중 북미 독자 수가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고 샤오는 최근 보고서에 적었다. “미국에 할리우드, 일본에 애니메이션, 한국에 드라마가 있다면, 앞으로 중국에는 웹소설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