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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초읽기에 돌입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빠르면 올해 내 시행될 예정. 내년에 2회 인상할 가능성도 보인다. 금리인상은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국내외 자금 흐름 등에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당겨지면 재테크 전략뿐 아니라 예금·대출 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 금리가 뛸 때 예금은 만기를 짧게 하고 대출은 변동보다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라는 건 일종의 공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16개월 동안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문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관심은 시장에 어떤 신호를 주는가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전체회의 직후 기자 회견에서 “경기 여건이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정도로 성숙했다”고 말했다. 긴축 신호였다.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통화 긴축 신호를 줬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금통위원의 소수 의견도 6년1개월 만에 나왔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소수 의견은 시장에서 금리 조정의 신호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소수 의견이 나온 뒤 6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됐다.

노무라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7명의 금통위원 중 이 위원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매파(통화 긴축)로 분류된 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에 이 위원이 가세하며 금리 인상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금리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에도 다가서는 모습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4월(2.5→2.6%)과 7월(2.6→2.8%)에 이어 세 번째 전망치를 높였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와 같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도 7월 전망치(1.9%)에서 0.1%포인트 오른 2.0%로 전망했다.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3%로 상향


이미 시장은 금리 인상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일보다 0.071%포인트 올라 2.006%로 장을 마쳤다.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11월 30일 열리는 마지막 금통위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어서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12월 12~13일(현지시간) 열린다.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동결하고 Fed가 12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수준이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 이런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올릴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1회, 내년에 2회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핵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예상보다 빠른 인상 시그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통위가 올해 12월 FOMC 결정을 지켜본 후 내년 초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경기 개선세가 이어질지, 북핵 위기 같은 외부 변수가 생길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경제 성장 경로가 기조적인지, 일시적인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국내외 자금 흐름 등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당겨지면 재테크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주식시장에 기준금리 인상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송재우 신한은행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팀장은 “이미 상승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한 번 차익을 실현한 후 재투자할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채권 시장은 북핵 위기 등의 영향으로 9월 중순 이후에만 회사채 3년물(AA-등급) 금리가 0.2%포인트가량 뛰었다.

만약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내년까지 두 차례 이상이 된다면 금리가 추가로 더 뛸 수 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는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위험관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라며 “당분간 적극적인 매매 흐름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시장금리가 오르면 수익률도 상승하는 ‘뱅크론 펀드’나 채권 중에서도 고금리인 하이일드 채권은 투자 대안으로 꼽힌다. 이원휴 KEB하나은행 한남1동골드클럽 PB팀장은 “연 5% 내외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뱅크론 펀드나 하이일드 채권을 추천한다”며 “최근엔 미국보다는 유럽에 투자하는 상품에 돈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기엔 달러화 자산의 투자가치도 커진다. 송재우 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것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달러의 비중을 늘리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달러화 가치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으로 대출받아 집 사지 말아야

 

예금·대출 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 금리가 뛸 때 예금은 만기를 짧게 하고 대출은 변동보다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라는 건 일종의 공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변동형보다 0.5%포인트 정도 높다. 따라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릴 거라고 볼 때 1~2년의 단기 대출이라면 변동금리가 나을 수 있다. 장기 대출이라면 고정금리의 매력이 커진다. 박대범 농협은행 대전 탄방동지점 여신팀장은 “최종 상환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대출자라면 지금 시점에서는 고정금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가 본격화될 거라는 점에서 전망이 흐리다. 더구나 가계부채 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시장이 또 출렁일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입을 모은다. 집값이 주춤하고 거래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주택을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8·2 대책 이후 보합권(주간 기준)에 머물고 있다. 9월 전국과 서울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7.9%, 18.9% 적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1년 전처럼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공격적으로 대출받아 집을 살 상황은 아니다”며 “시장 분위기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